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켜보는 박항서 감독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박항서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경기 지켜보는 박항서 감독 지난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박항서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해 9월 소리 소문 없이 베트남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박항서 감독의 '신화창조' 끝은 과연 어디일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도자가 팀에 부임하여 자신의 축구철학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기간은 약 3년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다. 그러나 박항서 감독은 그 통설을 깨며 부임 약 3개월 만인 지난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준우승으로 견인하는 지도 역량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베트남의 준우승은 스포츠에서 흔히 연출되는 '깜짝 이변'쯤으로 받아들여졌다. 아울러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 또한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 그러나 베트남 축구 역사상 역대 첫 결승 진출과 준우승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박항서 감독은 자신감을 한껏 끌어올린 선수들을 이끌고, 8월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역대 첫 4강 진출에 성공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세가 오른 베트남의 반전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베트남의 목표는 오직 '2018 아시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이었다. 박항서 감독에게는 AFC U-23세 이하 챔피언십 준우승과 아시안게임 4강은 단지 AFF 스즈키컵 우승을 위한 리허설이자 전력 다지기에 불과했다. 박항서 감독은 약 1년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베트남 축구를 '환골탈태'시키는 데 성공했다. 자신감과 패배의식에 젖은 채 아시아축구에서조차 변방이었던 베트남 축구의 숙원인 스즈키컵을 급기야 10년 만에 들어올리게 했다.

이로 인하여 베트남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20위권에서 100위로 수직 상승했고 축구 변방이라는 꼬리표도 떼게 됐다. '2002  FIFA 한일월드컵' 코치에 이어 고향 경남 FC(2005~2007)와 전남 드래곤즈(2008~2010), 상주 상무(2012~2015)를 거쳐 내셔널리그 창원시청(2016~2017) 사령탑 이력이 전부였던 박항서 감독은 지도자로서 그야말로 철저한 비주류였다. 이런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일약 성공 신화를 창조한 것은 실로 놀라운 변신이 아닐 수 없다.

이 같이 한국 지도자가 한 국가의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변신에 성공하며 초미의 관심을 받게 된 경우는 박항서 감독이 유일하다. 박항서 감독은 스즈키컵 우승을 차지한 후 "나는 특별한 지도자가 아니라 평범한 지도자다"라고 자신을 한껏 낮췄다. 그러나 박항서 감독은 지도자로서 특별한 지도 역량으로 베트남 축구의 도약을 이끌었다. 
 
첫 골 환호하는 베트남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베트남 응우옌 안둑(11)이 첫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첫 골 환호하는 베트남 지난 15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의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베트남 응우옌 안둑(11)이 첫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

대개의 경우 감독과 선수와의 관계는 명령과 복종의 수직관계로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이 같은 관계의 틀을 깨고 긍정 리더십으로 수직 관계가 아닌 수평 관계를 형성해 발전의 토대를 구축했다. 감독과 선수의 수평적 관계에서 믿음과 신뢰가 형성됐다.

이는 곧 팀웍을 필요로 하는 축구에서 절대적인 조건이다. 박항서 감독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성과 문화 등등의 차이에서 오는 벽을 뛰어넘는 지도력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베트남 축구가 고수해 오던 특유의 전술 변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팀 조직력을 끌어올리며 팀을 '원팀'으로 거듭나게 했다. 여기에는 베트남 국민성에 의한 선수들의 성실과 인내 그리고 예의도 큰 역할을 했다.  

베트남 축구는 박항서 감독의 지도로 역대라는 수식어를 아로 새기며,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축구의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진작 베트남이 박항서 감독 선임 당시 이런 지도력을 예상했을지는 모르지만, 분명 박항서 감독의 지도력은 베트남에게는 놀라운 역사이며 한편으로 아시아 축구에서는 믿기 힘든 업적이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아직 배가 고프다. 그 배고픔을 박항서 감독은 내년 1월 개최되는 '2019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채우려 하고 있다. 베트남 U-23세 이하 선수들을 이끌고 3개 국제대회에서 새로운 신화를 창조한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의 한 방송국에서 선정한 '올해 최고의 인물'로 선정되며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그러나 박항서 감독은 여전히 도전자의 입장임을 밝히고 있다. 사실 베트남 축구가 3개 국제대회에서 새로운 성공 신화를 창조했지만, 시스템 문제점 개선 등 아직 갈길은 멀다. 이 점에 대하여 박항서 감독 역시 베트남 축구의 아킬레스로 인정하며 경험과 경쟁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제 베트남 축구는 진정한 성공 신화 존재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도전을 앞두고 있다.  

'박항서 매직', 아시안컵에서도 통할까
 
하노이 미딘경기장 휘날리는 태극기 15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베트남-말레이시아 결승 2차전에서 베트남 팬들이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 하노이 미딘경기장 휘날리는 태극기 지난 15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 베트남-말레이시아 결승 2차전에서 베트남 팬들이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동안 베트남 축구가 U-23세 이하 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국제대회에서 성공신화를 썼다면, 아시안컵은 아시아의 각국 성인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수준 높은 대회다. 따라서 아시안컵은 그야말로 아시아 각국의 축구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진정한 무대다. 이에 U-23세 이하 선수들이 주축인 베트남이 이번 UAE 아시안컵에서도 과연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지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베트남은 UAE 아시안컵에서 이란, 이라크, 예멘(D조)과 맞대결을 펼쳐 16강 진출을 노린다. 이에 박항서 감독은 조별리그 1승1무1패 성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트남의 이 같은 현실적인 목표 실현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은 더 이상 논할 필요성도 없이 아시아 최강 중 한 국가이며, 이라크 또한 전통적으로 아시아축구 강국으로 손꼽히고 있어 베트남이 상대하기에는 버거운 상대다.

여기에 베트남에 그나마 희망을 안겨주는 점은 상대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135위로 베트남보다 뒤져 있는 예멘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예멘도 아시안컵 개최국인 UAE 인접국으로서 홈과 다름 없어 예멘이 호락호락하게 베트남의 '승점 자판기'가 될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현실로 베트남의 박항서 매직은 UAE 아시안컵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베트남 축구는 2018년 한 해를 꿈결 속에서 헤맸다. 한마디로 베트남 축구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2019년은 베트남축구와 박항서 감독에게 또 다른 도전의 한 해가 될 것이다. 2007년 이후 12년 만에 아시안컵 본선 무대에 서는 베트남이 성인 축구에서도 '동남아시아축구'의 한계 꼬리표를 떼어낼 수 있을까. 베트남 축구대표팀과 박항서 감독이 엄청난 축구팬들의 기대에 부응할 결과물을 얻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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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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