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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훈 의원(왼쪽)과 현창회 회장단의 대화
 백진훈 의원(왼쪽)과 현창회 회장단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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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일본 국회의사당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다

일본의 백진훈 참의원은 3선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입헌민주당 소속이다. 아버지가 한국인이고 어머니가 한국계 일본인이다. 조선일보 일본지사장을 역임했고, 2004년 처음으로 참의원 의원에 당선되었다. 2016년 3선 의원이 되어 평화헌법 수호, 한일우호, 일본인 납치문제 등에 관심을 갖고 정치를 하고 있다. 그는 한국에 유학을 해 우리말에도 능통하다. 통역 없이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백진훈 의원은 조선시대통신사 현창회 회원들과 인사를 나눈다. 겸손하고, 인상이 좋다. 황재하 회장은 현창회가 민간 차원에서 한일 문화교류와 관계개선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를 위해 이번에 닛코와 가와고에를 방문했음을 알린다. 이에 백진훈 의원은 한일 관계 개선이 필요한데,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에 빠져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우익 의원들이 강성발언을 쏟아내는 것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한다.
 
일본 국회의사당 단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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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훈 부회장이 문화교류 차원에서 한지인형으로 재현한 조선통신사행렬도 전시와 통신사 이예(李藝) 뮤지컬 공연 등에 백 의원이 힘써줄 것을 부탁한다. 이들은 국내에 전시, 공연되어 많은 호응을 받은 바 있다. 백 의원은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또 그가 통신사 현창회 자문을 맡아줄 것을 부탁한다. 이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한다. 우리는 앞으로도 일본에서 행해지는 통신사 관련 행사에 지속적으로 참가할 것을 약속한다.

일본의 조선통신사 관련 행사는 쓰시마에서부터 도쿄까지 연중 진행된다. 국내에서도 통신사 관련 행사가 부산, 영천 등에서 상당히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조선시대통신사 현창회는 국내행사에는 거의 참가하고, 일본 행사에도 선별적으로 참가한다. 이번에도 시즈오카에서 온 나가니시 하루요씨로부터 행사초대를 받았다. 우형택 일본지부장은 일본 행사를 모니터링 하면서 우리에게 소식을 전해준다. 내년의 사업계획은 연말이나 내년 초에 수립될 예정이다.

도쿄만을 지나 나리타공항으로
 
일본 국회의사당 정원의 철쭉
 일본 국회의사당 정원의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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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진훈 의원과 만난 곳이 의사당 앞 정원이어서 세부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우형택 지부장과 계속 소통하면서 교류와 협력을 지속하기로 하고 헤어진다. 이제 나리타 공항으로 가야 한다. 떠나기 전 우리는 의사당 주차장에 있는 기념품점에 들러 물건들을 구경한다. 주차장 건너편에는 헌정기념관이 있다. 11월인데도 불구하고 정원에 철쭉꽃이 피어 있다. 일본은 확실히 우리보다 따뜻하다. 건너편 고쿄에도 아직 단풍이 남아 있다.

버스는 이제 미나토구(港區)와 고토구(江東區)를 지나 후나바시(船橋) 쪽으로 가는 것 같다. 버스는 동간토 자동차도로로 들어선다. 밀리는 구간이 없어 3시 정도면 나리타 공항에 닿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간 여유가 있어 중간에 시스이(酒々井)휴게소에서 잠시 쉬어간다.     
 
도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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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우형택 일본지부장과 야나기하라 자문위원과 작별인사를 나눈다. 우형택 지부장은 이번 여행의 일정을 책임진 사람이다. 상황에 따라 중간 중간 일정을 조율하면서 여행을 차질 없이 진행했다. 나리타 공항에서 우리를 맞았고 지금 우리를 떠나보내기 위해 다시 나리타 공항까지 함께 한 것이다. 야나기하라 자문위원은 우츠노미야에서 만나 합류한 후 지금까지 학술적인 측면에서 이번 여행을 지원했다.

닛코의 절과 신사를 방문했을 때는 문화유산에 대한 해설을 맡았다. 그것은 그가 문화유산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린노지 보물관에서는 통신사 관련유물의 역사와 의미를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도쇼쿠의 조선종에 대한 설명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뿐 아니라 조선종 명문 탁본 2부를 우리 현창회에 기념품으로 주었다. 도쿄의 센소지와 히가시혼간지의 불교적 의미, 조선통신사와의 관련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번 여행에서 두 사람의 역할이 컸다.

나리타 공항 면세점에서 마주친 한반도 이야기
       
나리타공항
 나리타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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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는 오후 5시에 출발한다. 그리고 탑승시간은 오후 4시 30분으로 되어 있다. 수속을 마치고 공항 안으로 들어가니 한 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이번 여행에서 별로 돈을 쓰지 않아 돈이 좀 남았다. 나는 책을 사려는 생각에 서점으로 간다. 도쿄와 닛코를 소개하는 관광안내 또는 문화관련 서적이 있으면 사고 싶어서다. 닛코의 2사 1사를 자세히 소개한 책이 있으면 좋겠다. 그러나 서점의 규모가 작아 책의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다.

그런데 잡지 코너에 익숙한 제목의 주간지와 월간지가 보인다. <주간문춘(週刊文春>과 <문예춘추(文藝春秋)>다. <주간문춘>에는 한반도 관련 기사가 두 건 실려 있다. 늘 그렇듯이 한국 관련 글이 하나 북한 관련 글이 하나다. 마침 일제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의 대법원 판결이 난 터라, 일본이 강하게 반발하는 내용이다. 북한과는 납치문제라는 현안이 있어 그것을 다루는 인터뷰 기사가 났다.
 
<주간문춘> 기사
 <주간문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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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과 관련한 기사 제목이 "문재인 '징용공 폭주'로 자폭하는 한국"이다. 폭주 자폭 등 제목이 지나치다. 언론인들이 선정적으로 제목을 붙였겠거니 하면서도 입맛이 쓰다. 정치인과 언론인들의 선동 때문에 될 일도 안 되는 게 정치고 외교다. 기사의 앞부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번 판결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구축된 (일한) 양국 우호관계의 법적 기반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는 것이다.」 10월 30일 오후 4시 외무성 4층 응접실. 고노 다로 외상이 기다리고 있던 한국의 이수훈 주일대사를 맞아 무뚝뚝한 표정으로 착석을 촉구하며 엄한 어조로 추궁했다."
 
<문예춘추> 기사
 <문예춘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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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문춘>의 한반도 관련기사는 내용이 훨씬 더 많고 세부적이다. 기사는 두 가지다. 하나는 '1950~1953년의 한국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일제 강제징용 판결'이다. 일본에서 조선전쟁으로 불리는 한국전쟁 기사는 사진과 기사를 포함해 13쪽이나 되어 이번 호(12월)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강제징용 관련 기사는 전 한국 주재 일본대사였던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의 기고 형태로 실렸다. 그는 대사시절엔 친한파였으나, 지금은 혐한파로 바뀐 사람이다.

한국전쟁 관련 기사를 쓴 사람은 사진전문기자인 야마모토 고이치(山本皓一)다. 전 유엔군 주임속기관(主任速記官) 조지 풀러의 옛날 사진과 자신이 찍은 사진을 실었다. 기사의 제목은 "알려지지 않은 판문점"이다. 한국전쟁 휴전협정 65년을 맞아 귀중한 당시의 컬러 사진을 발굴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후반부에는 '판문점 역사 연표'와 야마모토 자신이 촬영한 판문점 사진이 실려 있다.
 
정전협정 당시 판문점
 정전협정 당시 판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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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 판문점에서 한국전쟁의 휴전협정이 조인된 당시의 모습을 미군 속기관이 개인적으로 촬영했다. 귀중한 컬러 사진에는 병사들의 모습과 시정(市井)의 숨결이 남아 있다. 그로부터 65年, 아직도 남북이 분단되어 있다."

무토 전 대사의 기고문 제목은 "한국 「징용공 판결」 문재인 일선(一線)을 넘었다."이다. 그는 '「있을 수 없다」 판결의 배경에는 일본에 대한 「응석 구조」가 있다'라고 썼다. 그는 강제징용 배상판결뿐 아니라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등을 다루고 있다. 위안부 문제는 인권문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속죄의식을 가질 수 있지만, 징용 문제는 경제문제로 이미 해결되었다는 입장이다.

통신사 관련 일에 무거운 책임감 느껴
 
가와고에 토진소로이 행사에 참여한 통신사 현창회원: 정사와 부사
 가와고에 토진소로이 행사에 참여한 통신사 현창회원: 정사와 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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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앞으로 통신사 관련 일로 일본을 자주 찾을 것이다.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 측 관계자를 만나 우리의 입장과 요구사항을 전달할 생각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에 우리는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와고에 행사에서 우리의 위상을 보여주었고, 닛코를 찾아서는 통신사로 간 조상들의 흔적을 찾아보았기 때문이다. 또 도치기현 지사와 닛코시장을 만나고, 닛코 출신 중의원 의원, 도쿄의 참의원 의원을 만나 우리의 입장을 전했으니 말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는 21세기 조선통신사 역할을 했다고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활동 내용을 17회에 걸쳐 자세히 기록함으로써 역사 속에 남는 일로 만들 수 있었다. 우리가 지금 조선통신사 선조들을 찾아보고 연구할 수 있는 것도 그들이 자세히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도쿄에서 닛코까지 그들이 걸은 길을 찾아다니며 그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기록이 좀 더 자세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조선통신사 현창회
 조선통신사 현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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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작은 성과에 만족하거나 안주하면 안 될 것 같다. 한·일 간에 이루어진 통신사 교류가 문화관광의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그 차원을 높여야 할 것이다. 한·일간 통신사 교류를 과거가 아닌 현재의 교류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잊혀져 있던 통신사 교류가 학술적으로 조명된 것이 30년도 채 안 됐다. 잊혀졌던 통신사 되살려 내기, 그것이 우리 통신사 현창회가 해야 할 일이다. 그 일에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하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덧붙이는 글 | [도쿄에서 닛코까지 조선시대통신사 길을 찾다] 연재를 17회로 마감한다.


태그:#백진훈 참의원, #나리타공항, #일제 강제징용, #한국전쟁, #21세기 조선통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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