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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 '이웃 사람'은 좋고 나쁨을 떠난 호칭이다. 부제가 '38선 북쪽의 어제와 오늘'이므로 '이웃 사람'은 북한(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가리킨다. 대다수 일본인이 적대시하는 북한을 이웃이라 부르는 사진작가 하츠자와 아리의 눈길이 남다르다. 하츠자와는 네 번째 방북을 마치고(2011~2012) <이웃 사람>(2012)을, 일곱 번째 방북을 마치고(2016~2018) <이웃 사람, 그 후>(2018)를 발간한다.
 
'이웃 사람', 38선 북쪽의 어제와 오늘 / 하츠자와 아리 지음
 "이웃 사람", 38선 북쪽의 어제와 오늘 / 하츠자와 아리 지음
ⓒ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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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펼친 <이웃 사람>은 그 두 권에서 발췌・편집한 한국판 사진집이다. 그러니까 제3자의 눈에 의해 두 번이나 걸러진 북한 이미지다. 사실적인 북한 정보에 목마른 나 같은 한국인들에게는 핫뉴스일 북한 정경이다.

특히 사진들을 보기 전에 읽게 되는 하츠자와의 북한 체류기 두 편이 인상적이다. 북한과 일본의 속살을 헤집는 비판적 사유는 사진들에 밴 "보편성이 교차하는 순간"에 접속하도록 이끈다.

솔직히 하츠자와의 눈길은 내게 뜻밖의 수확이다. 남북회담 이후 평화 정책이 궤도에 오르면서 지난 12일 남북이 시범철수 GP를 검증하는 단계에 이르렀지만, 미지의 북한에 대해 어정쩡한 나를 느끼던 참이어서 그렇다. 북한이 공개하기를 꺼리는 이슈들을 줄기차게 노크해 평양 이외의 지방 촬영 허용과 일본인 납치 문제 거론을 이끈 그의 개방적 관점이 믿음직스럽다. 북한 알기의 한 매개체로 삼을 만하다.

그래선지 김정은 정권의 인민을 위한 실리주의 실천을 포착해 남북이 "서로 공감하는 부분이 더욱 많아지게 하는 자료"로 제시된 <이웃 사람>이 북한의 참된 변화로 다가온다. "밭 한가운데에서도 휴대폰이 잘 터졌다"거나, "호텔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다가왔던 부랑자(꽃제비)"가 안 보인다거나, "젊은 연인이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속삭이게 된 점" 등등의 일상 변화가 지난 9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능라도 '5월1일경기장' 연설에 환호하게 한 바탕이지 싶다.

카메라 앵글로는 전할 수 없는 현장감을 시류에 버무려 중계하는 체류기는 사진집(찐빵)의 앙꼬다. 읽다 보면 절로 의식에 공감의 가상세계를 짓게 된다. 북한의 지방들이 내비치는 빈곤에 대해 현지 사정에 들어맞지 않는 보편적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나아진 현황에 주목하는 게 그래서 가능해진다. 타 빈곤국과 달리 식자율(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능력)이 100퍼센트에 가깝다는 지적도 사실로 인정하게 된다.

그렇게 북한의 변화하는 삶을 응원하는 하츠자와의 눈길은, "그런 체제로는 경제성장이 될 리가 없으리라는 세계인의 예측을 물리치고 발전의 조짐을 보인 것이 2013년의 일이다" 같은 관찰안(觀察眼)에 근거한다.

<이웃 사람, 그 후>에 실린 북한의 한겨울 풍경이 "일본인들이 기대하던 가난함이 강조된 듯해서 당황했다"는 고백 또한 북한 실정과는 거리가 먼 조작된 이미지에 익숙한 세태를 통찰해서다.

체류기에서 하츠자와는 장차의 조일(朝日)외교나 북미회담의 방향도 제안한다. 그러느라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른다'를 들어 체제 선전물을 훔치려다가 출국 직전 구속된 웜비어씨가 신병 인도 후 본국에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조심스레 북한 손을 들어준다. 수십 년의 역사 전체를 제대로 모르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북한에 대해 "극악무도한 국가상"을 심어준 아베 정권은 북한의 교섭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주장도 편다.

하츠자와의 <이웃 사람> 눈길처럼 선입관을 내려놓은 개방적 태도로 북한에 대한 의문점을 하나씩 풀어갈 때, 더딜지언정 제대로 뿌리내린 통일의 싹을 틔울 수 있다 여긴다. 암튼 한국판 사진집 <이웃 사람>이 참 반갑다.

이웃 사람 - 38선 북쪽의 어제와 오늘

하츠자와 아리 지음, 눈빛(2018)


태그:#이웃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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