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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합니다"의 「사과법」을 만들면 어떨까?

"미안하다"는 말은 아마도 사람들이 일상생활 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용어 중 하나일 것이다. "한 마디 말로써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이 잘 말해주듯이, "미안하다"는 사과(謝過)의 한 마디는 사람들 간의 미움을 용서로 바꿔주고 분쟁을 화해로 전환시켜주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비롯하여 세월호 참극과 같은 큰 범주의 사건부터 각종 의료사고나 교통사고 그리고 개인 간 다툼에 이르기까지 피해를 당한 피해자 측은 대체로 법적 책임이나 배상문제에 앞서 먼저 가해자 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고 싶어 한다. 그러한 사과의 말 한 마디로써 자신 혹은 자신의 가족이나 동료들이 당해야 했던 억울한 피해에 대하여 위로를 받거나 혹은 관련된 행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받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우리 사회에서 가해자 측 사과의 목소리를 그다지 많이 들을 수 없다. 물론 가해자 측에 의한 용서 할 수 없는 범죄 행위가 적지 않게 실재하고 있으며, 또 가해자 측이 전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런데 동시에 사과를 할 경우 법적 책임 문제에 대한 우려로 인하여 사과를 하지 않은 경우 또한 적지 않다.
 
미국, 호주, 홍콩에는 「사과법」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사과'를 하는 법률이 만들어지면 어떨까? 만약 그렇게 「사과법」이 만들어져 서로 사과를 주고받게 된다면, 그리하여 상호 간에 마음이 좀 누그러질 수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 소송건수는 많이 줄어들 것이 틀림없고(특히 가벼운 사안에서), 그만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절감된다. 아울러 이렇게 사회적 갈등 요인도 감소됨으로써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상태에 놓인 우리 사회의 긴장도를 완화시킬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실제 「사과법」이 제정되어 시행 중인 나라가 상당히 있다. 미국에서는 「사과법」이 1986년 매사추세스주에서 처음으로 제정되었고, 이후 30여 주에서 제정되어 시행 중이다. 미국 외에도 캐나다와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사과법」이 시행 중이다. 다만 나라마다 약간씩 상이한 규정을 두고 있다.

미국의 「사과법」은 대부분 단지 '한정적인' 사과만을 규정하고 있다. 즉, 사과는 결코 과실 인정으로 등치되지 않으며, 단지 의료분야나 혹은 기타 인신(人身) 상해의 범주와 관련된 민사소송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에 비해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에는 「사과법」의 포괄 범위가 대부분의 민사법률 절차를 포괄함으로써 미국의 경우보다 그 적용 범주가 보다 광범위하다. 일부 주에서는 사과가 과실 인정까지 의미하는 것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캐나다는 대부분의 주에서 「사과법」이 제정되어 시행 중이며, 사과가 과실 인정을 의미하는 '전면적' 사과가 적용되고 모든 법률 절차에 적용된다.

아시아에서는 홍콩이 아시아 최초로 「사과(謝過)조례」를 제정하였다. 분쟁 당사자들에게 본인의 의사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사과하는 것을 권고함으로써 화해 방식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과 행위는 구두 혹은 서면에 의한 사과, 후회, 유감, 동감 혹은 선의의 표시를 포함한다. 이 조례는 모든 민사법률 절차에 적용되며 공무원 및 사회 각 부문 역시 적용된다. 동시에 법정 혹은 판결 시 정상 참작할 수 있도록 하여 만약 사과 내용이 소송의 유일한 증거일 경우 법정 혹은 사법기구는 이를 채택하여 사과 행위자에 불리하지 않은 증거로 삼아 소송제기인의 법률 권리와 균형을 맞추도록 하였다.

우리나라도 상기한 바와 같은 다른 나라의 관련 규정을 세밀하게 참조, 검토하여 우리의 구체적 실정에 부합되는 「사과법」이 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가기관과 기업도 구성원에게 착오에 의한 명예훼손 시 사과해야


덧붙여, 중국의「공무원법」제103조는 "기관의 착오로 인한 구체적 인사 처리에 의하여 공무원의 명예가 훼손되었을 경우, 기관은 마땅히 사과를 하고 명예회복을 시켜야 하며, 그로 인해 초래된 악영향을 제거하도록 해야 한다.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법에 의하여 배상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도 국가기관만이 아니라 기업에서 소속 구성원에 대해 부당하게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기관과 기업에서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마땅히 국가기관과 기업은 당사자에게 진정성 있게 사과해야 함을 법률로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태그:#사과, #만인 대 만인의 투쟁, #사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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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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