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국가 미래비전 설정을 위한 국제컨퍼런스’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이 25일 오후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국가 미래비전 설정을 위한 국제컨퍼런스’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26일 판문역에서 한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참석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종종 한숨을 내뱉었다. 특히 그는 미국을 향해 입을 닫아버린 북측의 태도에 안타까움을 숨기지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의지를 재확인했다. 지난주 방한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는 인도적 지원과 관련된 미국인 여행금지 입장을 풀겠다는 입장을 내는 등 대북 유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지만, 북측은 아직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북을 향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고 하는데, 큰 의미 없는 행동"이라 평하면서도 "그렇다고 북측이 답 없이 버틸 때가 아니다. 미국이 버틴다고 들어주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연신 강조했다. 미국의 상응 조치를 기다리기보다는 북측이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지 않고는 못 배길 정도의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교착을 풀 수 있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뿐"이라고 못 박았다.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남북 정상회담을 먼저 개최하는 게 북측에 좋다는 것이다. 정 전 장관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트럼프를 움직일 수 있는 카드를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라며 "북미 정상회담 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먼저 하는 게 북측에 좋다"라고 힘을 줬다.

다음은 정 전 장관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북이 지금처럼 대화도 답도 하지 않으며 버텨선 안돼"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26일 오전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궤도 체결식을 갖고 있다.
▲ 남북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26일 오전 개성 판문역에서 진행된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서 남북 관계자들이 궤도 체결식을 갖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 철도‧도로와 관련해 남북이 3번째 착공식을 했다. 의미는 무엇인가.
"이번 행사는 남북 철도‧도로의 연결 착공식이 아니라 현대화 착공식이다. 연결은 이전에 다 해뒀다. 그걸 이제 현대화 하자는 거다. 당장 공사를 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착공해 나가자고 하는 서약식이다.

그런데 현대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겠나. 결국 비핵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다. 비핵화 과정이 원활하게 돼야만 대북제재를 뚫고 (현대화를) 할 수 있다. 북측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조하느냐에 따라서 철도‧도로의 현대화 속도가 결정될 것이다."

- 남북 철도‧도로를 현대화하면 뭐가 얼마나 좋아지는 건가.
"경제다. 지금도 남북 합의만 하면 속도가 느려서 그렇지 북측 지역 통과해서 중국과 러시아에 갈 수는 있다. 철도 연결이 돼 있긴 하니까. 그런데 느린 속도로 가서는 경제성이 없다. 현대화해서 속도를 높여야 한다. 최소한 시속 70km는 나와야 하지 않겠나. 지금 개성에서 신의주 가는데 9시간 걸린다. 480km 가는데 9시간이 걸린다는 건 시속 50km 정도를 간신히 낸다는 거다. 시속 50km와 70km는 다르다. 현대화 되면 KTX급은 아니래도 시속 80~100km는 갈 수 있다.

이렇게 철도를 이용해 물류를 통하게 하면 남북 모두에 지금의 열 배, 스무 배 경제효과가 날 것이다. 두고 봐라. 그런데 지금 자유한국당은 이런 계산을 못 한다. 돈 들어가는 것만 생각한다. 투자하고 나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어느 정도인지 진짜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투자하면 수익이 나는데 대북 투자는 무조건 퍼주기, 떠내려가는 돈이라고 우긴다. 답답한 정도가 아니라 이건 뭐 (한숨) 자기들이 정권을 잡았어 봐 이런 사업을 하나 안 하나. 어쨌든 가야 할 길이 멀다. 이번에 18일 동안 조사를 했다고 하지만 그건 어느 구간을 정밀조사하면 좋을지 훑어보고 온 거다. 현지조사, 정밀조사 모두 새로 해야 할 거다."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장 떠나는 리선권 위원장 26일 오전 북한 개성시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동서해선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참석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자리를 뜨며 손사레를 치고 있다.
▲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장 떠나는 리선권 위원장 26일 오전 북한 개성시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 동서해선 철도, 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참석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자리를 뜨며 손사레를 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관련사진보기


- 그런데 지금 북미 대화가 중단된 상태다.
"북측 사람들이 그런 거(외교)에 감이 약한 거 같다. 착공식에서 뭐라고 그랬나. 남의 눈치 보지 말고 가자고 했다. 이건 미국, 유엔 눈치 보지 말자는 건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 건가. 그 사람들의(북측) 상황 인식이 너무 자기중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쉽지 않겠구나 싶었다."

- 착공식 현장에서 북측 관계자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거나 할 기회는 없었나?
"전혀. 착공식을 밖에서 했는데 날도 춥고 그래서 뭐. 행사 끝나고 어디 안에 들어가서 북측 관계자와 밥이라도 먹었으면 모르겠는데. 우리끼리 송악프라자에서 점심을 먹었다. 같이 밥 먹었으면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었겠지만 따로 가서. 저희(북)들이 뿔날 일이 뭐 있다고, 밥도 안 먹고 그러는지."

- 요즘 미국이 북에 연신 구애하고 있다고 하잖나.
"미국이 보내는 러브콜은 큰 의미 없다. 그렇게 해놓고 막상 실무협상 들어가서 비건, 폼페이오, 트럼프의 태도가 그대로면 진전될 게 없다. (미국이) 습관처럼 해 왔던 비핵화 선행동을 얘기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지금은 트럼프가 국내정치로 몰린다 싶으니까 뉴스 가치가 있는 북핵 문제를 언급하며 돌파구를 만들어 볼까 하는 거지.

언론이나 사람들이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거 같은데, 지금 기대감이 허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사람들이 너무 낙관적으로 이야기하는데, 미국의 실무 관료들은 그 습관, 북을 향한 불신, 적대감을 버리기 쉽지 않을 거다. 게다가 북의 입장은 뭐냐. 북미 간의 신뢰가 없다 보니까 북은 미국의 러브콜에 의문을 품고 있다. 서로 못 믿는다. 쉽지 않다."

-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 협상을 얼마나 진전시킬 수 있을까?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실무자에게 나머지 협상권을 넘기는 게 좋은데 여기서 또 어려운 점이 있다. 미국이 오랜 버릇(북을 향한 불신)을 버리지 못하고 (실무협상 단계에서) 불안해 하는 거다. 그렇다고 양 정상이 만났는데 구체적인 것까지 끝장내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해법은 북이 미국의 요구를 조금이라도 들어줘서 (미국이) 상응조치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거다. 지금처럼 북이 대화도 안 하고 답도 하지 않으며 버틸 게 아니다."

- 1월 1일 신년사에 미국을 향한 북의 답이 담겨 있지는 않을까?
"신년사에서는 좋은 이야기만 할 거다. 우리(북)는 모든 준비가 다 돼 있다고 강조하겠지. 비핵화도 준비 되어 있고, 6‧12 합의에서 약속한 것도 지킬 준비 되어 있다 이런 말 하지 않을까. 우리는 준비 되어 있으니까 동시‧단계적으로 하자고 할 거다.

지금도 북은 자기 할 도리 다했다는 생각을 하는 거 같다. 착공식에서도 남의 눈치 보지 말자고 한 걸 보니까, 나 참. 그 이야기는 미국 눈치 보지 말고 성큼성큼 나가자는 건데... (한숨)"

- 그렇다고 이 상황을 두고 볼 수만은 없고. 이 상황의 타개책이라면...
"비핵화 협상이 어쨌든 여기까지 왔는데, 판 깨지 말고 제대로 끌고 가려면 이런저런 국제정치의 현실을 고려해서 북이 움직여야 한다. 그럼 이 말을 누가 할 수 있느냐. 이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문재인 대통령뿐이다. 북이 움직이라는 메시지를 문 대통령이 줘야 한다. 중국 봐라. 천하의 중국도 미국이 관세로 몰아붙이고 물러서지 않으니까 꼬리 내리지 않나. 트럼프가 이 정도 미소 짓고 나올 때 해야 한다. 일단 남북 대화를 해야지."

- 북미 정상회담 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먼저 해야 한다는 뜻인가?
"맞다. 그래야 북한에게 좋다. 이 말 잘 써야 한다. 우리나 미국이 아니라 북한에게 좋다는 거다. 김정은 답방이 중요한 건 일단 남북이 하루라도 빨리 만나야 해서다. 지금 북은 미국에 상응 조치를 받으려 하고 있다. 이렇게 버티고 기다리면 상응 조치가 생기나? 전혀 아니다. 미국은 버틴다고 뭘 주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그런 나라가 아니다.

북이 조금이라도 움직여야 그걸로 미국을 어떻게든 해볼 수 있지 그렇지 않고서는 소용 없다. 그 이야기를 문 대통령만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만나 트럼프를 움직일 수 있는 카드를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 전에 남북 정상회담을 먼저 해야 한다."

-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을 설득해야 한다는 건가.
"그렇다, 설득해야지. 남북 정상이 만나서 북미가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순서상 남북이 만나는 게 먼저다. 그런데 이 사람들, 북의 고집이 뭐냐면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에 종속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거다. 북미가 판을 짜놓고 일을 다 마치고 나서 남측에게 받아낼 수 있는 것을 요구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 그래도 늦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 더는 아니다. 시대가 바뀌었다.

- 시대가 바뀌어서 남북 정상이 통화하도록 핫라인도 설치돼 있다. 안 쓰는 건가 못 쓰는 건가?
"북이 뭔가 삐진 거 같다. 미국 눈치만 보는 사람들하고 뭘 하겠냐는 식으로 투덜거리며 전화를 피하는 거지. 요즘 미국의 태도 변화를 보고 밖에서 더 떼쓰고 있는 건데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