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스토브리그가 열리면 어느 구단에서 최종 낙찰 가격(?)을 줄지 팬들끼리 맞춰보는 것이 소소한 일거리다. 이번 스토브리그 최고의 화제 선수는 단연 양의지(두산 → NC)였다.
 
 양의지

양의지 ⓒ 연합뉴스

 
이미 2018 시즌 개막 전부터 '적어도 100억부터 시작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어쨌든 이런 대형 선수들은 '부르는 것'이 가격이고 수요 구단도 확실하다. 취약 포지션을 한 번에 메워 주기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FA 대상자들은 이런 대형선수들이 아니다. 소박하게 내가 가진 권리를 행사하고 가치를 알아주는 구단이 성심 성의껏 협상하면 일사천리로 끝내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데 '계약이 어렵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도대체 현행 프로야구의 FA제도의 어떤 점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보상금·보상선수제도가 중·소형 FA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다?
 
현행 프로야구 FA 제도는 크게 다음과 같이 흘러간다.
 
우선 FA 제도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 조건이 주어진다면 선수가 FA 선언을 한다. 그리고 소속했던 구단 그리고 FA 신청한 선수에게 관심 있는 타 구단이 협상을 진행한다. 이렇게 협상 후 FA 선수 본인에게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한 구단과 계약하고 구단에서 공식 발표를 한다. 원 소속 구단에 남는다면 별 일 없이 넘어가지만 선수가 타 구단으로 이적한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우선 FA로 선수가 유출된 구단은 아래와 같이 2가지 안을 선택할 수 있다.
 
가) 보상 선수를 받지 않는 경우 : 직전 연봉 금액의 300% 보상 금액 수령
나) 보상 선수를 받고 싶은 경우 : 직전 연봉 금액의 200% 보상 금액 수령 + 보상선수 1명

 
예를 들어 2018시즌 FA 최대어 양의지 선수의 2018년 연봉은 6억 원이다.
이 규정대로라면 두산은 2가지를 선택할 수 있으며 선택지는 아래와 같다.
 
가) 보상 선수를 받지 않는 경우 : NC에서 18억 원 (6억 원*300%) 수령
나) 보상 선수를 받고 싶은 경우 : NC에서 12억 원 (6억 원*200%) 수령 + 보상선수 1명 획득

 
이런 대형 FA는 아마 구매 구단에서 보상금이 크게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냥 보기에도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중·소형 FA를 영입해 향후 2~3년간 취약 포지션에 활용하고 선수 육성할 시간을 벌고 싶은 구단들은 지갑을 쉽게 열 수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중·소형 FA 선수 A를 만약 타 구단에서 관심을 보여 영입에 성공했다고 가정하자. 계약 규모는 3년에 10억 원으로 가정한다. 그렇다면 중·소형 FA는 보상금이 계약 금액의 거의 절반 수준이거나 절반을 훌쩍 뛰어 넘을 수 있다.
(※ A 선수의 2018시즌 연봉은 2억 5천만 원이라고 가정한다.)
 
1) 보상금만 원 소속 구단 측에서 요청할 경우
 → 영입할 구단이 지출할 금액: 선수 A 영입 10억 + 보상금 7억 5천만 원 = 17억 5천만 원
 
2) 보상금+보상 선수를 원 소속 구단 측에서 요청할 경우
 → 영입할 구단이 지출할 금액: 선수 A 영입 10억 + 보상금 5억 원 = 15억 원
 → 보상 선수 1명을 영입 구단에서 이적 진행

 
이는 국내 프로야구단이 초대형 FA가 아니면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지금처럼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버리니 자연스럽게 중·소형 FA 선수들이 FA 이적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결국 FA를 두 번째 취득한 대부분의 노장 선수들은 충분히 더 활약할 수 있음에도 당당한 권리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다.

세분화한 FA 자격 등급과 보상금액의 조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옆 나라 일본은 FA 제도를 어떻게 운영할까? 일본 프로야구는 FA 제도를 1990년대에 도입했다. 또한 여러 차례 손질을 했겠지만 지금 운영하는 제도를 정리하면 아래 표와 같다.

현재 일본 프로야구에는 선수 등급을 A, B, C 랭킹으로 나누는 등급제가 있다. 2008년부터 도입된 일본프로야구 FA 등급제에서 랭킹 A, B 선수들은 보상 선수가 있지만, C등급 선수들은 아예 보상 선수와 보상 금액이 없다. 그러므로 랭킹 C의 선수들은 비교적 더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랭킹 A는 일본 내 12개 구단의 전체 선수 연봉 랭킹 1위에서 3위까지라는 점이다. 랭킹 B는 4위에서 10위까지이며 랭킹 C는 11위 이하의 선수다. 아래의 사진이 그 예이다.
 
일본의 FA 제도 일본의 FA 제도에 대한 내용을 표로 정리하였다. 선수 보상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보상금 차등 지급이 있다. 그렇지만 랭킹으로 나누어서 중*소형 FA 선수들도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 일본의 FA 제도 일본의 FA 제도에 대한 내용을 표로 정리하였다. 선수 보상이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보상금 차등 지급이 있다. 그렇지만 랭킹으로 나누어서 중*소형 FA 선수들도 권리 행사를 할 수 있도록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 장정환

 
(일본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자료를 각색 및 번역)
 
이 표를 토대로, 양의지 선수를 '랭킹 A'로 가정하고 한 번 대입해 보자.
 
1) 랭킹 A급 양의지 선수의 FA 이적 (두산 → NC)
① 두산 구단에서 보상 선수를 받지 않는 경우 : 4억 8천만 원(6억 원*80%) 수령
② 두산 구단에서 보상 선수를 받고 싶은 경우 : 3억 원(6억 원*50%) 수령 + 선수 1명 획득

 
이번에는 FA 자격을 2번째 취득한 랭킹 B의 C선수를 가정하면 아래와 같은 결과가 나온다. (※ 참고로 C 선수의 연봉은 4억 원으로 가정한다)
 
2) 랭킹 B·C선수의 FA 이적 (원 소속 구단 → 타 구단)
① 원 소속 구단에서 보상 선수를 받지 않는 경우 : 1억 2천만 원(4억 원*30%) 수령
② 원 소속 구단에서 보상 선수를 받고 싶은 경우 : 8천만 원(4억 원*20%) 수령 + 선수 1명

 
이렇다면 (구단이 전략적으로 큰 돈을 보상받기 위할 수도 있으나) 일단 FA를 통한 선수 유출을 막기 위해 무작정 연봉을 많이 올리지 않는다. 그리고 중·소형 FA 선수들에게 타 구단들도 다소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다.

그래서 실제 일본은 C 등급에 해당하는 선수들은 보상금이나 선수 유출이 거의 없어 2~3년 정도 활약할 수 있는 선수들의 이동이 꽤 있다. 덧붙여 설령 '팔아도' 들어오는 보상금액이 적어 (물론 그래도 무성의한 구단이 없지는 않으나) 프랜차이즈 스타가 다른 팀으로 이적하지 않도록 좀 더 성심 성의껏 협상에 임할 수 있도록 한다.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운영하는 한 가지 특이한 FA 룰이 있다. 기본적으로 일본은 FA 제도를 통한 선수 영입은 2명으로 제한한다. 그러나 FA를 선언한 선수들의 총 인원을 감안해 영입할 수 있는 선수들의 수에 유동성을 둔다. 비교적 자금력이 떨어지는 구단이 중·소형 FA 영입을 통해 부족한 전력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는 것도 아래와 같은 인원 제한 제도 때문이다.
 
1) FA 권리 선언 선수의 총 인원이 21명 이상 30명 이하 - 3명까지 영입 가능
2) FA 권리 선언 선수의 총 인원이 31명 이상 40명 이하 - 4명까지 영입 가능
3) FA 권리 선언 선수의 총 인원이 41명 이상 - 5명까지 영입 가능


노장 선수·중저가 FA 선수들도 팀 선택의 자유 누려야
 

지난해 FA 80억 상한제를 두려 했으나 구단들 차원의 논의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또한 최근 양의지 선수의 125억 이적으로 최근 언급됐던 'FA 상한선' 제도가 시장의 논리를 이기기 힘들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렇다면 결국 지금의 FA 제도 보완은 해외나 다른 종목에서 운영하는 제도를 어느 정도 참고해 손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계에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사라진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도 다시 등장했다. 보상 선수 유출을 막고자 선수가 원 소식팀과 FA 계약을 마치고 트레이드 형식으로 팀을 옮기는 방식이다. FA 등급제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중저가 FA 선수들은 FA 제도를 통한 이적보다 팀 잔류나 '사인 앤 트레이드' 방식으로 이적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의 제도로는 'FA 미아'를 만든다는 지적이 이미 수 년 전부터 계속 나온다. 2019년으로 접어들었지만 초대형 FA를 제외한 나머지 FA 계약은 여전히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제도는 결국 노장 선수로 하여금 더 나은 상황의 팀으로 이적할 가능성을 줄이거나 은퇴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고려하게 한다. 다소 나이가 많거나 전성기가 지났다는 이유로 FA 제안조차 끊어지거나 권리 선언마저 눈치를 보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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