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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부발전 본사 정문앞에 각계의 추도 현수막 사이로 서부발전 명의 사과 펼침막이 걸려있다.
 한국서부발전 본사 정문앞에 각계의 추도 현수막 사이로 서부발전 명의 사과 펼침막이 걸려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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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부발전(주)가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가 숨진 지 5일 만에 '임직원 일동' 이름으로 대국민사과문을 내놓았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 7시에 기자들에게 사과문 이메일을 보낸 데다 사과 내용과 대책마저 부실해 '속빈 강정 같은 사과문'이라는 지적이다. 

한국서부발전(주)(아래 서부발전)은 16일 오후 7시 서부발전 출입기자단에게 사과문을 담은 이메일을 보냈다. 서부발전은 사과문에서 "전 임직원은 안타까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고(故) 김용균님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참사를 계기로 모든 사업장이 가장 안전한 현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환골탈태의 자세로 매진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덧붙였다.

사과문은 이와 함께 ▲신속하고 철저한 사고 진상규명과 조사 협조, 결과에 대한 책임 ▲유사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점검 전 사업장으로 확대 및 개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행에 최선 ▲유가족과 동료직원의 치유를 위한 지원 등을 약속했다.

이에 대해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아래 시민대책위)는 이날 '한국서부발전, 잘못부터 인정하라' 제목의 논평을 내고 요목조목 비판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사장도, 회사 명의도 아닌 '임직원 일동'으로 나온 이 글은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은 데다 출입처 기자들 메일로만 전송됐다"며 "사과는 피해자에게 직접 하는 것이 기본인데 방법부터 틀렸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사과문은  한국서부발전(주)과 태안화력 홈페이지에서는 찾아 볼수 없다. '언론용 사과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시민대책위는 또 "딱 열 문장으로 구성된 사과문에서 자신의 잘못은 한 가지도 밝히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시민대책위는 특히 "사고 전, 서부발전은 비용 3억 원을 이유로 28차례에 걸친 설비개선 요구를 묵살했고. 사고 이후에는 거짓 진술, 사고시간 조작 의혹, 작업중지 명령에도 재개 지시, 노동자들에 대한 협박 등을 일삼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인의 부모님의 던진 '당신 자식이었어도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일하게 했겠냐'라는 질문부터 답하라"며 제대로 된 사과와 책임자 처벌, 실직적인 대책을 거듭 촉구했다.

 
한국서부발전본사 정문 앞에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하얀 리본 등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한국서부발전본사 정문 앞에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하얀 리본 등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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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한국서부발전 임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과 이에 대한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의 논평 전문이다.
 
[한국서부발전 임직원 명의 사과문]

고인의 명복을 빌며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한국서부발전주식회사 전 임직원은 지난 12월 10일 안타까운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故 김용균님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전력산업의 최일선에 있는 저희들은 비정규직 청년노동자의 끔찍한 죽음 앞에서 숙연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께 다음과 같이 우리의 다짐과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 신속하고 철저한 사고 진상규명을 위해 관계기관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성실히 임하겠으며, 조사결과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지겠습니다.

―. 더 이상 이와 같은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꼼꼼히 점검하고 확인하여 사업장 전 영역을 철저히 개선하겠습니다.

―.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소통하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노동을 존중하는 정부의 방침이 잘 이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유가족분들과 동료분들이 받았을 깊은 고통과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최선의 지원과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한국서부발전의 모든 사업장이 가장 안전한 현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환골탈태의 자세로 매진해 나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 번 故 김용균님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2018년 12월 16일
 한국서부발전주식회사 임직원 일동


- [시민대책위 논평] 한국서부발전, 잘못부터 인정하라

16일, 한국서부발전이 故김용균님 사고 5일만에 사과문을 냈다. 사장도, 회사 명의도 아닌 '임직원 일동'으로 나온 이 글은 어디에도 공개되지 않았다. 출입처 기자들 메일로 전송됐을 뿐이다. 사과는 피해자에게 직접 하는 것이 기본이다. 방법부터 틀린 사과다.

서부발전은 사과문을 통해 ▲조사협조와 결과에 따른 책임 ▲사업장 개선 ▲정부방침 이행 ▲유가족과 동료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며, '환골탈태의 자세로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사과문은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라는 말로 끝나는데, 읽고 나면 진심이라는 단어에서 헛웃음이 나온다. 왜, 무엇을 사과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다. 서부발전은 딱 열 문장으로 구성된 사과문에서 자신의 잘못은 한가지도 밝히지 않았다. 사고 전, 서부발전은 비용 3억 원을 이유로 28차례에 걸친 설비개선 요구를 묵살했다. 사고 이후에는 업무지시에 대한 거짓 진술, 사고시간 조작 의혹, 작업중지 명령에도 재개 지시, 노동자들에 대한 협박 등을 일삼았다. 길게 쓰라는 말이 아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라는 말이다.

"당신 자식이었어도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일하게 했을겁니까", 故김용균님 부모님의 절규다. 서부발전은 이 질문부터 답하고 사과하라.

2018년 12월 16일
故김용균 시민대책위

태그:#고김용균시민대책위,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위험의외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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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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