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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경부터 거의 매일 거리에 나와 살았다. 기자회견, 연대집회만으로도 하루가 빠듯했다. 바쁜 데 비해 성취감은 미미해 허무하기도 했다. 지인이 내게 '잡다한 것들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충고했다.

평화어머니회 활동을 통해 평화운동을 시작했다. 평화어머니회는 일정한 요일에 규칙적으로 미국대사관 앞에서 평화시위를 했다. 매달 셋째 주 토요일에 광화문 광장에서 핑크 천을 들고 평화 서클 춤을 췄다.

시위와 핑크 천과 평화 춤은 평화어머니회의 상징이 됐다. 짧은 기간에 평화어머니회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것이다. '딜리트' 원리가 적용된 사례다.
 
새로움을 만든느 창조의 명령어
▲ 딜리트 새로움을 만든느 창조의 명령어
ⓒ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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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열의 <딜리트>는 '딜리트'라는 '비움과 지움'의 키워드를 통해 혁신과 창조를 이뤄낸 자신의 경험과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노자의 무위 개념과 니체의 니힐니즘(Nihilism)을 기존의 시간과 공간, 문화와 통념의 틀을 부수고 비워내는 개념으로 이해한다. 저자는 니힐리즘이야말로 '최고의 가치를 스스로 탈가치화' 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잘 나가는 혁신기업이 또 다른 혁신을 못하고 안주해서 정점에서 망하는 것은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미 있는 시장이나 기술에 대한 미련을 떨쳐 버리지 못해서라고 한다.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것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니체는 현실의 안전함 속에 안주하지 말고 도발적으로 창조적 파괴자로 살 것을 부추긴다. 인간의 정신과 문화를 지배하던 기독교 신의 죽음을 선포하기도 한다. 기존의 가치관에 망치를 들이대 깨부수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위험하게 살라고 꼬드긴다. 심지어 베수비오 화산가에 도시를 세우라고 까지 말한다.
 
"위험하게 살지어다. 그대들의 도시를 베수비오 화산가에 세우라. 그대들의 배를 미지의 바다로 내보내라. 그대와 동류의 인간들, 그리고 그대들 자신과의 싸움 속에 살아라. 그대들 인식하는 자들이여. 지배자와 소유자가 될 수 없다면 약탈자와 정복자가 되라." - 메시나에서의 전원시 중. 100쪽
 
시몬느 드 보봐르는 <제 2의 성>에서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말로 페미니즘 운동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김유열은 "인간은 천재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천재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메시지로 99.9%의 보통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한다.

'딜리트'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아무나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실천의 용기를 지닌 자만이 비움을 통한 채움의 진리인 '딜리트'의 참맛을 볼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는 쓸데없이 몸과 마음, 삶의 자리에 무언가를 쌓고 또 쌓고 쌓게 만든다. 물신의 우두머리 맘몬신은 인간에게 '무에서 유를 창조해 부에 부를 더하라'고 끊임없이 채찍질한다. 하지만 딜리터들은 '유를 무로 만드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열심히 설득한다. 버리고 버리고, 지우고 또 지워 새롭게 채울 빈 공간을 만들라고 말이다.

저자는 EBS 편성기획자로 일하면서 '딜리트'를 통해 놀라운 혁신을 이뤄낸다. 기존 프로그램의 70%를 없애고 어린이와 교육 다큐멘터리 중심의 편성으로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저자는 국내외의 '딜리트'를 통한 혁신과 성공 사례를 통해 '딜리트'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창조적 천재가 되라고 주문하면 모두 어렵게 생각하고 포기하지만 '딜리트'와 왜(Why)를 동시에 물으면 새로운 발상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저자가 딜리트를 '새로움을 만드는 창조어'라고 말하는 이유다.

한때 '리셋 코리아'라는 말이 유행했다. 리셋을 위해서는 먼저 불필요한 것들을 '딜리트' 해 비워야 할 것이다. 단단한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생명의 알맹이인 '씨앗'만을 남겨 새로운 생명을 꽃피우기 위한 첫 번째 작업이 바로 '딜리트'다.

독수리가 무거워진 깃털과 무뎌진 발톱을 뽑아내는 고통의 시간을 견뎌냈을 때 또 다른 새로운 생명의 시간이 주어진다고 한다.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고 싶은가.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생의 짐들을 모두 '딜리트'하고 맨몸으로 과감하게 벼랑 끝에 서라. 비로소 새로운 삶을 향한 비상의 날갯짓이 가능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딜리트/ 김유열 지음/ 쌤앤파커스/16,000원


딜리트 - 새로움을 만드는 창조의 명령어

김유열 지음, 쌤앤파커스(2018)


태그:#덜어내기, # 지우기, #비우기, #창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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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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