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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선포식을 하고 있다. 2019.1.8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선포식을 하고 있다. 20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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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국민은행 만들겠습니다. 채용비리·부당노동행위에도 아무 말 못하는 국민은행이 아니라, 직원들이 진정 국민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국민의 은행으로 만들겠습니다."

8일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아래 국민은행 노조) 위원장이 한 말이다. 이어 그는 "집에서 아빠를 기다리고 있을 저희 세 아들에게..."라고 울먹이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이에 9500명(노조 쪽 추산)의 노동자들이 박수를 치며 응원하자 박 위원장은 이내 "끝까지 싸워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힘찬 목소리로 외쳤다. 

이날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은행 노조 총파업에서 박 위원장은 "이날 새벽까지도 회사 쪽은 주요 안건에 대해 별다른 입장 정리 없이 여전히 (합의를) 강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이제는 지점장들을 겁박하고, 조합원들의 총파업 참여를 방해하고, 조합원을 호도하는 부당노동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힘 없는 청년후배들 급여 올려 줄 수 없다고 해"

그러면서 박 위원장은 "(은행장) 동영상 담화문을 시작으로 경영진 총사퇴, 계속된 회의를 통해 회사는 앞뒤 맞지 않는 거짓말로 돈 때문에 하는 파업인 것처럼 여론을 호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힘 없는 청년 후배들의 급여를 올려줄 수 없다고 하고, 노조가 제시한 임금피크제조차 자신들이 제시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국민은행 노사는 저임금직군(L0)의 근속연수 인정, 승진을 못하면 임금 인상을 제한하는 페이밴드 폐지 등에 대한 임금·단체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을 거쳐 6차례의 교섭을 진행했지만 성과급(보로금) 외 부분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했고, 노조는 이날 하루 동안 19년 만의 총파업에 들어갔다. 

당초 핵심쟁점으로 부각됐던 성과급 문제는 지난 7일 총파업 전야제 이전 노사가 합의점을 찾으면서 일단락됐다. 그렇지만 노조는 여전히 신입행원 페이밴드 등 회사 내 차별제도가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총파업을 예정대로 진행했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340일째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출근저지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단순한 투쟁이 아니라 이 땅의 금융산업 발전과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라며 "왜 국민은행 민주주의는 죽어야 하는가, 행장과 회장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국민은행 노조는 채용비리, 부당노동행위 등을 지적하며 허인 국민은행장과 윤 회장의 퇴진운동을 벌였었다.  

"회사가 직원들 바보로 알아...소모품으로 보고 파업 가지 말라 압박"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선포식에 앞서 '총파업'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매고 있다.
 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조합원들이 총파업 선포식에 앞서 "총파업"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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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노동자들도 은행장 등 경영진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내며 성과급 문제만으로 파업에 참가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인천에서 온 한아무개씨(43)는 "직원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것은 마지막까지 경영진들이 직원들을 기만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제 협상이 결렬되기도 전에 (회사가) 사전 녹화된 (은행장 담화) 영상을 틀었고, 그 뒤 지점장 등 말단 경영진들이 근태를 압박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씨는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성과급 부분이 아니라 회사가 직원들을 바보로 아는 것"이라며 "(회사를 위한) 소모품으로 보고 파업에 가지 말라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행장과 회장이 책임지고 물러나 노사관계에서 신뢰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대구에서 온 최아무개(50)씨도 "행장 본인 입으로 이야기했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뜻에서 파업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임금피크제 등에 대해 상급단체인 금융노조 차원에서 노사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허 행장이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이어 그는 "(직원들끼리) 성과급 때문에 노조가 파업하는 것으로 알려진 점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언론이 잘 전달해야 할 것"이라며 "페이밴드 등 다른 문제도 많다"고 덧붙였다.  

이날 총파업에는 20~30대 젊은 노동자들과 여성 노동자들도 상당수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은행 노조는 현재 신입행원에게만 적용되는 임금상한제인 페이밴드 폐지와 과거 비정규직이었던 직원들의 근무경력 인정 등을 핵심쟁점으로 정한 뒤 회사 쪽과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불편 끼쳐 대단히 죄송...청년·여성노동자 차별 고치기 위해 모여" 
 
8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진행된 국민은행 노조 총파업. (왼쪽부터)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위원장, 류제강 KB국민은행지부 부위원장.
 8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진행된 국민은행 노조 총파업. (왼쪽부터) 허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KB국민은행 지부 위원장, 류제강 KB국민은행지부 부위원장.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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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위원장은 가장 먼저 이번 파업으로 불편을 느꼈을 소비자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는 "국민들과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죄송하고 매우 무거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조직 내에서 오랫동안 뿌리내려온 차별적인 관행, 청년 은행원과 여성은행원에 대한 잘못된 제도를 고치기 위해 이날 직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가 성과급에 대해 여러 차례 수정된 제안을 내놨고, 노조는 이를 대부분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가장 핵심은 청년 은행원의 기본급 상승을 제한하는 것과 저임금직군 직원들의 근무경력을 인정하지 않는 문제"라며 "이를 분명하게 은행장에게 확인시켜줬다"고 박 위원장은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의 근속연수 계산 문제에 대해선 임원급 교섭에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페이밴드도 청년 은행원에 대한 차별이라 생각하고 있어 늦어도 1~2달 안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노조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는 "임금피크제도 (상위노조단체에서) 합의한대로 1년 연장돼야 한다"며 "회사에서는 거꾸로 6개월 단축을 요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의 말이다. 

"국민은행 경영진, 오직 실적만 중시...2차 파업 안 가도록 최선 다할 것"

"작년에 사망한 노동자가 10명에 이릅니다. 대부분 심혈관질환 등 돌연사였는데 성과주의, 단기실적주의가 원인이 된 것입니다. 지점장 3년차가 되면 소속 지점 없이 영업을 해야 하는 지위로 바뀌는데 과거에는 이들이 복귀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 기준이 1.5배까지 올라갔습니다. 현실적으로 본인 영업능력이 뛰어나더라도 현업에 복귀하기 어렵다는 것을 직원들이 알게 됐습니다. 경영진들이 오직 실적만 중시하고 직원들을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지난 3개월 임단협 과정에서 적나라하게 보여줬습니다. 직원들이 이런 모습들에 실망하고 분노에 차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합니다."

노조는 총파업 이후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다면 오는 30일부터 2~3일 동안 2차 총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이는 확정된 계획은 아니다"라며 "집중교섭이나 중노위 사후조정 신청 등 여러 방법을 시도하겠다, 2차 투쟁까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7일 오후 9시에 열린 전야제를 포함한 이번 국민은행 총파업 일정은 이날 오후 3시 마무리됐다. 

한편 국민은행은 이날 총파업에도 전국 1058개 영업점과 모바일뱅킹 등을 정상 운영했다. 이와 함께 은행은 소비자들이 주택구입자금대출 등 영업점에서 일부 제한이 있을 수 있는 업무를 원활하게 볼 수 있도록 전국 411개 거점점포를 마련하기도 했다. 또 가계·기업대출의 기한을 연장하고, 이날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은 업무에 대해선 연체이자를 매기지 않는다고 은행 쪽은 안내했다.  
 
KB국민은행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들어간 8일 서울 시내의 한 거점점포를 찾은 한 시민이 '상담/부재중' 안내가 표시된 창구를 바라보고 있다. 2019.1.8
 KB국민은행이 19년 만에 총파업에 들어간 8일 서울 시내의 한 거점점포를 찾은 한 시민이 "상담/부재중" 안내가 표시된 창구를 바라보고 있다. 20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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