LG가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무려 4명의 선수를 '폭풍영입'했다.

LG트윈스 구단은 14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해 시즌까지 각각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 NC다이노스에서 활약했던 포수 이성우와 투수 김정후, 내야수 양종민, 외야수 강구성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1월에도 투수 장원삼과 심수창, 외야수 전민수와 입단 계약을 체결했던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방출 선수를 무려 7명이나 영입하면서 선수층을 두텁게 했다.

사실 이번 영입은 전력보강이라기보다는 부상 등 시즌 중에 발생할 각종 변수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의 성격에 가깝다. 하지만 소속팀에서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가 LG에 입단하게 되는 선수들에게는 저마다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올해로 프로 20년 차를 맞는 베테랑 포수 이성우에게 처음 프로 생활을 시작했던 LG 재입단은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방출과 트레이드, 쉽지 않았던 백업 포수의 설움

이성우는 성남서고 시절 강견의 포수로 주목을 받았지만 200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하고 육성 선수로 LG에 입단했다. 하지만 조인성(두산 베어스 배터리 코치)과 김정민(LG 2군 배터리 코치)을 보유한 LG에서는 프로 지명조차 받지 못한 무명 포수가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결국 이성우는 3년 동안 정식 선수로 등록되지 못한 채 2002 시즌이 끝나고 LG에서 방출됐다.

2004년까지 상무에서 군복무를 한 이성우는 2005년 테스트를 받고 SK 와이번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했지만 1군 데뷔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기약 없는 2군 생활을 하던 2008년, KIA 타이거즈에서 주전 포수 김상훈이 부상을 당하면서 포수진에 공백이 생겼고 이성우는 KIA와 SK의 3대2 트레이드를 통해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당시 KIA를 이끌었던 조범현 감독은 2006년까지 SK의 사령탑이었다).

2008년 5월 프로 데뷔 9년 만에 감격적인 1군 데뷔를 했고 그 해 10월에는 정우람(한화 이글스)로부터 프로 데뷔 첫 홈런도 때렸지만 이성우는 여전히 1군보다 2군이 더 익숙한 선수였다. 실제로 이성우는 2008년부터 2013년까지 6년 동안 1군에서 단 108경기 출전에 그쳤다. 연 평균으로 따지면 18경기에 불과한 수치로 이성우는 1군 포수 자원 중에서 결원이 생겨야만 1군에 간간이 얼굴을 드러내는 무명 선수였다.

2013년 어깨 부상과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일찍 접은 이성우는 2014년 백업포수 백용환의 부진을 틈 타 1군에서 63경기에 출전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100타수 이상을 기록했고 그 해 10월에는 2008년 이후 6년 만에 프로 통산 2번째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KIA팬들에게조차 낯선 이름이었던 이성우라는 선수를 야구팬들에게 알릴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

2015년 차일목이 부상에 허덕이면서 이홍구(SK)에 이어 KIA 제2의 포수로 활약한 이성우는 2016년 백용환의 약진과 군복무를 마친 유망주 한승택의 가세로 다시 55경기 출전에 그쳤다. 31.6%에 달하는 도루 저지율과 .990의 수비율은 2016년 KIA 포수진 중에서 가장 우수했다. 하지만 .211의 낮은 타율과 장타를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이성우의 타격은 빈약한 KIA의 안방에서도 경쟁력이 떨어졌다.

생애 첫 우승 반지 끼자마자 방출, 2019년 LG에서 새 출발

KIA는 2017 시즌을 앞두고 '꼬꼬마 키스톤' 김선빈, 안치홍의 전역과 100억 FA 최형우, 빅리그 출신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 영입으로 전력이 대폭 상승했다. 그리고 KIA는 우승에 도전하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안방 보강을 노렸고 SK에서 이재원의 그늘에 가려 있던 김민식을 주전 포수로 영입하려 했다. 결국 KIA는 2017년 4월 김민식을 영입하기 위해 SK와 4대4 트레이드를 단행했는데 이성우는 '노수광 외 3인'에 포함되며 9년 만에 SK로 복귀했다.

이성우는 2017 시즌 64경기에 출전해 타율 .279 1홈런14타점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특히 외국인 투수 스캇 다이아몬드와 찰떡 호흡을 과시하며 다이아몬드의 전담포수로 활약했다. 함께 이적한 이홍구가 53경기에서 10홈런을 기록하며 범상치 않은 장타력을 뽐냈지만 2017 시즌 이재원에 이은 SK의 두 번째 포수는 단연 이성우였다.

이성우는 이홍구가 현역으로 입대하고 허도환이 새로 가세한 지난해 시즌에도 정규리그 88경기에 출전하며 SK의 백업포수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360.2이닝 동안 단 하나의 실책도 저지르지 않았고 도루 저지율은 32.1%에 달했다. 이는 작년 시즌 300이닝 이상 출전한 포수 중에서 양의지(NC 다이노스, 37.8%), 주효상(키움 히어로즈, 35.7%), 정범모(NC, 32.8%), 최재훈(한화, 32.5%)에 이어 5번째로 좋은 기록이었다. 
 
 SK 와이번스 시절의 이성우

SK 와이번스 시절의 이성우 ⓒ 연합뉴스

 
이성우는 지난해 생애 첫 한국시리즈 우승 후 SK 구단으로부터 은퇴 권유를 받았다. 주전 이재원에 백업 허도환까지 자리가 확고한 데다가 1차 지명 출신의 유망주 이현석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역 연장 의지가 강했던 이성우는 방출을 요구했고 새해가 밝은 지 2주 만에 새 소속팀을 구했다. 지난 2000년 약관의 나이로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LG에 39세의 베테랑이 돼서 돌아가게 된 것이다.

LG는 지난 8일 1라운드 출신 포수 조윤준이 개인사정으로 은퇴를 했고 김기연이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으며 김재민은 작년 시즌이 끝난 후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유강남과 정상호의 뒤를 받칠 제3의 포수가 필요한 상황에서 경험 많은 이성우는 분명 팀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동갑내기 용덕한(NC)이나 차일목(한화)은 이미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성우는 여전히 당당한 현역으로 올 시즌에도 그라운드를 누빌 예정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LG 트윈스 이성우 백업포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