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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이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전문을 보도했다. 사진은 신문 1면을 캡처한 것으로, 신문은 이날 평소의 6면에서 8면으로 발행 면수를 증면했다.
▲ 노동신문, 김정은 신년사 전문보도  북한 노동신문이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전문을 보도했다. 사진은 신문 1면을 캡처한 것으로, 신문은 이날 평소의 6면에서 8면으로 발행 면수를 증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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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무실로 보이는 공간에 편안히 앉아 신년사를 발표해 변화된 모습을 보였던 북이 신년사 보도에서도 이전과 차별성을 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를 발표한 이후 북측 관영매체 <로동신문>은 연일 신년사 관련 내용을 싣고 있다. 신년사 이튿날은 당, 정부, 기업 등의 경제분야 간부들의 글을 실었다. 3일에는 '올해 신년사의 기본내용'이라며 신년사의 핵심을 뽑아 정리했다.

① 북남사이의 군사적적대관계를 근원적으로 청산하고 조선반도를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지대로 만들어야 한다.

② 북남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켜야한다.

③ 전민족적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하며 그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신년사에서 대남 관련한 내용을 번호를 매겨 요점 정리한 것. 보통 신년사를 발표하면 <로동신문>이 각 나라의 반응이나 해설을 싣기는 하지만 핵심을 뽑아 정리한 경우는 없다. 2018년 1월 2~3일에는 '자력자강의 동력으로', '인민 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 강화에 총력을' 등으로 신년사를 이행하겠다는 다짐을 보도한 정도다.

<로동신문> 보도의 변화는 대내·대외적 메시지가 모두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남측, 미국 모두 북의 신년사를 주목한 가운데 북측이 신년사에서 주의 깊게 봐야 할 것이 무엇인지 재차 강조한 것이다.

<로동신문>은 미국과 관련한 입장 역시 순서에 맞춰 정리했다. '조미관계와 관련한 우리 당과 공화국정부의 립(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은 일 순위에 "두 나라 인민들의 지향과 시대발전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관계수립을 향해 나아갈 용의가 있다는 것"이라고 올렸다.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길로 나가겠다는 다짐을 확인한 셈이다.

이를 두고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신년사가 과거와 달리 획기적인 부분이 많은데, 방식 역시 변화를 줬다"라며 "대외적으로 신년사에 밝힌 것에 대해 강조할 것은 강조하고 오해할 수 있는 부분은 해설한 것"이라고 짚었다.

남측뿐 아니라 미국의 관심도 집중한 상태에서 신년사에 담긴 진의가 무엇인지 헷갈리지 않게 정리했다는 설명이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역시 "자신들의 메시지가 왜곡되지 않고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풀이했다.

"남북관계, 북미관계의 부속물 아니야"
 
3일 <로동신문>은 남북관계와 관련한 논평을 따로 발표하며 미국의 속도조절론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 로동신문 논평 3일 <로동신문>은 남북관계와 관련한 논평을 따로 발표하며 미국의 속도조절론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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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로동신문>은 남북관계와 관련한 논평을 따로 발표하며 미국의 속도조절론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6면에 배치한 개인 필명 논평에 "북남관계는 결코 조미(북미)관계의 부속물로 될 수 없다"라고 강조하며 "북남관계는 북남관계이고 조미관계는 어디까지나 조미관계"라고 지적한 것. 그러면서 "이것이 새해에 부치는 우리의 조언"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2월 26일에 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을 두고도 착공식을 진행했지만, 공사할 수 없는 현실을 비판했다. 이를 '외세가 강요한 비극'으로 규정하며 "실제 북남 관계개선에 차단봉을 내리우고 각방으로 제동을 걸어온 미국"이라고 미국의 태도를 질책하기도 했다.

신년사 강조와 미국의 속도 조절론을 같은 날 보도하며 남북미를 언급한 것을 두고 홍민 실장은 "논평은 철저히 우리를 향한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북이 남북관계에 미국이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계속 불편해 했는데 그걸 다시 강조하며 남북관계 고유성과 독자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인 셈이다.

북이 논평에서 강조한 '남북관계의 독자성'이 올해 남북관계의 핵심이 될 거라는 평도 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남북이 북미 관계의 부속물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혔는데, 북이 이를 올 한 해 기조로 삼고 우리를 많이 압박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이 논평에서 언급한 남북관계의 독자성을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적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문 대통령이 비슷한 언급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라며 "남북 모두 독자성을 갖고 남북관계를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최 연구위원의 지적대로 문 대통령은 2018년 '73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남북관계 발전은 북미관계 진전의 부수적 효과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 밝혔다.

태그:#로동신문, #신년사,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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