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윙키즈> 포스터.

영화 <스윙키즈> 포스터. ⓒ (주)NEW

 
불공정 행위일까? 아니면 마케팅 기법일까?

지난 주말 박스오피스에서 눈에 띈 점은 오는 19일 개봉하는 <스윙키즈>가 개봉 전에 10만 관객을 넘긴 것이었다. 14일(금)부터 16일(일)까지 진행된 사전 유료 시사 영향이 컸다. <스윙키즈>는 하루 400개 안팎의 스크린에서 3일간 1762회 상영됐다. 사실상 개봉 날짜를 약속해두고 사전에 개봉한 것과 다름없는, 이른바 '변칙 개봉'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상도의를 어긴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변칙개봉에 민감한 곳은 중소배급사들이다. 대다수 중소배급사들은 대작 영화들을 피해 나름 고심 끝에 개봉일을 정한다. 그러나 대작 영화 등 일부 영화들이 이를 변칙적으로 당겨 개봉하는 경우,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지난 2014년 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이 예정된 개봉일을 1주일 당겨 7월 10일 변칙 개봉하자, 같은 날 영화를 개봉하려던 중소배급사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한 중소배급사 대표는 "적지 않은 마케팅 비용을 쏟아 붓고 개봉 일정을 잡은 상황에서, 대작 영화가 예정보다 앞당겨 같은 날 개봉하는 것은 영화 시장의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관객들에게 폭넓은 영화 선택의 기회를 앗아가는 일"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거대 자본의 논리로 중소 영화사들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이러한 변칙 개봉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분개했지만, 거대 배급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영화 개봉을 2주가량 늦출 수밖에 없었다.
 
최근의 변칙 개봉 논란은 주로 공식 개봉일을 앞두고 진행하는 유료 시사회 때문이다. <스윙키즈> 논란도 이런 부분에 기인한다. 흥행의 대목인 주말 시장, 아직 개봉하지 않은 영화가 미리 상영관을 확보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셈이다. 한 원로영화인은 개봉 전 "주말에 스크린을 차지하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시장질서가 흐려진다는 것이다.
 
<스윙키즈> 변칙개봉 "문제시하기는 어려워"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영화 <스윙키즈>의 한 장면. ⓒ (주)NEW

 
하지만 마케팅 관점에서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시선도 있다. 일반적으로 예전에 토요일 개봉하던 영화들이 화·수·목요일로 옮겨 개봉하면서 상도의는 이미 깨진 것이고,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배급업무를 맡아 시네마서비스의 배급이사를 역임했고, 현재 온라인 흥행분석사이트 '흥행판'을 운영하고 있는 이하영 프로듀서(현 부천영화제 사무국장)는 시대의 변화를 언급하며 "변칙개봉에 대해 상도의를 말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대기업의 멀티플렉스가 아닌 단관극장에서 오래 상영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만일 변칙개봉이 이뤄질 경우 배급사가 가만있지 않았다"며 "당시는 극장보다는 배급사의 힘이 강한 때였고, 변칙개봉이 이뤄질 경우 어떤 영화가 피해를 보는지 바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변칙개봉으로 손해를 보는 영화를 특정할 수 없는데다 극장의 힘이 더 우위에 있다 보니 변칙개봉 문제제기 자체가 크게 반향을 얻기 힘든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하영 프로듀서는 개봉에 앞서 주말 스크린을 차지해 유료 시사를 진행한 <스윙키즈>의 경우만을 한정해서 볼 때도 "이를 문제시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주말 400개 스크린을 차지했는데, (지금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비수기 시장이었다는 점에서 다른 상영작에 크게 피해를 준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본격 성수기 진입에 앞서 어느 정도 분위기를 띄워놔야 할 필요성이 있는 시점이었고, 극장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라며 "50주 차 금토일 3일 간의 전체 관객수가 200만 명 정도에 불과할 만큼 관객이 많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 배급사 중에 변칙개봉을 안 한 데가 한 곳이라도 있나"라면서 "변칙개봉이라는 것도 모든 영화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흥행에 자신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스윙키즈>의 경우 공식 개봉 전에 입소문 극대화를 위한 마케팅 전략으로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명시적 규정 없는 개봉일, 해법 쉽지 않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2016년 유로 시사회 시장 점유율 현황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2016년 유로 시사회 시장 점유율 현황 ⓒ 김병욱 의원실

 
하지만 변칙 개봉 문제 제기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7년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 '2016년 한국영화 동반성장 이행협약 모니터링 보고서'를 근거로 "2016년 흥행순위 상위 30편 중 25편이 목요일 개봉 관례를 깨고 수요일에 개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화요일이 공휴일을 경우 개봉일로 정하는 영화들이 늘고 있다. 문화의 날로 지정돼 관람료 할인 혜택이 있는 매월 마지막 수요일은 일반적인 영화 개봉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유료시사의 경우는 대작 영화들이 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6년 개봉작인 <곡성>과 <부산행> 등도 개봉 전 주말 유료 시사회를 열어 논란이 되기도 했다. 2013년 개봉했던 <변호인> 역시 전야 유료 시사 형태로 하루 전에 변칙 개봉한 바 있다. 
 
메이저 배급사와 해외 메이저 직배사 중심의 변칙 개봉이 일반화되면서 영화산업 불공정행위의 새로운 수단으로 굳어지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영화계 내부적으로 합의된 규칙도 없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변칙개봉의 피해는 대부분 소규모 배급사 영화들에게 돌아간다. 변칙개봉이 이뤄질 경우 작은 영화들의 경우 '7일'이라는 최소 상영을 보장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개봉 일에 대한 명시적인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닌 데다, 마케팅 전략으로 용인되는 분위기도 있어 논란은 계속되지만 해법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스윙키즈 변칙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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