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하루 앞둔 31일, 국회는 전운이 감돌았다. 여야 합의와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로 확정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운영위원회 출석을 앞두고 질의 시작 전부터 여야 간 불꽃 공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의사진행발언과 자료제출 요구를 앞세운 신경전만 지루하게 이어졌다. 소집 목적인 '청와대 특별감찰반' 비위 의혹에 대한 질의는 회의 개의 후 1시간 만에 겨우 시작됐다. 운영위 소속인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빙자해 가장 경계해야 하는 정쟁을 벌써 전조로 보이고 있다"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렌즈 하나 들이밀 공간이 없네" .
 
"어떻게 렌즈 하나 들이밀 공간이 없냐."
"원래 하지도 않은 걸 만드려고 해... 조국 오니까 갑자기 이러네."
 
2006년 8월 전해철 민정수석 이후 12년 만에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한 이날 현장에는 자리에 앉아 있는 운영위 위원들의 얼굴을 보기 힘들 정도로 취재진이 가득 찼다. 자리를 두고 국회 방호원과 취재진 사이의 실랑이도 벌어졌다.

"의원 이름 거꾸로 됐어요."
 
회의 시작 직전, 국회 공무원들은 새로 보임된 운영위원들의 명단을 비교하며 명패를 갈아 끼우기 바빴다. 사상 첫 민정수석 운영위 출석에 여야 할 것 없이 하루 전 '등판 교체'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법조인 출신인 박주민, 박범계 두 위원을 보임한 민주당에 비해 한국당은 '특감반 태스크포스' 소속인 검찰 출신 김도읍, 최교일 의원, 경찰 출신 이만희 의원, 언론인 출신 강효상 의원 등을 대거 투입하며 화력을 집중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바통을 바꿨다.
 
"김태우 부하직원으로 뒀던 곽상도, 왜 사임 안하나" 
 

민주당이 주로 문제 삼은 것은 홀로 유임된 곽상도 의원이었다. '사임할 사람은 하지 않고 정치 공방을 위한 보임만 했다'는 주장이었다. 간사인 김종민 의원은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 비서관을 했지 않나. 문제의 김태우가 직계 부하직원이다. 청와대를 공격하는 범죄 혐의자가 부하직원이었고, (두 사람이) 어떤 관계인지도 모른다"라면서 "곽 위원은 운영위를 회피하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원내수석부대표인 서영교 의원은 곽 의원과 김태우 전 특감반원의 변호사 석동현 변호사의 관계를 언급했다. 서 의원은 "김태우와 석 변호사는 연수원 동기다. 석 변호사는 한국당 당협위원장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이 김태우의 변호를 맡았다"라면서 "이 모든 관계를 물어봐야할 것 같은데, 이 상태에서 곽 의원이 질의하는 것은 제척사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통화하거나 만나지 않았다"며 김 전 특감반원과의 관계를 부인했다. 그는 "6개월 잠시 근무할 때 김 수사관이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면서 "공직 생활을 여러 곳 거치며 저와 일한 공무원들 많다. 그러나 이 자리는 문재인 정부에서 빚어진 특감반 운영 실태를 말하는 자리다"라고 말했다.
 
석 변호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석 변호사와도 통화 한번 한적 없다. 주고 받을 이야기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박범계 의원은 곽 의원의 말을 붙잡았다. 곽 의원의 말대로 민정수석과 특감반원 간 관계는 "헤어지면 그것으로 끝"인 관계일 뿐, 조국 수석도 마찬가지라는 반박이었다. 박 의원은 "곽 의원의 말의 정확하다"라면서 "(곽 의원도) 그 뒤로 일체 연락이 없었다고 했다. 그게 민정수석과 특감반원과의 관계다"라고 강조했다.

"백원우, 박형철 왜 안나오나" vs. "국회법 무시하나"
 

 
민주당은 본격적으로 한국당의 전원 교체 급 보임 문제를 꺼내들었다. 근거는 국회법이었다. 김병욱 의원은 "한국당 상당 수 위원들이 보지 못한 분들이다. 국회법 예외조항에 보면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사보임이 가능하게 했다. 한국당 위원 중 질병 있는 분들이 그렇게 많은지 오늘 처음 알았다"고 비꼬았다.
 
한국당은 되레 백원우 민정비서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등 관련 비서관들이 불출석한 사실을 공세 소재로 삼았다. 이인걸 전 특감반장에 대한 출석 요구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민주당 입당을 요청한 무소속 손금주 의원이 그대로 운영위에 남아있는 사실도 함께 지적했다.
 
원내수석부대표인 정양석 의원은 "두 비서관은 (의혹의) 연결고리 중심인물이다. 두 비서관이 나오지 않으면 진실 규명이 되겠나"라면서 "손금주 의원이 입당 의사를 밝혔는데, 의석 분포도 공정하게 배분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야 합의 사항을 반박 카드로 제시했다.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출석키로한 대로, 두 사람이 왔을 뿐이지 추가 증인을 요청하려면 국회법에 따라 일주일 전 신청했어야 한다는 반론이었다.

손금주 의원에 대해서는 "입당된 바 없다"며 당적 변경 사실이 없음을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국회법 증인감정법률 5조5항을 보면 증인 출석 요구일로부터 7일 전 요청해야 한다. 법 규정을 무시하고 할 수 있나? 계속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조국 세워둔 채 공방전... 조 수석 "책략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
 

 
나경원 : "민정수석 업무보고 중단해 주세요!"
박범계 : "청와대가 자기 판단도 못해요?"
서영교 : "여러분들이 (김태우의 비위를) 덥석 물은 거에요!"
 
여야 간 공방이 정쟁으로 치달을 즈음, 조국 민정수석이 업무보고를 위해 발언대로 서자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위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5분 여 뒤 겨우 입을 뗀 조 수석의 목소리가 여야 위원 간 다툼으로 묻히기도 했다.  
 
조 수석은 민정수석이 운영위에 불출석했던 관례를 언급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재사고로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이름도 함께 나왔다.
 
조 수석은 "한국당의 고발 당사자이자 검경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민정수석이 이번 사건에 운영위에서 답변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었다"라면서 "그러나 고 김용균씨가 저를 이 자리에 소환했다. 불출석 관행보다 김용균법 통과가 더 중요하다는 문 대통령의 결심 때문이었다"라고 설명했다.
 
특감반 논란에 대해서는 "책략은 진실을 이기지 못한다"며 김태우 전 특감반원 개인의 일탈에 따른 농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조 수석은 "김태우가 징계 처분이 확실시되자 정당한 업무를 왜곡해 정치쟁점을 만들고 희대의 농간을 부리고 있는 것"이라면서 "검찰 수사를 통해 비위의 실체가 더욱 명확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 비서실장의 입장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는 앞서 현안보고를 통해 "김태우는 자신을 건들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겠다고 결심한 사람처럼 보인다"라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곤경에 처한 범죄 혐의자가 국정을 흔들어 보겠다고 저지른 일탈행위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