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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기자회견 자청한 신재민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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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청와대의 KT&G 사장 선임 개입설 등을 거듭 주장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었던 신 전 사무관은 3일에는 "내가 죽어야 믿어줄 것"이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면서, 한바탕 소동을 빚기도 했다.

그가 주장한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청와대가 KT&G 사장 선임 과정에 개입해 사장을 교체하려 했다는 것. 두 번째는 지난 2017년 적자국채 발행을 통해 국가 채무비율을 의도적으로 높여,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 전 사무관이 주장한 청와대의 '개입'은 대부분 실현되지 않았다.

"KT&G 사장 연임 제지하려 했다"- KT&G 사장은 연임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가 지난 2018년 민간기업인 KT&G의 사장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기획재정부가 KT&G의 2대 주주인 기업은행(기업은행은 국가가 대주주)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백복인 KT&G 사장의 연임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그는 당시 기획재정부 내부 보고 자료인 'KT&G 관련 동향 보고'를 그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백 사장은 지난해 3월 열린 KT&G 주주총회에서 연임에 성공한다. 기업은행이 백 사장 연임에 반대했지만, 출석 주주의 76.26%가 연임에 찬성했다. 당시 KT&G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9%)이 중립을 선언한 것도 결과적으로 백 사장의 연임에 도움이 됐다.

기획재정부는 "기획재정부 출자관리과에서 담배사업법상 정상적인 업무처리 과정의 일환으로 KT&G 경영 현황 등을 파악한 것으로서 KT&G 사장 인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은 퇴직 전까지 해당 부서(출자관리과) 업무를 맡은 적도 없다. 그가 입수한 'KT&G 관련 동향 보고'도 차관 사무실에서 '우연히' 입수한 것이다. 

"국채 비율 높이려 적자국채 발행 압력"- 당시 정부, 국채발행 안했다

신재민 전 사무관은 청와대가 지난 2017년 국가 채무 비율을 높이겠다는 정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적자국채 발행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정부 고위층이 국가 채무 비율을 높이면, 박근혜 정부의 실정이 더 돋보일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10월 당시 국채 발행 여부를 두고 실제 논의는 있었다. 기재부는 2017년 총 28조 7000억 원의 국채 발행 계획을 세웠고, 20조 원의 국채를 발행했다. 나머지 8조 7000억 원을 계획대로 발행하느냐 마느냐가 현안이었다.

정부 재정 상황이 예상보다 나아졌기 때문에, 굳이 국채를 추가 발행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실제로 기재부는 당시 추경 기준으로 약 14조 원의 초과 세수를 예상했고, 이에 따라 국채 발행 여부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은 당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적자성 국채 발행 규모를 4조원으로 늘리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실무진이 당초 계획된 국채(8조 7000억)를 전액 발행하지 않는다는 방안을 보고하자 경제부총리가 질책했다는 게 그의 기억이다.

신 전 사무관은 2017년 12월에도 청와대에서 국채 발행을 늘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차영환 비서관'의 실명을 언급하기도 했다. 신 전 사무관의 말대로 이렇게까지 고위층의 압력이 이뤄졌으면, 국채가 발행되는 게 맞다.

그런데 결과는 정 반대였다. 기재부는 "당시 기재부 내부논의 및 관련기관과 많은 협의가 있었으며, 그 결과 8조 7000억 원 전액을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강압적인 지시가 있었다면 궁극적으로 적자국채 추가발행으로 연결됐을 것이나, 추가적인 적자 국채 발행은 없었다"고 밝혔다.

신 전 사무관이 제기한 적자국채 발행 압력설은 윗선의 강압적 지시라기보다 정책 결정 논의 과정으로 보는 게 적절해 보인다.

"국채비율 높이기 위해 국채매입 취소 결정"- 11월 1조원 매입 취소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 얼굴 가린 신재민 전 사무관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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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11월 14일 정부는 15일로 예정된 1조 원의 국고채 매입 계획을 취소했다. 신 전 사무관은 이를 두고 국채비율을 높이기 위해 매입을 취소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죄송하고 부끄러웠던 것이 바이백 취소였다. 그날 금리가 치솟았고 이 과정이 비상식적이다. 비상식적 의사결정 기반 행위인데 기재부에서 당연히 이유를 말 못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의 말처럼 정부의 국채 매입 취소는 채권 시장에 영향을 줬다. 하지만 일시적이었다.

정부가 채권매입을 취소한 날인 11월 14일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1bp(1bp=0.01%) 오른 2.211%로 장을 마쳤다. 이날 기록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015년 1월 5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급등세는 금새 잦아들었다. 정부가 국채 매입을 취소한 다음날인 15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3.6bp 내린 2.170%을 기록했다. 당시 급매한 투자자가 아니라면 큰 손실은 없었을 것이라는 게 채권업계의 분석이다.

2017년 11월 국채 매입 취소, 국채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없어

그렇다면 1조원의 국채 매입 계획을 취소하면서, 국채비율은 높아졌을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국채 규모는 660조 2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1조 원은 전체 국채 규모의 0.151%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2017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전년과 같은 38.2%를 유지했다.

국채매입 계획이 취소됐지만, 국가채무비율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 기재부는 "적자국채 추가발행 여부 논의, 국채시장에 미치는 영향, 연말 국고자금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불가피하게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신재민,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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