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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지나가는데 그 옆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곳에 우리 용균이 동료들이 지금도 일하고 있다. 나는 그 사람들을 살리고 싶다."

정강이까지 오는 검정 롱패딩에 등산화로 무장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20일 오전 국회 정문 앞 기자회견장에 섰다. 이따금 말이 나오지 않아 숨을 몰아쉬었지만, 김씨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국회를 향한 당부를 5분여 동안 긴 호흡으로 전했다. "나라가 잘못해 이런 사고가 생겼고, 대책을 세우지 못해 우리 아들 목숨을 못 지켰으니 책임을 지라"는 호소였다.

김씨는 혼자가 아니었다.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피해자 고 이민호군 아버지 이상영씨, 삼성전자 하청업체 메탄올 실명노동자 김영신씨,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선원 유가족 허경주씨 등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자신의 아들처럼 기업과 국가로부터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빼앗긴 피해자 가족, 당사자들과 함께였다.

"책임 있는 원청 죄, 제대로 물어야"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20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직후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통과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하고 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20일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직후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에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통과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하고 있다.
ⓒ 조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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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정부와 국회에 바라는 것은 책임 대상인 원청이 살인에 준하는 처벌을 받도록 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 기업의 이익 대신 사람을 좇는 "가슴으로 하는 정치"도 당부했다. 유가족의 뜻을 위임 받은 시민대책위원회가 직접 참관하는 진상조사도 함께 요구했다.

김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와 같은 일들을 다른 사람에게 겪게 하고 싶지 않다. 여태까지 썩어빠진 채 행해진 일들이 바뀌었으면 좋겠다"면서 "이 나라에 바라는 것은 돈만 추구하지 말고 인간을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우리가 선출해서 나라를 맡겼으니, 당신들은 우리에게 고용된 노동자가 아닌가. 우리가 바라는 것을 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통령께서 유가족도 진상조사에 동참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는데, 결국 유가족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면서 "여태 (정부 측) 특별안전보건감독만 조사에 참여해 8년간 12명의 피해를 입었다. 올해 8월에도 국회의원들이 현장에서 와서 1시간 만에 나와 한다는 말이 '이런 곳은 사람이 일할 곳이 아니다'라고 하고 갔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아들이 죽기 전까지 처했던 처참한 노동 환경을 고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아들이 일하며 얼마나 무서웠을까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라면서 "우리 아들이 일하지 않은 다른 곳도 별 다른 게 없었다. 오히려 더 위험하고 더 열악했다. 탄가루가 날려 전쟁터 아수라장 같았다. 발을 헛디디면 죽을 수 있는 환경이었다"라고 강조했다.

울음 참지 못한 아버지 "아들 죽인 기업 벌금이 고작 2천만원?"

"노동자 안전보다 자기들 뒷주머니 챙기는 게 더 급하다. 이게 나라냐? 이 나라의 국민인 것이 후회스럽다."

김씨가 국회의 책임을 강조한 대목에서 고 이민호군의 아버지 이상영씨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씨는 아들을 죽인 기업이 고작 벌금 2천만 원을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분노했다. 산재 사망에도 별다른 형사 처벌을 받지 않고 똑같은 노동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기업들을 방치한 국회. 이씨의 표현대로라면 "여의도 둥근 지붕 밑에서 탁상공론만하는 사람들"을 향해 쏟아낸 분노였다.

이씨는 "애들이 죽어 나자빠지는데 탁상곤론말 벌이고 뭐 하나 처리하는 게 없다. 공직자들이 자기가 할 일을 안 하면 사고가 난다"면서 "중대과실죄로 회사 문을 닫을 정도로 벌금을 때려야 한다. 그 사람의 이름으로 다시는 문을 못 열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와 이씨가 함께 요구한 것은 산재 사망 사고 시 해당 원청과 사업주에 보다 강한 처벌을 강제하는 '중대재해 기업 처벌법'이다. 영국의 경우 산재 사고를 방치한 기업에 상한선 없는 벌금을 부과하고 해당 사실 공표를 의무화 하는 '기업살인법'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법안 통과 안 시키면 국회도 살인 방조자"

같은 맥락에서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구의역 사고 당시인 2년 전 발의한 이른 바 산업안전보건범죄의 단속 및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은 여전히 상임위원회에 계류 상태다. 이 법안은 사업주가 그 사업 또는 사업장의 노동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 3년 이상의 실형에 처하는 처벌 조항을 둬 산재 사고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했다.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국회도 반복되는 산재 사고의 '공범'이라고 규정했다. 황씨는 "하청업체 직원들이 병들고 죽어가는 것을 국회의원들도 뻔히 알면서, 당리당략에 따라 산업안전보건법을 고치지 않았다"면서 "강한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국회의원들도 살인방조자들로 구속 시켜야 한다"고 비판했다.

황씨는 특히 지난 11월 정부가 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의 한계를 언급했다. 그는 "결국 기업주들이 벌금 몇 푼 내고 마는 개정이 될 게 뻔하다. (형사처벌을 필수로 하는) 하한형이 그래서 필요하다. 징역형을 꼭 받을 수 있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면서 "국회의원들이 싸우다가 자기들 월급 올리는 것은 눈깜짝할 사이에 하는 엉뚱한 짓만 여태하고 있다. 노동자한테 갈 예산을 깎으면서,  지역구 예산만 늘리는 못된 짓만 한다. 가만히 놔두면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김미숙씨는 다시 한 번 자신의 아들과 그 이전에 죽어간 자식들의 이야기를 꺼냈다. 김씨는 "살면서 이런 가혹한 벌을 받을 만한 짓을 안 하고 살았다. 설마 나에게 그런 일이 벌어지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뼈가 녹는 고통을 함께 느낀다"면서 "(기업들을) 살인죄로 책임지게 해서 벌을 받게 해야 마땅하다"고 외쳤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각 당 원내대표실에 '참혹한 죽음의 행렬을 국회가 멈추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이들은 이 의견서에서 "위험의 외주화를 중단시킬 산업안전보건법, 산재 사망사고와 소비자 시민 피해를 막기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즉각 통과 시켜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현장에는 현역 의원 중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홀로 참석했다.

아래는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현장에서 아들에게 띄운 편지를 정리한 것이다.
 

이 세상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내 아들아.

널 잃고 나니 엄마는 억장이 무너진다. 어떻게 하면 너에게 못 다한 사랑을 전해줄지, 그것만 생각하고 산단다. 엄마는 널 지키지 못한 벌을 평생, 당연히 받을 거다.

아무리 아프고 힘들어도 널 위한다면 무엇이라도 찾아 억울한 너의 원한을 풀 도록 노력 할테니 엄마를 지켜봐줘.

너를 죽게 한 발전소 원청, 그렇게 만든 이 나라, 이 정부를 원망한다. 내 아들보다 먼저 죽임을 당한 12명의 사상자가 있었다. 그 때 진상규명이 제대로 됐다면 우리가 이런 아픔을 겪지 않을 텐데.

나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내가 싸우지 않는다면 또 다른 희생자 용균이가 나올 테니 그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멈출 수 없다. 아들에게 면목 서기 위해서라도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엄마가 끝까지 싸울게.

사랑하는 내 아들 용균아. 미리 막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지 못한 원청, 그렇게 만든 정부에게 살인죄로 그 책임을 묻는다. 또 다시 비리를 감추고 은폐한다면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엄마라는 이름으로 끝까지 싸울 것이니까.

 
난 가진 게 없다. 가졌다면 이 목숨하나다. 내 삶이 끝나기 전 멈출 수 없다. 내가 죽는 게 겁나지 않다. 그래서 두려울 게 없다. 살아야 한다면 용균이를 위해. 그러다 죽는다면. 우리 아들 용균이 볼 수 있을 테니 괜찮다.

온몸이 떨리도록 깊은 원한이 날 더욱 강하게 만든다. 엄마가 자식으로 인해 한 맺힌 것이 얼마나 크게 사회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보여주고 단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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