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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프란치스코 성당(Basilica de San Francesco).  프란치스코가 시성되던 해인 1228년에 공사를 시작해 1230년에 성당의 하부를 완성하고 성인의 유해를 모셨다. 도굴을 염려해 안치위치를 비밀로 했지만 1818년에 바닥에서 발견되어 경당을 만들고 벽감에 모셨다.
▲ 성 프란치스코 성당 성 프란치스코 성당(Basilica de San Francesco). 프란치스코가 시성되던 해인 1228년에 공사를 시작해 1230년에 성당의 하부를 완성하고 성인의 유해를 모셨다. 도굴을 염려해 안치위치를 비밀로 했지만 1818년에 바닥에서 발견되어 경당을 만들고 벽감에 모셨다.
ⓒ 이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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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는 매월 초, 한 어르신의 전화를 받습니다.

"촌장님, 쌀 잘 받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금방 전화를 끊을 자세의 그 목소리 끝을 잡고 서둘러 안부를 묻습니다.

"기온이 많이 내려갔는데 원장님과 형제들은 어떠세요?"
"네, 괜찮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짧게 답하고 결국 전화를 끊습니다. 원래 말을 아끼는 분이 시기도 했지만 점점 더 귀가 어두워져서인지 전화통화를 불편해하는 것 같습니다.

이 전화의 당사자는 우총평 원장님입니다. 버거씨 병으로 8번의 대수술을 받고 허리 아래 두 다리를 완전히 잃은 분이지만 갈 곳 없는 지적장애인들을 거두어 멸시받던 자들의 천국을 일구었습니다. 바로 '프란치스코네집'입니다. 전국 다섯 곳에 지적, 지체 남녀 장애인의 집을 설립하셨고 우 원장님은 현재 파주 프란치스코네집에서 지적장애인들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파주의 헤이리주민회는 회원 회비의 일부를 할애해 프란치스코네집에 매월 쌀을 보내고 있습니다.

쌀을 받자마자 전화를 주시는 원장님의 수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정량을 늘이는 것도 한가지 방법입니다. 하지만 매월 도정해 보내는 것은 묵은 쌀로 밥을 짓는 것보다 밥맛이 좋을 거란 이유에서입니다.

#2 
 
성 프란치스코 성인의 고향, 아시시.
▲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성인의 고향, 아시시.
ⓒ 이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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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 영대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몇 주간의 방학에 들어갔습니다.

우리 집은 유학 중 방학에 한국으로 귀국하기 보다 그 일대를 여행하면서 그 지역을 공부하기를 권합니다.

고향으로 모두 떠난 타국의 대학 기숙사나 자취방에서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대신 여행길에 오르면 외로움에서 탈출하면서 지역 문화에 더 깊이 도달하는 기회도 되기 때문입니다.

영대는 열흘 전 이탈리아로 떠났습니다. 이탈리아의 역사와 독일의 예술 분야를 탐색하고 다시 영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랍니다.

그제 아들은 성 프란치스코의 고향인 아시시(Assisi)에 도착해 "진짜 성지에 왔어요!"라고 그곳의 감동을 영상과 함께 전해왔습니다.

 
▲ 아시시 평화의 기운이 가득한 곳으로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않는 곳이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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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상인 가정의 부족함 없는 아들이었던 조반니 베르나르도네는 군인으로서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가던 길에 영적 환시를 경험하고 길거리에서 한센병 환자와 조우한 후 회한과 깨달음을 얻어 세속적인 모든 삶을 포기하고 거리에서 설교합니다.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돌보며 동물과 식물을 비롯한 하나님의 모든 피존물을 동등하게 품어 안았던 그가 곧 성 프란치스코입니다.

성직자가 아닌 이들이 서로 형제라 불렀던 이유로 탄생된 '작은 형제회'와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거나 탁발에 의존한 연유로 생겨난 '탁발수도회'가 성 프란치스코의 청빈한 수도생활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지적, 지체장애인들을 모아 그들을 돌보며 굶기지 않기 위해 구걸을 해야 했던 초기 우총평 원장님의 모습은 바로 성 프란치스코의 삶에 뿌리를 둔 것입니다.

크리스마스의 밤, 아들이 보내온 운무에 휩싸인 아시시의 모습을 보면서 성 프란치스코의 청빈을 생각합니다.

 
A prayer of St. Francis of Assisi: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도

 
Lord, make me an instrument of your peace;
where there is hatred, let me sow love;
where there is injury, pardon;
where there is discord, union;
where there is doubt, faith;
where there is despair, hope;
where there is darkness, light;
and where there is sadness, joy.
 
O Divine Master,
grant that I may not so much seek
to be consoled, as to console;
to be understood, as to understand;
to be loved, as to love;
for it is in giving that we receive,
it is in pardoning that we are pardoned,
and it is in dying that we are born to eternal life.
Amen.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도
 
주님,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상처가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믿음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둠이 있는 곳에 광명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심게 하소서.
 
오 거룩하신 주님,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기를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기를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림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음이나이다.
아멘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성프란치스코, #아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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