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면 출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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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유행했던 말이다. 요즘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잘 없다. 출세하고 싶어도 출세의 자리가 아니라 출세를 하기 위한 기본적인 자리조차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대신 요즘은 이런 말이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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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하면 부모를 잘 만났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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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하다. 출세를 하는 것은 본인의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부모를 잘 만나는 것은 내가 노력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개천에서 용이 나기도 했지만 요즘의 용은 서울, 특히 강남에서 가장 빈번하게 태어난다. 아니 용으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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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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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연설에서 했던 말이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기회의 평등과 공정한 과정과 정의로운 결과를 말한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평등과 공정과 정의라는 단어가 상식이 돼 있지 못하다는 말이다. 앞서 많은 정치 지도자가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외쳤지만, 알고 보니 특권과 반칙을 숨기기 위한 정치 슬로건일 뿐인 적도 많았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에서는 태어나면서부터 경쟁이 시작된다. 어떤 부모를 가졌느냐에 따라, 경쟁은 시작부터 차이가 나 버린다. 기저귀와 분유값, 유치원 보육료 대기에도 벅찬 평범한 사람들에게 영어유치원과 영재교육은 이미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저 건강하게 태어나 비싼 장난감 사 달라 조르지 않고 혼자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알아서 국립대에 들어가고 부모 말 잘 들으면서 착하게 자라주면 그보다 고마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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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공화국이며 공화국의 핵심은 '연대 의식'이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연대'라는 단어는 '연세대'의 줄임말을 먼저 떠올린다. 공동체 사회의 구성원이지만 그 공동체 사회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연대보다 혼자 뛰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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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90년대 내가 학창시절을 보낼 때는 학교에 가는 버스를 타면 서로 가방을 받아주는 것이 당연했다. 목욕탕에 가면 아이나 어른이나 등을 밀어 달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사회였다. 내가 밀어주면 그 사람도 나를 밀어주는 '암묵적 규칙'이 통용되는 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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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지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지만 그 흘러간 시간보다 세상은 더 빨리 변했다. 버스에서 받아준 가방에 김치 국물이 흘러도 말하지 못하던 그 시절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나 볼 수 있는 드라마 소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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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드라마 < SKY 캐슬 >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7일 취임 100일을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드라마에 대해 "과도한 부분이 있는데 어쨌든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다수 입시전문가와 강남 학부모, 서울대 의과대 재학생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입시 코디네이터' '외국 명문대 입학 사기' 등에 조금 과장된 요소가 있지만 대부분 사실과 가깝다고 말했다. 극적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과장했지만 사실과 가까운 드라마. 물론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나와 경쟁선상에 함께 설 수도 없는 '딴 나라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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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경쟁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 경쟁의 규칙은 '입시제도'다. 난 학력고사의 마지막 세대다. 선 지원, 후 시험이라는 지금와서 보면 참 가혹한 제도 하에서 하나의 대학과 하나의 학과만 지원해 학력고사라는 시험 '한방'으로 모든 것이 결정 났다. 떨어지면 후기 대학을 지원하거나 재수를 하며 다음 해를 기약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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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것이 생기고 논술, 본고사, 학생부종합전형, 수시모집, 정시모집 등의 이해하기 힘든 제도가 태어났다. 제도가 복잡해진다는 것은 그만큼 돈과 권력이 개입할 여지가 많아진다는 뜻이다. 드라마에서도 입시 코디네이터는 본인이 고등학교 시절 전반을 관리하고 부모는 건강만 책임지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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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평등할지 모르나 과정은 공정하지 않다. 과정이 공정하지 않은데 결과가 정의로울 일은 애당초 발생하지 않는다. 승마 특기생으로 명문 사립대에 입학했지만 퇴학당한 어떤 여성은 돈도 실력이라며 억울하면 부모를 원망하라고 말한다. 돈이 실력이 되고 경쟁에서 가장 강력한 조건이 되는 사회에서 돈이라는 실력을 갖추지 못한 대부분의 국민들은 어떤 경쟁을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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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 SKY캐슬 >이 방송되는 날이다. 지난 방송은 15.8%(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의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나는 오늘도 돈이 실력이 되는 1%에 포함되지 못하지만 1%에 속하는 사람들의 삶을 보기 위해 15.8%의 시청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