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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수록 깊은 맛에 빠져들게 하는 맑고 깔끔한 고기국물이 일품이다.
 먹을수록 깊은 맛에 빠져들게 하는 맑고 깔끔한 고기국물이 일품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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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여행을 떠나보자. 제주도나 해외가 아니어도 좋다.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주변의 맛집도 좋겠다. 아마도 좋아하는 음식을 찾아 떠나는 미식 여행만큼 즐겁고 의미 있는 일도 드물 것이다. 아름다운 곳에서의 맛있는 음식은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준다.

여수 도심을 잠시 벗어나자 가슴이 뻥 뚫린다. 여수공항 가는 길이다. 이곳 방향으로 달려가다 만난 곳, 농가맛집이다. 여수 소라면 작은 시골마을의 가마솥곰탕집이다. 외갓집에 온 듯 친근하고 푸근한 느낌이 좋다. 집으로 들어서니 잘 정돈된 정원의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이 저절로 편안해져 온다.
 
농가맛집 여수 홍가네 가마솥곰탕집의 메뉴다. 섞어탕이 눈길을 끈다.
 농가맛집 여수 홍가네 가마솥곰탕집의 메뉴다. 섞어탕이 눈길을 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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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듬뿍 담긴 갈비탕에서 행복이 새록새록 피어나

우리 일행은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에야 가까스로 이곳에 왔다. 이집은 오후 2시까지 점심시간에만 영업을 한다. 갈비탕 두 그릇을 서둘러 주문했다. 실은 곰탕집이라 곰탕을 먹으려 했으나 지인이 갈비탕 가성비가 좋다며 추천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곰탕은 다음 기회로 미뤘다.

반찬은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들이다. 매일 버무려내는 겉절이와 새금한 깍두기, 토속적인 된장 맛이 좋다. 제철 농산물들이 주로 밥상에 오른다. 이렇듯 주인장의 손길이 닿은 착한 식재료들이다보니 말 그대로 건강밥상이다.

곰국과 갈비탕 국물은 가마솥에 끓여낸다. 갈비탕 국물을 한술 맛보는 순간 이곳 주인장의 정성이 엿보인다. 먹을수록 깊은 맛에 빠져들게 하는 맑고 깔끔한 고기국물이다. 어느새 갈비탕과 나 자신이 완전체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누군가 나에게 여수 갈비탕 맛집을 묻는다면, 또한 갈비탕 한 그릇이 먹고 싶다고 말하면 이집을 추천할 것이다. 다양한 음식이 많고 많지만 이렇듯 단품 메뉴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쉽지 않을 터. 그러나 이집의 평범해 보이는 식탁에서 마주한 갈비탕은 참 만족도가 높다.

사실 맛집이란 곳이 알고보면 별로 대단한 곳은 아니다. 집에서 식구들이 먹는 그대로의 밥상에 정성이 깃들면 되는 것이다. 좋은 식재료에 정성이 듬뿍 담긴 밥상을 마주하면 누구나 감동한다. 또한 그들의 마음속에 오래도록 기억된다.
 
손질된 소꼬리와 소갈비는 흐르는 물에서 핏물을 빼는 중이다. 가마솥에서는 사골이 설설 끓고 있다.
 손질된 소꼬리와 소갈비는 흐르는 물에서 핏물을 빼는 중이다. 가마솥에서는 사골이 설설 끓고 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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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사태하고 소갈비로 갈비탕의 육수를 따로 만들어요"

이집 음식은 어떻게 조리할까. 부엌을 잠시 들여다봤다. 주방은 바닥에 떨어진 밥풀떼기라도 주워 먹을 수 있을 정도다. 커다란 두 개의 가마솥에서는 사골이 설설 끓고 있다. 손질된 소꼬리와 소갈비는 흐르는 물에서 핏물을 빼는 중이다. 이곳에서 새삼 느꼈다. 자고로 맛있는 음식은 최고의 식재료에 정성이 듬뿍 담겨야 한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이집의 갈비탕을 "당연히 한우 갈비겠지" 하면서 먹는다. 먹는 내내 원산지를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손질이 잘 되어있고 맛도 대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갈비탕의 갈비는 호주산이다.

"아롱사태하고 소갈비로 갈비탕의 육수를 따로 만들어요. 갈비는 세 번의 작업을 거쳐요."
 
곰국과 갈비탕 국물은 가마솥에 끓여낸다.
 곰국과 갈비탕 국물은 가마솥에 끓여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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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탕의 기본 상차림, 반찬은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들이다.
 갈비탕의 기본 상차림, 반찬은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들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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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아롱사태와 갈비로 육수를 냈다. 인삼, 감초, 대추 등의 한약재에 양파, 대파, 생강 등을 더한 12가지 식재료가 사용된다. 손님상에 나가기까지 세 번을 끓여낸다.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써요. 곰탕 한 그릇 손님상에 나가는 데 딱 3일 걸려요. 초벌과 재벌을 거쳐야하니까요. 3일 동안 끓이면서 기름제거를 계속해요."

초기에 부모님이 식당을 오픈했으나 아들(50, 홍성수)이 이어받았다. 곰탕 전문점 이다보니 곰탕이 단연 인기메뉴다. 그러나 곰탕에 도가니와 꼬리를 한데 섞은 이색음식 섞어탕도 많이들 찾는다. 점심 한 끼니지만 하루 판매량은 130~150그릇이다.

우리 국민들이 좋아하는 음식 갈비탕의 본래 이름은 가리탕 또는 갈이탕이다. 옛 기록을 살펴보니 1890년대 궁중연회 상차림에 갈비탕에 관한 기록이 있다. 그러나 갈비는 그보다 훨씬 이전인 고려시대 말부터 먹어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립니다.


태그:#미식여행, #갈비탕, #곰탕, #여수맛집,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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