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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하며 제주도청 중앙계단에서 밤샘 농성을 하는 제주 도민과 활동가들
ⓒ 제주도청 앞 텐트촌 사람들	관련사진보기

  
9일 오전까지도 제주도청 앞에는 제2공항을 반대하는 단식농성과 도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2공항을 반대하는 도민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도청 앞에 텐트를 치고 밤을 새웠습니다.

지난 7일 제주시는 제2공항 건설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며 단식을 하는 김경배씨와 이를 지지하는 도민들이 세운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기도 했습니다.

제2공항을 반대하는 도민들은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단식 중인 김경배씨와의 면담에 응하라"면서 중앙계단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습니다.

갑자기 몰려든 기자,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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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는 갑자기 언론사 기자들이 몰리자, 기자에게 이유를 물었고, 기자들은 도청 공보실에서 언론사마다 취재오라는 연락이 왔다고 답변했다.
ⓒ 페이스북 화면 캡처	관련사진보기

  
8일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각 언론사 기자들이 몰려오고 있다"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는 몰려든 언론사 기자들에게 왜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갑자기 왔는지 물어보니, 도청 공보실에서 언론사마다 취재 오라고 연락이 왔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도청 행사도 아니고, 제2공항 반대 집회와 시위를 취재해달라고 도청 공보실에서 연락이 왔다는 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었습니다.

원희룡 지사 충돌 우려된다는 문자 보낸 제주도청 공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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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제주가 공개한 제주도청 공보실에서 보낸 문자. 원 지사의 도청 출입 시간을 보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 페이스북 화면 캡처	관련사진보기

  
지난 8일 KBS제주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이날 낮 1시쯤 제주도 공보실로부터 온 문자를 공개했습니다. 문자에는 "금일 13시 10분 지사님 정문 출입 예정입니다, 현장에서 충돌 우려가 있으니 언론 취재 시 참고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도청 공보실에서 원희룡 지사의 정문 출입 시간을 알려주는 자체도 이상하거니와 충돌이 우려된다고 취재 요청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KBS제주는 "부장 왈 '기자 생활하면서 이런 취재 요청은 또 처음이네'"라며 언론계에서도 보기 드문 문자였다고 설명합니다. 제주도청 공보실은 KBS제주에 "충돌 우려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보여주고 싶은 그림은?

KBS제주 기자들은 도청의 이례적인 취재 요청에 "원 지사가 언론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그림은 뭐였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고 합니다.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는 '원희룡 제주도지사 집무실 복귀 시나리오(?)의 전말'이라는 기사에서 "'충돌 우려가 있으니 언론 취재에 참고해달라'는 문자는 결국 원 지사가 봉변을 당할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좋은 그림(?)'을 잡아달라는 뜻이 아니겠는가"라고 분석했습니다(관련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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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언론은 원희룡 제주지사의 도청 출입을 가리켜 ‘정면 돌파’라고 표현했다.
ⓒ 임병도	관련사진보기

 
제주도청 공보실의 문자 덕분인지 8일 생산된 뉴스를 보면 '정면돌파 택한 원희룡 제주지사'라는 제목과 함께 당당하게 걸어가는 원 지사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중앙일보>는 <원희룡 도청진입 과정 소동..."통행 방해하면 안 됩니다">라며 마치 제2공항 반대 도민들이 민원인의 통행을 방해하는 사람처럼 묘사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제주2공항 반대천막 재설치... 원희룡 도청진입 과정서 소동'이라는 기사에서 원 지사가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 때문에 도청 안으로 어렵게 진입했다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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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9일 제주신보. ‘무너진 공권력’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 제주신보 PDF	관련사진보기

 
제주지역 신문인 <제주신보>는 9일 1면에 '무너진 공권력'이라는 제목으로 제2공항 반대 농성을 다뤘습니다. <제주신보>는 '도청 점거'라는 표현과 함께 경찰이 수수방관했다고 보도했습니다.이 신문은 "경찰이 활동가들에게 쩔쩔매면서 공권력이 실종된 상태"라고 짚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은 되레 공권력이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에게 폭력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7일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제주도가 김경배씨의 텐트와 제주녹색당의 천막을 강제철거한 것을 두고 "도민의 목소리를 원희룡 지사가 공무원을 동원해 처참히 짓밟았다, 21일째 단식 중인 사람에 대한 예의도 없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제주신보>는 '민원인 불편은 누가 책임 지나'라는 소제목을 뽑았습니다. 8일 제주도청에 들어서면서 원희룡 지사가 "여기는 민원인이 다니는 통로다, 길을 막지 말아달라"라고 말했던 것이 보도 방향에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원 지사와 제주도청 공보실이 원했던 그림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요.

원희룡 지사는 피켓을 밟았어냐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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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 도지사가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들이 서 있는 중앙계단으로 퇴근하는 모습
ⓒ 제주도청 앞 텐트촌 사람들	관련사진보기

 
8일 원희룡 지사는 도청 중앙계단을 통해 걸어가면서 계단에 설치된 반대 농성 참가자들의 피켓을 밟고 갔습니다.

당시 참가자들은 원희룡 지사가 자신들 쪽으로 걸어오기에 대화를 하려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원 지사는 제2공항 반대 피켓이 있는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고, 퇴근 때도 피켓을 밟고 나갔다고 합니다.

원 지사가 제주도청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굳이 제2공항 반대 농성 참가자들과 피켓이 있는 중앙으로 걸어갈 필요는 없었습니다. 옆쪽으로도 공간이 있기에 충분히 그쪽으로 걸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 제주 제2공항에 찬성하는 도민들보다 반대하는 도민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제주 제2공항 반대 범도민행동과 제주대학교 공동자원과 지속가능사회 연구센터가 실시한 제주 제2공항 도민여론조사 결과, '기존 계획대로 공항을 추진해야 한다' 42.7%, '다른 방안으로 공항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34.5%, '공항시설 확충이 불필요하다' 16.2%의 분포를 보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화가 아닌 강제적인 방법과 언론 플레이 등을 통한 정면 돌파(?)는 원 지사에 대한 신뢰감 하락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원 지사는 피켓을 밟고 가기보다 걸음을 멈추고 대화를 통해 도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지 않았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