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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 신년사 발표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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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 마디에 개성공단에 입주했던 기업인·관계자의 마음이 두근거렸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2016년 2월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3년이 돼가지만, 입주 기업인들은 시설점검도 하지 못한 상태다. 이들의 여섯 차례 방북 신청을 통일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 입주 기업인들은 당장 오는 9일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9일 기업인들은 통일부에 시설점검을 위한 방북을 승인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이들은 남북당국이 '대가 없는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두고 실무협상을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측이 대가나 조건을 달지 않겠다고 했으니,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의 문은 남북이 협의하면 열릴 수 있을까? 이를 두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을 비롯한 남북현안을 다루는 전문가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적극론] 개성공단 관계자들 "북의 담대한 제안 받아야"
 
2018년 10월 22일 오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의 모습.
 2018년 10월 22일 오후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의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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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기업인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북측이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을 통해 남측에 담대한 제안을 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진척을 보인 남북 평화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금강산과 개성공단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북제재에 발목이 잡혀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남측의 부담을 북측이 덜어주려는 제안이라는 견해다.

"신년사에서 유일하게 남측을 향해 말한 건 개성공단과 금강산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안보리 제재는 일부 연결돼 있다. 그래서 북이 조건 없이 재개해도 된다는 것이 기회다. 우리가 제재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기회를 준 거 아닌가. 북은 대단한 용의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남측이 북의 의도를 분석하되 남북이 일단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측의 '조건 없이 재개'란 표현을 북측이 아무런 금전적 이득을 취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김 이사장은 "제재가 걸리면 돈이 북으로 안 들어가면 되지 않나, 지금 북은 임금을 달러로 받지 않아도 된다고 한 것"이라며 "정확히 어떤 뜻인지 실무자 협의를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장 역시 실무회담을 강조했다. 그는 "이 문제를 풀어갈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라면서 "돈이 북에 들어가면 제재에 걸리지만 해법은 있다, 개성공단 노동자에게 줄 임금을 (대한민국) 정부가 갖고 있다가 비핵화 진전에 따라 북측에 지급하는 방법도 있다"라고 조언했다. 남측의 의지만 있다면, 제재를 피해갈 방법은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결국, 협상의 문제인데 정부가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기도 하다.

금강산을 지렛대로?
 
2018년 12월 26일 오전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궤도 체결식을 하고 있는 모습.
▲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2018년 12월 26일 오전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궤도 체결식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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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의 제안을 금강산을 통해 풀어나갈 수 있다는 입장도 있다. 대북제재가 관광을 금지하진 않았으니 먼저 추진해 볼 여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대량 현금(벌크캐시·bulk cash)이 북으로 들어간다는 점인데, 이 역시 북이 '대가 없고 조건 없는'이라고 의사를 밝힌 만큼 남측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굳이 관광이 아니더라도 금강산을 활용할 수 있다는 구상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금강산 지역의 평화적·인도적 활용을 제안했다. 홍 실장은 "당장 수익이 날 수 있는 금강산 관광 재개보다는 금강산 시설을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라며 "남북의 인도적 사회문화 교류의 문을 열어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업적 목적이 아닌, 인도적인 목적으로 금강산을 활용하는 것은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만큼 미국과 협상해 볼 만하다는 주장이다. 홍 실장은 "남북이 우선 평화적으로 금강산을 활용하다가 북미 관계진전에 따라 금강산 관광 재가동을 살펴보면 된다"라고 덧붙였다.

금강산·개성·철도 등을 묶어 '제재 해제 특구'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미국이 가장 덜 불편해 하는 금강산을 제재 해제 특구로 지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개성이나 철도 등도 협의해 볼 수 있다"라며 "일부 지역을 제재해제 하면 북도 비핵화 협상에 나설 동기가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신중론] "남북 먼저 움직이면 한미갈등-남남갈등 이어질 수도"
 
지난 6월 27일 역사상 최초로 북한 김정은 국방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났다.
 지난 6월 27일 역사상 최초로 북한 김정은 국방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만났다.
ⓒ 합동 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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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금강산·개성공단 재개 역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속도에 맞춰야 한다는 전문가 견해 역시 만만치 않다. 북측이 신년사를 통해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 남측이 즉각 답하거나 뭔가를 이뤄내야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비핵화 과정이 진전되지 않으면, 남북 경협 역시 속도를 내기 힘든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전략연) 수석연구위원은 "비핵화 호흡을 보면서 진행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냉정하게 보면, 지금 당장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에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라며 "한미간의 마찰이 생기면 남남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한미 워킹그룹 등을 통해 미국과 협의해 가며 풀어갈 문제"라고 정리했다.

임수호 전략연 책임연구위원 역시 "기술적으로는 금강산을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개성공단의 시설을 개보수하는 것이 제재를 위반하는 건 아니다"라고 전제하면서도 "하지만 외교는 정치의 문제다,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이 먼저 움직이면 한미갈등-남남갈등이 있을 수 있다"라고 짚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중소·벤처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조건없이, 대가없이 재개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라며 "국제제재의 문제가 해결된다면 (개성공단·금강산 관광등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태그:#김정은 위원장,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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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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