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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합창반
 헤이리합창반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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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느 곳을 여행할 때면 그곳 마을을 천천히 한 바퀴 걸어 돌아봅니다. 첫째는 얼마나 욕심이 적은 사람들이 사는가가 보입니다. 마을을 이룬 구성에 사람이 차지한 영역이 아닌, 자연의 몫으로 얼마나 지분을 할애했는가를 가늠해보면 됩니다.

전원에서 마을을 이루고 사는 기쁨은 숲을 배경으로 내리는 함박눈을 바라보며 따뜻한 차를 나누는 풍경이 다가 아닙니다. 가정은 마을이라는 커뮤니티의 구성원이고 건강한 커뮤니티의 근원은 그 커뮤니티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단체 활동에서 비롯됩니다.

좋은 곳에 택지가 될 땅을 사고, 좋은 집을 지을 경제적 능력을 가졌다고 해서 좋은 이웃과 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것은 개인의 경제적 능력과는 전혀 무관한 일이니까요.

좋은 이웃은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안다면 함께 좋은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곧 모두가 좋은 이웃을 갖게 되는 길임도 알게 됩니다. 좋은 커뮤니티에 살길 원하지만 커뮤니티 활동에 팔짱만 끼고 있다면 형용모순 (形容矛盾)인 것이지요.

헤이리 예술마을은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돌이켜보면 입주 초기 더 활발한 소그룹들이 활동했습니다. 사물놀이팀, 댄스스포츠팀, 발리댄스팀, 미술사스터디그룹, 탁구동아리, 크로키그룹, 미술창작팀, 합창반, 청년그룹... 그런데 헤이리에 건축물의 완공 숫자가 많아지고 주민의 수가 많아질수록 이 활동들은 활력을 잃어갔습니다.

우선 입주민이 몇 가구 되지 않았을 때는 새로운 공동체를 시작한 사람으로서의 열정과 사명감으로 충만한 초심이 있었습니다. 함께 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이루어질 수 없는 숫자에서 익명 뒤로 숨을 수도 없었습니다.

헤이리가 베드타운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삶의 터전이 되어감에 따라 각자 각 공간을 운영해야 하는 절박함과 그것에 몸이 묶이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입주자가 늘어감에 따라 공동체 활동은 '내가 아니라도...'라는 마음도 함께 자랐습니다. 더불어 친소관계가 형성된 것도 전체적인 어울림에 장애가 되었습니다.

12월 15일 합창반이 연습 중인 헤이리 커뮤니티 하우스에 들렀습니다. 헤이리심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고 계신 서현석 지휘자와 김덕희 피아니스트 부부가 앞장서서 올 10월부터 다시 주민들이 모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저녁 7시에 모여 하모니를 이루는 일은 성악을 연습하는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가 허허벌판이 아니라 마을에 산다는 것을 일깨우기 때문입니다.

지금이 아니라면 우리는 언제 노래할 것인가?
 
▲ 헤이리 합창반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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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헤이리합창반, #헤이리,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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