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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 테러 당시 한 소방관이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Pixabay)
 2001년 911 테러 당시 한 소방관이 현장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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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소방관 자살,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소방대원 정신건강 연대'(Firefighter Behavioral Health Alliance)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현장에서 순직한 소방대원의 수보다 자살한 대원의 숫자가 2배를 넘는다고 한다. 참고로 2017년 순직한 미국 소방대원은 모두 60명으로 집계됐다.

소방관의 자살률이 순직률보다 높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려진 사실이지만 수치가 이 정도라면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재난의 최일선에서 다른 이들의 생명을 지키는 이들이 오히려 자신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는 가장 취약한 그룹 중 하나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2015년 실시된 '응급의학서비스 저널(Journal of Emergency Medical Services)'의 조사도 유의미한 결과를 보인다.

조사대상인 4000명의 구급대원 중에서 무려 37%가 자살을 생각해봤으며 실제로 자살을 시도한 구급대원도 7%가량이나 됐다고 한다. 이는 일반인들에 비하면 10배가 넘는 수치다.

소방대원 자살의 직접적인 원인이 반드시 직무와 연관돼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경험하는 심각한 정신적 고통이 자살로 연결될 개연성이 농후하다는 예측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정신적 고통, 동료와의 소통을 통해 풀어라
 
지난 해 7월 아칸서스 주에서 개최된 미국소방대원협회 '동료지원 트레이닝' (사진: 아칸서스 소방대원협회)
 지난 해 7월 아칸서스 주에서 개최된 미국소방대원협회 "동료지원 트레이닝" (사진: 아칸서스 소방대원협회)
ⓒ 아칸서스 소방대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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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동료지원 프로그램(Peer Support Program)'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주축이 되는 것이 바로 '동료상담사'제도다. 동료상담사란 심리상담 전문교육을 이수한 소방대원을 지칭한다.

요즘 전문적인 정신상담과 치료 영역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등 많은 분야에서 소방대원의 정신건강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소방관의 성향을 고려해 보면 자신들이 경험했던 일들을 낯선 이에게 털어놓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미리 준비된 체크리스트 앞에 앉아서 처음 보는 의사나 상담사에게 "예 또는 아니오"를 반복하는 것조차 고통이라면 고통일 수 있다. 아울러 정신적 고통을 표현하는 것이 나약함의 표현이라는 소방관들의 인식도 조기치료를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바로 이 부분에서 동료상담사들의 역할이 빛을 발한다. 같은 일을 하고 있고 같은 현장을 이미 경험한 이들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보다 세심하게 자신의 고민들을 털어놓고 위로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끔찍한 재난현장은 마무리 되었지만 소방대원의 머릿속에는 그 잔상이 일정기간 남아서 지속적으로 괴롭힌다. 때론 꿈에 나타나며 불면증을 유발하기도 하고 심각한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재난은 끝났지만 그들은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형태의 재난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소방대원 정신치료와 회복을 위한 시스템 구축해야

소방관의 정신건강은 육체건강과 같은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 전담 부서의 설치와 함께 소방 전반에 건강한 정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이를 위해 소방관과 그 가족의 정신건강 혹은 심리 상담을 위한 관련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정기적으로 소방서 내에서 '보건안전위원회'를 개최해 소방대원들의 특이상황에 대해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 해야 할 필요성도 존재한다.

미국 소방대원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미국소방대원협회'(International Fire Fighter Association, 아래 IAFF)는 2017년 '소방대원 정신치료 회복 센터'(Center of Excellence for Behavioral Health Treatment and Recovery)를 개관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심리치료실, 체육관 등 모두 7개 동 건물에 64개의 침상을 갖췄다.
 
2017년 개관된 미국소방대원협회 '소방대원 정신치료 및 회복 센터' 전경 (사진: IAFF Center of Excellence)
 2017년 개관된 미국소방대원협회 "소방대원 정신치료 및 회복 센터" 전경 (사진: IAFF Center of Excellence)
ⓒ IAFF Center of Excel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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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 정신치료 및 회복 센터 내부 (사진: IAFF Center of Excellence)
 소방대원 정신치료 및 회복 센터 내부 (사진: IAFF Center of Excellence)
ⓒ IAFF Center of Excel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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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대원 정신치료 및 회복 센터 내부 치료실 사진 (사진: IAFF Center of Excellence)
 소방대원 정신치료 및 회복 센터 내부 치료실 사진 (사진: IAFF Center of Excellence)
ⓒ IAFF Center of Excell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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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에서 치료를 받고 난 소방대원들은 소방서에 복귀한 이후에도 각 소방서별로 마련된 '동료지원 프로그램'(Peer Support Program)에 의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미국소방대원협회(IAFF)는 미국 전역에서 대형재난이 발생했을 때 또는 소방서별로 요청이 있을 경우 자격을 갖춘 동료상담팀을 파견해 소방대원의 정신적 회복을 돕는 일도 하고 있다.

동료상담은 전문 치료영역과 정신적으로 고통 받는 소방대원들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 어떻게 보면 위급한 상태의 스트레스에 대해 심폐소생술과 같은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소방대원협회(IAFF)는 소방관 정신건강의 문제가 모두 동료상담으로만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우선은 소방대원 스스로가 자신이 겪는 직무 스트레스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 도움을 주고자 할 때 그 도움을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한다.

소방관이 겪는 정신건강의 문제는 '지독한 독감'에 비유된다. 정신적 고통은 회피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동료상담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태그:#소방대원, #자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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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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