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배현진 비대위 전 대변인. 사진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보수 진영 싱크탱크 '프리덤코리아 포럼' 창립식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와 배현진 비대위 전 대변인. 사진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보수 진영 싱크탱크 "프리덤코리아 포럼" 창립식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제가 방송제작자로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우리가 소홀했던 프레임 전쟁에 더 이상 지지 않기 위함입니다. 지난 탄핵 국면을 주도하며 대한민국의 한 축인 건전 보수우파의 궤멸을 목적하는 왜곡된 프레임을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배현진 자유한국당 서울특별시당 송파을 당협위원장이 지난 30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밝힌 'TV홍카콜라' 제작자로서의 변이다. 지난 28일 홍준표 전 대표의 유튜브 채널 'TV홍카콜라'의 총괄 제작으로 참여하기 위해 당 대변인 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힌 뒤 재차 참여의 이유를 밝힌 것이다. 그런데, 그 문장 하나하나가 거창하다. 

"눈을 크게 뜨고 우리의 자유대한민국이 내 부모와 그의 부모세대가 어떤 희생으로 일군 나라인지 그 가치에 주목해 주십시오.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로 꽃피우는 동아시아의 거대한 국가, 잃어버리지 않도록 미약한 제게도 힘을 보태주세요. TV홍카콜라는 그 시작입니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이 유튜브 채널 제작자로서 변신한 것은 충분히 주목받을만 했다. 더군다나 맡는다는 채널이 구독자 16만 명에 육박 중인 바로 그 'TV홍카콜라' 아닌가. 한국당의 만류에도 대변인 직을 내려놨다는 배 전 대변인은 사퇴가 알려지기 직전이던 지난 27일 밤에도 아래와 같이 '이직'의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지난 3월, 방송 마이크를 놓고 정치의 현장에서 제 목소리를 지켜가기로 한 결정은 '무모하다'는 말씀을 숱하게 들을 정도로 큰 도전이었습니다. 그리고 올겨울 저는 방송 제작자로서 한 가지 도전을 더 하게 되었습니다. TV홍카콜라가 저의 첫 작품입니다. 대한민국 건전한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담는 그릇을 만드는 데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러한 배 전 대변인의 변신은 '마지막 친홍의 의리'라는 평가부터 'MBC 전 아나운서의 유튜브 진출'까지 여러 가지 뒷말을 낳았다. 지난 8월 MBC로부터 해고당한 MBC 제3노조(MBC노동조합) 공동위원장 출신 최대현 전 아나운서 또한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의 '정규재 TV'를 제작하는 '펜앤드마이크'로 자리를 옮겨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팬앤드마이크 정규재 TV'는 국정농단 사태 와중에 사면초가에 몰려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했던 그 유튜브 채널, 맞다. 향후 법인설립을 모색 중이라는 'TV홍카콜라'의 배현진 전 대변인의 '이직'은 과거 MBC를 대표했던 보수 인사들의 극우·보수 유튜브 입성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배현진 전 대변인의 이직을 발판 삼은 듯, 홍 전 대표 역시 30일 공격적인 홍보에 나섰다. 그 홍보에는 최근 팟캐스트 운영 계획을 알리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노무현 재단 전 이사장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비난도 포함돼 있었다.

유시민 저격한 홍준표의 속내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보수 진영 싱크탱크 '프리덤코리아 포럼' 창립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 기자 질문받는 홍준표 전 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보수 진영 싱크탱크 "프리덤코리아 포럼" 창립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요즘 TV홍카콜라를 통해 문 정권 비판을 하니 민주당에서 발끈해 하는 모습이 참 재미있습니다. 유시민 유튜브를 통해 반격을 한다고 하니 더 흥미롭습니다. 자기들은 탄핵 사유도 아닌 것을 침소봉대해서 탄핵하고 정권 탈취하고 징역 25년을 보내 놓고도 그 정도 비난·비판을 못견디는 것을 보노라면 일말의 양심도 없는 집단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좌파들은 뻔뻔하다는 겁니다. 뻔뻔해야 좌파행세 합니다. 그 대표라는 사람이 장애인 임명장 주는 자리에서(의) 정신적 장애인 운운도 뻔뻔하지 않으면 못하는 말입니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는 말은 이때 쓰는 겁니다."


이 방송에서 "최근 TV홍카콜라에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들도 많이 들어와 글을 남기는 모습이 보기 참 좋습니다"라는 말로 포문을 연 홍 전 대표. 그러나 "반대자들이 고맙다"는 논지를 전개하는가 싶더니 곧이어 유시민 이사장의 이름은 물론 최근 설화 논란에 휩싸인 이해찬 대표를 우회적으로 저격하는 모습이다. 다분하고 의식적으로 노무현 재단의 전·현직 이사장을 싸잡아 비판하는 양수겸장이랄까.

"정치, 경제, 외교·안보, 사회, 문화 등 우리 사회 현 이슈를 통해 노무현 대통령(참여정부)의 정책과 철학에 대해 재조명하고 바로 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현 시대의 정치적·사회적 의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그러한 의제의 정책적 해결 방안 등의 뿌리가 되는 참여정부 등 민주정부 정책을 바로 알리고자 함."

유시민 이사장이 내년 1월 2일 첫 방송을 공개하겠다고 밝힌 노무현재단의 팟캐스트 '유시민의 알릴레오'의 방송 의도다. 이 팟캐스트는 지난 27일 채널 공개 이후 30일 오후까지 3만1000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앞서 유시민 이사장은 지난 22일 '노무현재단 2018 회원의 날' 행사에 참석해 "반지성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혹세무민하는 보도가 넘쳐나고 있어 일주일에 한 번은 정리를 해줘야 하지 않겠나 한다"라며 방송 개설의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근거 없이 비방해도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도 채널 개설 이유 중 하나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TV홍카콜라'와 보수 인터넷 방송의 세 확대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홍 전 대표의 "유시민 유튜브" 운운은 유시민 이사장의 방송에 쏠린 관심은 물론, 정계 복귀설을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닐 수 없다. 

더 흥미로운 점은 홍 전 대표가 이른바 '애국보수' 유튜브 방송 역시 비판의 도마에 올렸다는 사실이다. 역시 30일 올린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다. 정계복귀를 염두에 둔 홍 전 대표의 전방위적인 공격이 가리키는 지점 역시 흥미롭기는 마찬가지였다.

'프리덤 코리아'를 보면 'TV 홍카콜라'가 보인다 
 
류석춘 연세대 교수와 강연재 변호사. 사진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보수 진영 싱크탱크 '프리덤코리아 포럼' 창립식 사회를 맡고 있는 모습.
▲ "프리덤코리아 포럼" 창립식 사회 맡은 류석춘-강연재 류석춘 연세대 교수와 강연재 변호사. 사진은 지난 26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보수 진영 싱크탱크 "프리덤코리아 포럼" 창립식 사회를 맡고 있는 모습.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아직도 박근혜 감성팔이로 정치자금을 걷거나, 유튜브로 돈벌이에만 몰두하면서 정치적 연명을 해 가는 사람들을 보면 가증스럽다기 보다는 측은하기조차 합니다. 좌파들보다 더 나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나는 그런 부류는 극소수라고 보기 때문에 전혀 대꾸를 하지 않습니다. 세상이 그들의 비겁한 실체를 알 날이 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 홍 전 대표는 "탄핵 때는 이에 동조하거나, 겁이나 협조하거나, 숨어 있던 사람들이 이제 총구를 내부로 돌려 보수·우파 분열에 앞장 서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안타깝고 분노하게 됩니다"라며 저격 대상을 시원하게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근혜 감성팔이"나 "유튜브로 돈벌이에만 몰두"라는 표현을 놓고 볼 때, 앞서 소개한 '정규재TV'를 비롯해 김문수 전 지사의 유튜브 채널 '김문수 TV' 등 잠재적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소위 애국보수 채널을 염두에 둔 비판으로 풀이된다. 이들에게 홍 전 대표는 "그래서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라는 말이 나돌게 된 것"이라는 특유의 과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배현진 전 대변인이 말한 "대한민국 건전한 보수의 가치"가 'TV홍카콜라'에 어떻게 담길 것인지는 그 주인공인 '홍준표의 입'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입이 담은 콘텐츠가, 색깔이, 가치가 과연 어떨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방송 시작과 함께 여야 가릴 것 없이 비난을 퍼부었던 이 'TV홍카콜라'의 가치, 혹은 배현진 전 대변인이 칭하는 '대한민국 건전 보수'의 면면은 엿볼 수 있는 장면은 다른 데 있었다.

지난 26일 배 전 대변인이 홍준표 전 대표와 나란히 창립식에 참석해 주목을 받은 '프리덤 코리아' 포럼 말이다. 보수 진영 싱크탱크를 표방하며 홍 전 대표가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관심을 모은 이 포럼 참여 인사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학계·법조계·의료계·문화예술계·언론계 등 인사 520여 명이 발기인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 포럼은 홍 전 대표 시절 한국당 혁신위원장을 맡은 대표적인 '뉴라이트' 인사 류석춘 연세대 교수를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은 공산주의자" 발언의 주인공인 고영주 변호사가 참여한다고 알려졌다.

또한 '홍준표 키드'라 불리는 강연재 변호사, 다수의 폭력 태극기 시위로 물의를 빚은 장기정 자유청년연합 회장도 발기인 명단에 포함됐다. '친홍'와 '뉴라이트', 일부 '극우·태극기 세력'의 총집합이라 부를 만하다.

쉽게 말해, 홍 전 대표의 정치적 부활과 그 아래에서 보수 세력의 집결을 꿈꾸는 몇몇 인사들의 헤쳐모여랄까. 배현진 전 대변인이 "자신의 첫 작품"이라 소개한 'TV홍카콜라'의 가치와 내용, 빤히 들여다 보이지 않는가.

태그:#홍준표, #배현진, #유시민, #TV홍카콜라, #프리덤코리아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