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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금토 드라마 'SKY 캐슬' 한 장면. 정형외과 의사인 강준상(정준호 분)은 과거 수술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흉기로 위협하자, 병원 이곳저곳으로 도망치다 결국 가스총으로 환자를 제압한다.
 JTBC 금토 드라마 "SKY 캐슬" 한 장면. 정형외과 의사인 강준상(정준호 분)은 과거 수술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흉기로 위협하자, 병원 이곳저곳으로 도망치다 결국 가스총으로 환자를 제압한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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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를 떠들썩하게 한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피살 사건 불똥이 JTBC 드라마 'SKY캐슬(스카이캐슬)'로 옮겨 붙었다. 대한의사협회(아래 의협)가 1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이 드라마 한 장면을 거론하면서 '모방범죄'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장면은 지난 12월 8일 방영된 6회분에서 나왔다. 극 중에서 정형외과 의사인 강준상(정준호 분)은 과거 수술 결과에 불만을 품은 환자가 병원을 찾아와 흉기로 위협하자 병원 이곳저곳으로 도망치다 결국 가스총으로 환자를 제압한다. 공교롭게 이번 사건 피해자도 지난달 31일 병원에서 흉기를 든 환자에게 쫓기다 결국 숨졌다.

의협 "드라마가 의료기관 내 폭력 정당화"... '모방범죄' 우려도

의협은 1일 이번 의사 피살 사건에 대한 입장에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갈등과 폭력을 흥미 위주로 각색하거나 희화화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의료기관 내 폭력을 정당화하거나 동조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송 행태"라면서 "피의자가 이 방송을 보고 모방한 것이 아니더라도 방송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의료진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하거나 진료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폭력을 써서 항의해도 된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모방범죄'를 우려했다.

해당 장면 방송 직후인 지난달 11일에도 의협은 JTBC에 공문을 보내 사과와 시정을 요구했다. 당시 의협은 "의료기관에서의 폭력행위는 환자와 보호자의 생명과 안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것으로 하루속히 근절돼야 마땅하다"면서 "현재 전개 중인 의료기관 폭력 근절 캠페인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장면을 송출한 동 드라마에 대해 깊은 유감"을 밝혔다.

"폭력적인 장면 꼭 필요했나" 비판 속 "모방범죄 단정 안돼"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빈소에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는 추모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빈소에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는 추모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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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 게임 속 폭력적인 장면이나 범죄 수법을 그대로 따라하는 '모방범죄'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범죄·미디어 관련 전문가들은 "드라마 내용이 범죄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상관관계를 100%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의사를 흉기로 위협하는 장면이 드라마 전개상 반드시 필요했는지는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사건 원인을 '모방범죄'로 모는 듯한 의협의 주장에는 제동을 걸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청소년들이 폭력적인 드라마에 노출되면 폭력성이 짙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드라마와 범죄의 인과 관계를 100% 설명하기는 힘들다"면서도 "그럼에도 병원에서 칼을 들고 의사를 위협하는 폭력적인 장면이 극 전개상 꼭 필요했는지 따져볼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성인은 스스로 판단 능력이 있어 영향력이 없을 수 있어도 미성년자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드라마 제작 과정에서 시청률에 매몰돼 불필요한 장면들이 들어가고 있다"고 경계했다.

지난 2008년 미디어 영향을 중심으로 모방범죄 원인을 연구했던 민형동 나사렛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영화, 드라마나 게임과 모방범죄의 인과관계가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면서도 "청소년이나 조현병 환자가 폭력적인 장면에 많이 노출되면 현실과 가상 세계를 구분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민 교수는 "범죄는 단편적이지 않고 여러 복합적인 이유로 일어난다"면서 "실제 피의자가 해당 드라마를 봤는지도 알 수 없고, 설사 봤다고 해도 그 한 가지가 원인이라고 볼 수도 없는데 '모방범죄'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의협도 "섣부른 언론의 추측성 보도나 소셜미디어 상의 잘못된 정보의 무분별한 공유가 대중의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추길 것을 경계한다"며 수사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정작 의협도 '스카이캐슬' 드라마 문제를 엮으면서 마치 이번 사건 원인을 '모방범죄'로 보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이에 박종혁 의협 홍보이사는 "드라마가 허구이긴 하지만 의협에서 의료기관 폭력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데 드라마 방영 3~4주 만에 사건이 벌어져 의료계에서는 막연한 원망도 있다"면서 "응급의료 현장 폭력방지 법안이 통과됐지만 국민들이 의료기관 폭력 문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문제를 같이 언급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편 JTBC는 2일 오후 현재 이번 사건이나 해당 드라마 장면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태그:#SKY캐슬, #강북삼성병원, #의사피살사건, #대한의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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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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