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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의 대표 미술관으로 유럽 각국의 우수한 작품을 다수 보관한 최고의 미술관입니다.
 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 스페인의 대표 미술관으로 유럽 각국의 우수한 작품을 다수 보관한 최고의 미술관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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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여행에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프라도 미술관 관람일 것입니다. 프라도 미술관은 세계 3대 미술관으로 손꼽힙니다.

여행자 중에는 마드리드 여행에 있어 순전히 프라도 미술관을 찾는 것에 의미를 두기도 합니다. 이런 부류의 여행자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세계 유명화가들의 걸작을 한눈에 찾을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세계적인 미술관 마드리드 프라도 미술관
  
내년 개관 200주년을 맞이하는 프라도 미술관은 주위 환경도 참 아름답습니다.
 내년 개관 200주년을 맞이하는 프라도 미술관은 주위 환경도 참 아름답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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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도 미술관은 1785년 카를로스 3세가 자연사박물관을 만들 목적으로 건축됐습니다. 그후 나폴레옹과의 전쟁으로 미술관은 미완으로 남았다가 1819년 페르난도 7세 때에 이르러 개관하게 됩니다. 처음 미술관은 왕실에서 수집한 회화와 조각품을 관리하고 전시할 왕립미술관으로 사용되었고, 1868년 국유화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프라도 미술관에서 '프라도'는 이사벨라 2세 여왕이 이름을 지었다는데, '초원'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프라도 거리에 늘어선 울창한 가로수는 스페인의 뜨거운 태양을 가리고도 남습니다. 강렬한 햇살과 나뭇잎이 만들어 준 짙은 녹음은 몸도 마음도 상쾌하게 합니다.
 
미술관 정원 앞에는 낯익은 얼굴의 동상이 보입니다. 아내가 내게 묻습니다. 
 
프라도 미술관에 있는 스페인이 자랑하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동상.
 프라도 미술관에 있는 스페인이 자랑하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동상.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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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동상, 고야 동상 아냐?"
"그래 맞아! 스페인이 자랑하는 낭만주의 화가 고야야."
"그럼 여기서 고야의 원작을 볼 수 있겠네."
"그래, 고야를 비롯하여 스페인 화가는 물론, 세계적인 명화를 감상할 수 있을 거야."

 
학창 시절 미술교과서에 실린,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은 명화를 감상할 수 있다니! 벌써부터 가슴이 설렙니다.
 
프라도 미술관은 12세기부터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스페인 예술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으나, 이름만 들어도 명성이 자자한 유럽 각국의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작품들도 다수 보관한 최고의 미술관으로 알려졌습니다.
 
입장 티켓과 함께 가이드가 미술관 리플렛을 나눠줍니다. 한글판이라 무척 반갑습니다.
  
프라드 미술관 한국어판 리플렛에 엘그레코의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프라드 미술관 한국어판 리플렛에 엘그레코의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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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엘 그레코 그림이네."
"당신이 그걸 어떻게?"
"톨레도 산토 토메 성당에서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 작품을 보며 엘 그레코에 대해 들었잖아."

 
그러고 보니 아내의 눈썰미가 맞습니다. 리플렛 사진은 그리스 출신이자 스페인에서 생활하며 작품 활동을 한 엘 그레코의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입니다. 화가의 그림이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말만 들어도! 수많은 명화를 한 곳에서
 
프라도 미술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에다 3만여 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어 짧은 시간에 많은 작품을 감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세계적인 걸작을 전시한 공간답게 사진 촬영은 엄격히 금지합니다.
 
나는 이곳 박물관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몇 작품을 메모하였습니다. 메모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하여 관람하기로 했습니다. 
  
고야, <옷을 벗은 마하>, <옷을 입은 마하>
 고야, <옷을 벗은 마하>, <옷을 입은 마하>
ⓒ 프라도 미술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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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을 대표하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옷을 벗은 마하'와 '옷을 입은 마하'가 나란히 전시되어 있습니다.

작품 이름에서 '마하'는 누구일까? 작품 속 모델은 한눈에 봐도 같은 사람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담한 포즈, 사실적 묘사 때문에 고야가 누드화를 발표할 당시, 외설시비에 휘말리게 되었다고 합니다.

고야는 옷을 입히라는 압력을 받기에 이르렀고, 결국 옷을 입은 작품을 한 점 더 그렸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존심이 걸린 작가의 정신을 읽을 수 있습니다.
  
프란시스코 고야, <카를로스 4세 가족>
 프란시스코 고야, <카를로스 4세 가족>
ⓒ 프라도 미술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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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카를로스 4세 가족'이란 작품도 유심히 보게 됩니다. 작품의 첫인상이 참 기이합니다. 왕실 가족의 인물들은 모두 화려함으로 치장하였지만, 화폭 속의 모습은 한결같이 부자연스럽습니다.

고야는 '카르로스 4세 가족'을 통해, 당시 왕실의 무능함과 허영을 그림으로 신랄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고야는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는 자신의 모습을 화폭 속에 그려놓았습니다. 권력의 허상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말입니다. 
 
고야, <1808년 5월 2일>, <1808년 5월 3일>
 고야, <1808년 5월 2일>, <1808년 5월 3일>
ⓒ 프라도 미술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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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의 작품 중, '1808년 5월 2일', '1808년 5월 3일'은 인간이 인간에게 가한 폭력으로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공포가 어떠한가를 너무도 사실적으로 보여줍니다.

스페인을 유린한 나폴레옹의 만행을 생생하게 묘사한 것입니다. 칠흑 같이 어두운 언덕 뒤편에 멀리 보이는 성당의 십자가는 쓰러져 가는 사람들을 향한 구원을 상징하는 듯싶습니다.
 
"리플렛에 나온 엘 그레코 그림이 여기 있네"
 
아내는 엘 그레코의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를 뚫어져라 보다가는 조용히 말을 꺼냅니다. 
 
엘 그레코,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
 엘 그레코, <가슴에 손을 얹은 기사>
ⓒ 프라도 미술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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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보니, 노천명 시인의 <사슴>이 생각나네. 목이 긴 사슴이 연상되고, 뭔가 슬픔에 잠긴 모습까지!"
 
아내의 비유가 그럴 듯 해보입니다. 엘 그레코의 그림이 원근감, 색상을 뛰어넘어 이성보다는 감성을 그렸다는 것이 인상 깊게 다가옵니다. 엘 그레코는 당대 큰 관심을 끌지 못하였지만, 그가 죽은 한참 후에 명성을 얻은 그의 그림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가이드가 꼭 놓쳐서는 안 될 몇 작품을 소개합니다.
 
"보쉬의 작품 '쾌락의 정원'이에요. 초현실적인 상상력과 환상에서 비롯된 걸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지요." 
 
히레로니뮈스 보쉬, <쾌락의 정원>
 히레로니뮈스 보쉬, <쾌락의 정원>
ⓒ 프라도 미술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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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옥의 화가라는 네델란드 히에로니뮈스 보쉬가 남긴 에덴동산과 지옥 등의 모습을 그린 작품을 보고 또 봅니다. 수를 세기도 힘들고, 의도를 알 수 없는 인간군상의 행동과 괴상한 생명체들로 가득한 화폭은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킵니다. 결국, 육체적 쾌락, 물질적 탐욕에 빠진 대가가 어떤 징벌을 가져올 것인가를 작가는 사람들에게 암시하는 듯싶습니다.
 
미술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는 화폭 앞에 가이드는 우리를 다시 멈춰 세웠습니다.
  
벨라스케스, 〈시녀들>
 벨라스케스, 〈시녀들>
ⓒ 프라도 미술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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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에 비친 장면을 화폭에 옮겨 놓은 듯 한 벨라스케스 '시녀들'이라는 작품이에요. 회화의 3요소인 캔버스, 화가, 모델이 한데 뒤섞여 있어 현실과 허구의 세계를 한 화폭에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지요."
 
시녀들 속의 열 한 명의 궁정 인물 속에 화가 벨라스케스 스스로가 주인공이라도 되는 듯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주요 인물로 그려진 게 인상적입니다. 작가는 더욱이 귀족만이 가입할 수 있는 산티아고 기사단의 붉은 십자가를 그려 넣음으로써 궁정화가로서의 고결한 긍지를 드높이려는 의도를 드러냈는지도 모릅니다. 
 
알브레이트 뒤러, <자화상>
 알브레이트 뒤러, <자화상>
ⓒ 프라도 미술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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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체 묘사와 독특한 색채를 종합한 이탈리아의 알브레히트 뒤러 작품에도 시선을 모읍니다. 뒤러는 서양 미술사에서 최초로 자화상을 회화의 한 장르로 만든 화가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여러 점의 자화상을 그렸는데, 이는 자신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대단한 작가였음을 일깨워줍니다. '장갑을 낀 자화상'에서 화려한 옷을 입고, 그가 끼고 있는 흰 장갑은 지식인을 상징하였다고 합니다.
 
흔히, 미술 작품과의 만남은 혼과의 만남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사는 세상에서 작가들이 남긴 정신이 작품이 되고, 또 그것이 우리의 눈이라는 시각에서 상상력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는 프라도 미술관에서 아름답고 풍요로운 작품들을 눈에 담고, 가슴에 담아 미술관을 나섭니다. 예술가들이 남기고자 한 혼과 정신을 어렴풋이나마 느끼며 뭔가 모를 뿌듯함을 채웠습니다.

태그:#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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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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