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 신명호는 리그 최고의 수비 스페셜리스트다.

전주 KCC 신명호는 리그 최고의 수비 스페셜리스트다. ⓒ 전주 KCC

 
잘 나가던 전주 KCC에 위기가 찾아왔다. 최근 팀 내 수비 공헌도가 가장 높은 선수 중 한명인 신명호(36·183cm)가 불의의 부상으로 이탈하게 된 것이다. 내전근이 파열된 것으로 알려진 신명호는 최소 6주 정도의 휴식 기간이 필요한 상태다. 그렇지 않아도 송교창(23·201cm), 최승욱(25·192cm) 등 수비가 좋은 선수들이 줄줄이 빠져있는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말았다.

신명호의 부상은 대체(수비적인 부분에서) 할 선수가 없다는 점에서 더욱 뼈아프다. 송교창, 최승욱 등은 핵심전력이기는하지만 송창용(32·192㎝), 정희재(28·195cm) 등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로 일정 부분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하지만 신명호가 있는 가드진은 대체인원이 마땅치 않다. 이현민, 김민구, 전태풍(부상) 등 하나같이 수비가 약한 선수들 일색인지라 구멍이 커 보인다.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의 고심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단신 외인 티그의 가장 큰 문제점 '수비'
 
특히 단신 외국인선수 마퀴스 티그(26·185.4cm)의 수비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그는 NBA(미 프로농구) 출신 젊은 선수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던 것과 달리 기량적 측면에서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내외곽에서 별반 위력이 없는 공격력은 둘째 치고 장점으로 꼽히던 패싱 능력까지 기대 이하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다'는 전망과 달리 경기가 거듭될수록 공헌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무늬만 외국인 선수'라는 혹평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취약한 수비력이다. 같은 외국인선수끼리 매치업되는 대부분 타팀과 달리 티그는 주로 국내 가드를 맡는다. 수비에서 감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신명호, 최승욱, 송창용 등이 상대 단신 외인수비를 담당했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티그의 수비는 여전한 불안하다는 점이다.

티그와 매치업되는 상대 가드는 그야말로 펄펄 날기 일쑤다. 평소보다 더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공수에서 활약도가 올라간다. 속공시 알 수 있듯이 티그는 상당히 빠른 발을 가진 선수다. 하지만 수비시에는 웬일인지 상대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하고 번번이 뚫리기 일쑤다. 몸놀림은 물론 센스까지 떨어지는지라 어지간한 식스맨급 가드를 맞아서도 쩔쩔 매는 모습을 노출한다.

그렇다고 활동량을 높여 움직임을 많이 가져가는 것도 아니라 지켜보는 팬들의 속을 새까맣게 태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른 국내선수들이 티그의 수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더 뛰어다닐 수밖에 없고 종종 과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올 시즌 KCC의 약점 중 하나인 외곽수비의 상당수 마이너스 지분은 티그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신명호는 상대 단신 외국인선수 혹은 주득점원을 마크하는 것을 비롯 끊임없는 도움수비까지 전천후로 활약하며 앞선수비의 알파와 오메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중요한 시점에서 발생한 그의 공백이 뼈아플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신명호의 수비력은 다른 단점을 덮을만큼 엄청나다.(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중)

신명호의 수비력은 다른 단점을 덮을만큼 엄청나다.(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중) ⓒ 케이비리포트 제공

 
슛 없는 남자? 그보다 더 중요한 팀 내 플러스맨
 
신명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이른바 '슛 없는 남자'다. 슛에 있어서 신명호는 그야말로 악명(?) 높다. 단순히 안 좋은 걸 떠나서 최악의 수준이다. 이는 상대팀에서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인지라 신명호에게 외곽찬스가 가면 대놓고 버려두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때문에 신명호는 오픈찬스에서 슛을 시도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대도 맞추지 못한 채 에어볼이 나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작전타임 중에 얘기한 "신명호는 놔두라고!"는 두고두고 회자되는 명언이 된 지 오래다. 신명호 입장에서는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신명호는 꾸준히 프로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다른 포지션도 아닌 가드가 어지간한 센터보다도 슛이 나쁘다는 것은 단점을 넘어 심각한 사안이다. 그런 공격력으로 지금까지 한 팀에서 롱런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프로는 냉정한 세계다. 단지 예전의 공헌도가 좋아서, 프랜차이즈급 인기선수라서 적지 않은 나이에도 로스터 한자리를 차지하고 버틸 수는 없다. 신명호가 있음으로 해서 얻어지는 득이 실보다 크니까 여전히 노장투혼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잘 알다시피 신명호는 국내 최고의 수비 스페셜리스트다. 한창 때의 그는 파워·스피드·체력 등 3박자를 고루 갖춘 전천후 수비수였다. 패스가 나가는 길목 등을 캐치하고 상대팀의 움직임을 미리 간파해 차단하는 이른바 예측 수비에도 능했다. 경기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끈질긴 수비를 펼치게 되면 당하는 상대 입장에서는 수렁에 빠진 듯 허우적 거리며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기가 어려웠다.

한술 더 떠 자신의 상대를 꽁꽁 묶는 것도 모자라 동료가 막아야 할 선수에게까지 도움 수비를 들어가는 데도 일가견이 있었다. 매치업에서 동료가 밀리거나, 혹은 뚫렸다 싶은 순간에는 여지없이 협력수비를 들어가며 팀 디펜스의 사령탑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허재 감독이 이끌던 KCC 2차 왕조 시절에도 신명호는 숨은 공신이었다. 당시 강병현, 임재현 등 들개군단과 함께 앞선 '질식수비'의 선봉에 섰다. 견디다 못한 상대팀에서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 신명호에게 노골적으로 거친 몸싸움을 펼치며 신경전을 펼쳤을 정도다. 역대로 수비수가 그러한 견제를 받던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신명호는 수비에 관해서는 그야말로 테크니션이었다. 상당수 수비수들이 의욕에 넘쳐 거칠게 수비를 하다 매치업 상대를 다치게 하는 경우가 잦은데 신명호는 달랐다. 정면에서 힘과 기술로 상대를 압도했다. 외려 상대팀의 견제에 본인이 부상을 입는 경우가 종종 있었을 뿐이다. "외곽슛만 갖춘다면 5억 원짜리 선수다"는 허 감독의 말이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신명호는 예전처럼 엄청난 수비 짐승의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다. 하지만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수비수 중 한명이다. 이를 재빨리 파악한 오그먼 감독은 부임하기 무섭게 잠자고 있던 신명호를 중용하며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삼는 현명한 처사를 보였다. 신명호가 상대 앞선을 강하게 압박하고 중요 선수를 담당해주었기에 KCC 가드진의 취약한 수비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다.

신명호의 부상은 KCC 전체의 상승세에도 관계가 있을 만큼 치명적인 것이 사실이다. 시즌 아웃은 아닌지라 플레이오프 등 중요한 경기에서는 재출격이 가능한 상태지만 순위 싸움이 한창인 현재 상황에서 아쉽게 됐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신명호의 공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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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호 부상 KCC 가드진 신명호는 놔두라고 슛없는 남자 신명호 유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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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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