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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겨울철 집중 어로전투'가 한창인 동해지구의 수산사업소들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 북 김정은, 동해지구 수산사업소 시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겨울철 집중 어로전투"가 한창인 동해지구의 수산사업소들을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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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조미(북미)관계는 싱가포르조미(북미)공동성명을 성실히 리(이)행해나가려는 수뇌분들(정상들)의 확고한 의지에 따라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세흐름에 역행하여 미국의 악랄한 대조선적대행위들이 끊임없이 자행되고 있는 데 대해 나는 아연함과 격분을 금할 수 없다."


북측이 16일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미국이 대북 제재·압박과 (북의) 인권을 문제 제기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제재 압박의 수위를 높이는 데만 골몰한다면, 비핵화 진전이 아니라 비핵화의 길이 영원히 막힐 수 있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담화는 외무성 미국연구소 정책연구실장 명의로 작성됐다. 그는 담화를 통해 "쌓이고 쌓인 조미(북미)사이의 대립과 불신, 적대관계 속에서 상대방에 대한 위협과 공갈, 압박이 문제해결의 방도로 될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리치(이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동안 개인 명의의 담화는 북의 공식 입장과는 거리가 있거나 무게감이 낮다는 평을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담화는 11월 2일 외무성 미국연구소의 권정근 소장의 이름으로 논평한 지 45여 일 만에 나온 것이라, 현재 미국을 향한 북측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권정근 소장은 미국이 "시간은 쉼 없이 흘러가는데 '선 비핵화, 후 제재 완화'라는 외마디 말만 되풀이하면서 바위 짬에라도 끼운 듯 대조선 압박의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권 소장은 북측이 핵과 경제를 동시 발전하겠다고 발표한 '병진'을 언급하며 미국을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논평에서 "만약 미국이 우리의 거듭되는 요구를 제대로 가려듣지 못하고 그 어떤 태도 변화도 보이지 않은 채 오만하게 행동한다면"이라고 전제하며 "'병진'이라는 말이 다시 태어날 수도 있으며 이러한 노선의 변화가 심중하게 재고려 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북측의 연이은 논평, 담화는 내년 1년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발표할 신년사의 기조와도 연관 지을 수 있다.

신년사는 보통 한 달에서 한 달 반 전에 준비해 발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의 각 부서에서 주요 내용을 취합한 다음 일주일여 전에 김 위원장이 있는 최고지도부에 올라간다는 것. 김 위원장이 참석해 주요 결정을 한 후 발표하는 방식이다.

"비판의 강도 강하지 않지만... '미국 향한 경고'"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 오후 남북정상회담 숙소로 사용한 평양 백화원초대소에 남쪽에서 가져온 10년생 모감주나무를 심은 뒤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기념식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19일 오후 남북정상회담 숙소로 사용한 평양 백화원초대소에 남쪽에서 가져온 10년생 모감주나무를 심은 뒤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겸 조직지도부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평양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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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의 최근 담화와 논평이 신년사를 고려한 '미국을 향한 경고'라고 풀이했다.

그는 "비판의 정도가 강한 것은 아니지만, 11월 이후 다시 담화가 나온 점을 주목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북측이 신년사에 반영되는 내용을 검토하며 나온 것일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해석이다. 개인 명의로 발표해 격을 낮췄지만, 미국이 대북 제재로 압박을 가하자 불만을 숨기지는 않았다는 것.

앞서 미 국무부는 지난 10일 최룡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등 북한 고위 관리 3명을 북한 인권유린의 주범으로 지목하며 제재 대상으로 올렸다. 하루만인 11일에는 북한을 종교 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재지정했다. 특별우려국은 관련법에 따라 경제 제재 등을 받는다.

"북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걸 드러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지난 9월 26일 오전(현지시간) 제73차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 유엔 본부 내 양자회담장에서 수행원들과 이동하고 있다.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지난 9월 26일 오전(현지시간) 제73차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 유엔 본부 내 양자회담장에서 수행원들과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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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연이은 제재로 북을 압박하는 모양새지만 북측은 외려 담화문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담화는 "그래도 명색이 '유일초대국'(미국)의 외교관들이라면 지나온 조미관계력사를 통해 제재 압박이 우리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은) 북이 시간에 쫓기고 제재 때문에 내부적으로 버티기 어려운 악조건이라고 판단하지만, 북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걸 드러냈다"라고 해석했다.

그는 북측의 주장이 일관적이라는 점도 짚었다. 지난 9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밝힌 "북미 신뢰 회복 없이 일방적인 핵무장 해제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나 최근 논평, 담화 모두 일관된 미국의 '상응 조치'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홍 실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원칙을 요구하며 타협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북미 모두 서로 주장, 요구의 차이를 인식하고 있다"라며 "북측의 주장은 더 강해진 것도 약해진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북측의 논평과 담화가 '미국연구소' 등 외무성 산하의 연구기관에서 나온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연구기관을 빌어 말하는 것은 북이 나름대로 수위 조절을 하는 것이다.

구갑우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연구자가 자기 이야기를 칼럼으로 한다고 생각해보면, 높은 수위가 아니다"라며 "우리와 똑같을 수는 없지만, 신문사에 실리는 칼럼과 신문사의 공식입장은 차이가 있다. 북도 빠져나갈 구석을 만들어 놓으며 발표한 내용"이라고 정리했다.

태그:#담화, #북, #대북제재, #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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