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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가 망쳐놓은 수수밭
 멧돼지가 망쳐놓은 수수밭
ⓒ 정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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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말과 9월 초 면사무소에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 신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12월 31일까지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 보상금'이 들어오지 않아 1월2일 면사무소에 확인 전화를 했습니다.

그러자 피해 신고는 했지만 멧돼지 포획을 위한 포수 지원 신청만 하고 보상 신청은 안했기 때문에 보상금 지급 대상이 아니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담당하는 직원이 다른 것도 아니고, 첫 신고 후에도 멧돼지가 계속 수수밭을 망가뜨려 두 차례에 걸쳐 피해 면적을 밝히고 신고를 했는데도 피해보상 신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5년 전, 같은 수수밭에서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 신고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의 담당 공무원은 현장 확인을 한다며 밭에 와서 평생 잊지 못할 말을 남기고 갔습니다.

"돼지가 수수를 자빠뜨리기는 했어도 아직 수수알곡을 먹지는 않았으니 보상 대상이 아닙니다."
 
유월농장-12년간의 영농일지 중 279쪽
 유월농장-12년간의 영농일지 중 279쪽
ⓒ 정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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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농사꾼이 만나는 공무원들의 모습입니다.

농사를 지은 지 19년째. 김대중 정부부터 다섯 정부의 농정(農政)을 농사일을 하면서 겪어봤습니다.

지난 20년간 적어도 200조 원 이상의 농업지원금이 쓰였는데도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농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안전, 농민의 소득 안정과 복지증진이란 농정의 주요목표들 중 어느 것 하나 이루지 못했으니 그간의 농정은 실패했다고 할 만합니다
(관련 기사 : YS 42조, DJ 45조, 노무현 119조... 이 돈은 어디로 갔나).

지난 정부들의 농정 실패의 원인은 1·2기 민주정부 때의 농정(農政)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한 시도가 좌절된 때문입니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계량화해 직불제로 보상해 주겠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시도와 부재지주와 가짜 농사꾼을 가려내 처벌하고 진짜 농사꾼인 실제 경작자들만 농업경영체로 등록하게 하여 정부의 보조와 지원이 돌아가게 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농업경영체 등록제 도입 시도가 그것입니다.

2008년 정권이 바뀌면서 두 대통령의 시도는 무시되고 왜곡되어 버렸습니다.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계량화한 농업과학기술원의 <농업의 다원적 기능 평가–연구성과 및 적용> 보고서는 발표와 함께 사장됐고, 농업경영체 등록제도는 시행한 지 6개월 만에 사회적 혼란을 핑계로 댄 공무원들과 부재지주들의 반발로 농지소유자와 1998년 이후로 소유권 변동이 없는 농지를 부치는 임차농들만 농업경영체로 등록할 수 있게 왜곡돼 버렸습니다(관련 기사 : 2008년이 남겨준 농업과제, 해결 가능할까).

3기 민주정부이자 촛불혁명정부를 자처하는 현 정부가 농업의 다원적 가치 인정과 농업경영체 등록제를 통한 부재지주 청산이라는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값진 시도를 외면한 채, 과거 정부에서 농정을 망쳐놓은 자들의 입에 발린 말만 듣고 농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나 농업의 6차 산업화 같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허황된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올해는 돼지들(?)과 스마트농업을 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새해 첫날 두 번째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청원을 소개합니다.

70년의 적폐. 부재지주를 청산하고, 농업직불금을 불법수령한 공무원들을 처벌해주세요!!!

 

태그:#부재지주 청산, #비리공무원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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