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아시안컵을 앞두고 출전한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 핫스퍼 FC는 14일(이하 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2라운드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손흥민은 선발 출전해 풀타임으로 활약했지만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한 채 아시안컵 합류 전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토트넘 손흥민(오른쪽)이 1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토트넘 손흥민(오른쪽)이 1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서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맨유는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대행 부임 후 치른 6경기(컵대회 포함)에서 전승을 거두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6경기에서 17득점을 퍼붓는 동안 실점은 단 3점에 불과할 정도로 공수 균형도 완벽에 가깝다. 맨유가 상승세를 타는 많은 원인 중 하나는 원톱 공격수의 변화를 들 수 있다. 특히 로멜로 루카쿠 대신 맨유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는 마커스 래시포드의 활약은 대단하다 못해 놀라울 지경이다. 

맨유가 공들여 키운 특급 유망주, 1군 데뷔전서 멀티골

전 세계의 모든 축구 클럽이 마찬가가지지만 맨유 역시 현재의 전력 만큼이나 미래를 책임질 새싹들의 성장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구단이다. 지금은 맨유의 '레전드'가 된 데이비드 베컴,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게리 네빌 같은 선수들은 모두 유소년 시절부터 맨유에서 전략적으로 키운 선수들이다.그리고 '퍼기의 아이들'로 불리던 이 선수들은 기대대로 성장하며 1998-1999 시즌 맨유 '트레블'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래시포드 역시 유스 시절부터 맨유에서 심혈을 기울여 키운 유망주다. 1997년 맨체스터에서 태어난 래시포드는 2005년 만 10세도 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맨유의 유스팀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맨유에서도 일찌감치 래시포드의 재능을 알아보고 연령대별 팀에서 차근차근 래시포드를 단계별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래시포드의 1군 데뷔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맨유는 2015-2016 시즌 웨인 루니(DC 유나이티드)가 급격한 폼저하와 잔부상으로 공격진에 구멍이 뚫렸고 U-18 유스팀에서 활약하던 래시포드를 1군으로 호출했다. 그리고 래시포드는 2016년2월 1군 데뷔전에서 멀티골을 기록하며 '괴물 신인'의 등장을 알렸다. 래시포드는 시즌 중반에 1군에 데뷔했음에도 2015-2016 시즌 18경기에 출전해 8골2도움을 기록하며 맨유팬들을 들뜨게 했다.

매우 인상적인 데뷔 시즌을 보내긴 했지만 래시포드는 역시 10대의 어린 유망주였다. 맨유는 2016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LA갤럭시)를 영입하면서 공격진을 보강했고 래시포드는 각종 컵대회를 포함해 53경기에 출전해 11골6도움을 기록했다. 물론 만19세 유망주의 성적으로는 충분히 훌륭하지만 곧바로 맨유 공격의 중심이 될 거라 예상했던 팬유팬들의 높은 기대치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활약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로멜루 루카쿠가 지난 3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어폰타인 세인트 제임스파크에서 열린 2018-2019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뉴캐슬과 원정 경기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로멜루 루카쿠 등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들(자료사진) ⓒ EPA/연합뉴스

 
맨유는 2017년 루니가 고향팀 에버튼FC로 돌아갔지만 벨기에 출신의 대형 스트라이커 로멜로 루카쿠를 영입하면서 공격진이 더욱 강해졌다. 여기에 겨울 이적시장에서는 FC바르셀로나와 아스널FC에서 활약했던 '월드스타' 알렉시스 산체스까지 가세했다. 그럼에도 래시포드는 52경기에서 13골9도움을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 속도를 보여줬다.

솔샤르 감독대행 부임 후 6경기 4골2도움, 맨유 6연승 주역

맨유는 2018-2019 시즌을 앞두고 즐라탄의 미국 이적 후 공석이 된 등번호 10번을 래시포드에게 줬다. 등번호 10번은 마라도나부터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까지 세계 최고의 공격수들이 달았던 에이스 번호로 맨유에서는 루니의 번호로 유명했다. 새로 영입한 선수가 아닌 유스에서 성장한 래시포드가 1군 데뷔 3년 만에 등번호 10번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높은 기대를 받고 있다는 뜻이다.

래시포드는 이번 시즌에도 루카쿠, 앙토니 마르시알, 조쉬 린가드 등과 함께 맨유의 공격진을 이끌었다. 하지만 래시포드는 당초 기대와 달리 많은 골을 기록하지 못한 채 17라운드까지 3골4도움에 그쳤고 맨유도 리그 6위로 밀려나며 명가의 자존심을 구겼다. 결국 지난 시즌 맨유를 리그 2위로 이끌었던 주제 무리뉴 감독은 지난해 12월 17일 리버풀전 1-3 패배 이후 성적부진에 책임을 지고 팀을 떠났다.
 
 맨유 감독대행으로 선임된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대행으로 선임된 올레 군나르 솔샤르 ⓒ 로이터/연합뉴스

 
솔샤르 감독대행은 맨유에 부임하자마자 공격진에 변화를 가져 왔다. 리그 6골을 기록하고 있던 원톱 스트라이커 루카쿠를 벤치로 돌리고 윙포워드로 활약하던 래시포드를 원톱으로 활용한 것이다. 래시포드가 유소년 시절과 루키 시즌에 보여줬던 '킬러본능'을 극대화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래시포드는 솔샤르 감독 부임 후 6경기에서 4골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맨유 6연승의 일등공신으로 활약하고 있다.

14일 3위 토트넘과의 경기에서도 래시포드는 천금 같은 결승골을 기록하며 맨유의 6연승을 이끌었다. 전반 34분 폴 포그바의 패스를 받은 래시포드는 오른쪽 측면으로 돌파하다가 토트넘의 중앙 수비수 얀 베르통언을 옆에 두고 오른발로 강한 슈팅을 날렸다. 래시포드의 발을 떠난 공은 몸을 날린 위고 요리스 골키퍼를 지나 토트넘의 왼쪽 골문 구석으로 정확히 빨려 들어갔다. 이날 경기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터진 유일한 골이었다.

래시포드는 이번 시즌 리그에서 7골6도움으로 13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폭발적인 순간 스피드와 강력한 킥을 바탕으로 뛰어난 득점력을 자랑하는 공격수지만 6개의 도움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주변 동료들을 활용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가장 무서운 사실은 래시포드가 아직 1997년생, 만 21세의 어린 선수라는 점이다. 맨유가 키운 이 무서운 영건은 과연 맨유에게 봄을 되찾아 줄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유럽축구 2018-2019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커스 래시포드 토트넘 핫스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