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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카풀 서비스 논란이 뜨겁습니다. 급기야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며 택기기사가 분신 사망하기까지 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바람직한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일환으로 카풀 서비스에 대한 찬반 의견을 듣습니다. 이외에도 카풀 서비스에 대한 다양한 의견 기다립니다.[편집자말]
 
이태희 벅시 대표. '벅시(buxi)'는 버스와 택시의 합성어로, 11~15인승 렌터카로 승객들을 주요 공항으로 데려다주는 공항 픽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태희 벅시 대표. "벅시(buxi)"는 버스와 택시의 합성어로, 11~15인승 렌터카로 승객들을 주요 공항으로 데려다주는 공항 픽업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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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택시 기사의 죽음이 카카오 카풀 서비스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10일 택시기사 최우기(57)씨가 국회 인근에서 분신해 숨진 뒤 카카오모빌리티도 오는 17일 시작할 예정이던 정식 서비스를 내년으로 미뤘다.

그럼에도 IT(정보기술) 업계에선 카카오 카풀 서비스를 비롯한 스마트폰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를 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보고 있다. 중대형 렌터카를 이용해 공항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벅시(BUXI)' 이태희(48) 공동대표가 대표적이다.

13일 낮 서울 강남 한 카페에서 만난 이 대표는 "카카오 같은 플랫폼 업체와 택시기사는 서로 적이 아니라 서로 협력해야 하는 관계"라면서 카카오와 택시 노동자의 갈등으로 비치는 걸 안타까워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0일 정주환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등과 함께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만났고, 택시업계 관계자와도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풀 사태 본질은 택시요금 인상과 노동자 생존권 요구"

"지금 사태의 본질은 카풀 문제가 아니다. 외형적으로는 스마트폰으로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차를 부를 수 있는 서비스(카카오택시)로 택시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것처럼 보였던 플랫폼(카카오)에서 카풀 서비스를 내놓자, 이제는 택시업계에서 자신의 이익을 침해한다며 반대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카풀'이란 혁신에 따른 이익과 손실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떻게 나누느냐, 여기서 정치와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느냐다."

이 대표는 산업혁명기 러다이트 운동을 예로 들었다. 19세기 초 영국의 노동자들은 자본가들이 공장에 기계를 들여와 일자리를 줄이려 한다면서 기계파괴운동을 벌였다.

"영국에서는 러다이트 운동이 성공하지 못했지만 비슷한 시기 공장에 기계를 도입한 프랑스나 스웨덴에선 노동자들에게 굴복해 산업혁명이 늦어진 사례가 있다. 생존권에 직면한 노동자들의 저항이 혁신을 가로막을 순 없지만 늦출 순 있다. 전체 국가 경제 차원에서 보면 혁신으로 앞서나간 나라와 뒤쳐진 나라로 구분된다. 산업혁명 시기에 영국에 사회보험이 많이 도입된 것처럼 혁신으로 이익을 거두는 쪽과 피해를 보는 쪽의 이해를 잘 조정해 혁신이 효과적으로 일어나면 그 나라는 흥하게 된다. 우리나라가 어떤 길을 가야하는지는 결국 정부와 정치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 대표는 최근 카풀 사태의 본질을 택시업계와 정부·정치권 사이의 줄다리기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카풀 서비스를 막는다고 택시업계가 더 좋아지거나 택시노동자 임금이 올라가는 건 아니다"라면서 "결국 카풀은 핑계일 뿐이고 택시법인은 정부에 택시요금 자율화를, 택시 노동자는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택시 부족한 출퇴근 시간대 카풀 반대는 소비자 이익 침해"

이 대표는 "(카풀 서비스에) 가장 격렬히 반대하는 택시노조도 카카오에 직접 책임지라는 요구는 아닌 걸로 안다"라면서 "택시노조는 정부에 혁신에 따른 사회 변화로  피해를 입는 계층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택시업계에선 카카오가 택시산업 발전을 함께 하겠다고 시작했다가 카풀 업체인 '럭시'를 인수해서 자신들을 배신했다는 논리인데,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카카오 카풀은 하루에 오전, 오후 두 번으로 제한해 전업화를 금지하고 있다. 택시가 잘 안 잡히는 출퇴근 시간대에 카풀이나 자가용 렌터카로 해결하려는 건 기업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카카오란 플랫폼은 택시든 자가용이든 렌터카든 법적으로 허용하는 교통수단을 통해 플랫폼에 들어오는 수요를 대응해줄 의무가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 지금 택시업계의 주장은 빠르고 편한 이동을 원하는 소비자의 이익(이동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쏘카에서 인수한 '타다'(승합차 렌터카 서비스)는 강제배차 시스템이어서 호출하는 승객에게 100% 배차하는 반면, 카카오택시는 100% 배차가 되지 않는 불완전한 상품"이라면서 "카카오 카풀은 상품의 불완전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고, 택시가 만약 카풀 도입을 막으려면 배차에 더 적극적으로 응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택시노동자들 요구도 카풀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자신들의 생계를 보장하라는 것이다. 하루 11시간씩 일해도 한 달 200만 원,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상황을 개선하라는 것이다. 그 울분이 카풀로 쏟아져 나왔을 뿐이다. 앞으로 자율주행 단계가 되면 택시기사란 직업 자체가 없어지는데 그때도 택시기사들이 반대한다고 사회적 호응을 받을 수 있을까? 받지 못한다. 자율주행 등 과학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택시기사의 생존권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야 한다."

실제 더불어민주당에서 13일 택시 사납금제를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자,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이를 환영하면서 택시완전월급제 시행을 촉구했다. 
 
22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택시비상대책위 주최 '제2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카풀 영업행위를 규탄하며, 불법 카풀 앱 영업행위 금지를 위한 여객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 택시노동자 여의도 집결 "카풀 앱 불법영업 아웃!" 22일 오후 여의도 국회앞에서 열린 택시비상대책위 주최 "제2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카풀 영업행위를 규탄하며, 불법 카풀 앱 영업행위 금지를 위한 여객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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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카카오택시 도입 이후 택시기사 수입이 증가한 것처럼 앞으로도 플랫폼 업체와 택시업계가 서로 협력하면 현재 8조 원 규모인 국내 택시시장의 '파이'를 더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플랫폼을 이용해 현재 8조 원 정도인 우리나라 택시 시장을 전체 모빌리티 시장 규모인 30조~40조 원으로 키울 수 있다. 앞으로 자가용 구매는 줄어들고 택시와 카풀 자가용 영업, 렌터카와 같은 공유교통이 해결하게 된다. 플랫폼 사용자가 100% 배차된다는 확신이 있으면 자가용이 필요 없게 되고 자연스럽게 공용 차량 이용이 더 늘어나게 된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벅시'의 경우 법의 저촉을 받지 않는 11~15인승 렌터카를 이용해 기존 택시와 달리 '합승'이 가능하다. 벅시 이용자들은 집에서 바로 픽업해 공항까지 연결해주는 '편의'를 선택하는 대신 다른 승객들과 차량을 함께 이용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택시업계가 플랫폼에 준하는 요금 결정권을 달라는 건 결국 택시요금을 올려달라는 것인데 요금만 오르면 소비자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택시 종류와 요금이 다양해지면 소비자 선택도 다양해진다. 카카오나 우리 같은 플랫폼 사업자와 함께 다양한 소비자 기호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하면 택시기사들 수입도 더 올라갈 수 있다."

"자율주행차 시대 앞두고 혁신에 따른 사회적 갈등 시험대"

카풀 서비스 역시 전업제가 아닌 탓에 전문적인 서비스를 보장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택시처럼 기사의 자질 문제나 안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대표는 호주의 경우 글로벌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 시스템을 도입한 뒤 이용자 1인당 1호주달러를 적립해 택시업계에 전달하고, 뉴욕에선 차량등록제로 기사가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추도록 하는 등 사후 안전장치를 만들었음을 들어, 카풀 선시행 사후 규제에 무게를 실었다. 

"우리는 강물이 흐르기도 전에 댐부터 짓고, 다리 다 짓고 나서 물 틀자는 꼴이다. 물이 흘러야 방향이 정해지고 수량이 나와야 조절할 보도 만들고 다리도 만드는 것 아닌가. 지금 사회적 논의는 일단 물을 막아 놓고 안전장치 다 준비해 놓고 시작하자는 거나 다름 없다. 그러다 정작 물을 흘렸을 때 높은 보에 걸려 더는 못 흐르게 되면 그 밑에 다리 만든 돈까지 다 날아가게 된다. 한국에서 혁신이 계속 늦어지는 이유다."

이태희 대표는 "지금 택시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게 완전자율주행차인데 앞으로 상용화까지 5년도 남지 않았다"라면서, 이번 카풀 사태가 우리 정부와 정치가 혁신에 따른 사회 갈등을 풀 수 있는지 살펴볼 '시험대'라고 지적했다.

"나는 카풀이 혁신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모빌리티 부문에서 풀어야할 과제가 쌓여 있는데 카풀 문제 하나 못 풀어서 모두 막혀 있다. 카풀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에선 혁신이 불가능하다는 사회적 절망감이 팽배해질 거다. 혁신을 가로막는 쪽에선 막으면 되는구나, 혁신을 주도하는 쪽에선 역시 우리나라에선 아무것도 안 되는구나, 할 거다. 역사가 증명하듯 과학기술 발전이 혁신을 낳고 혁신은 경제 성장을 낳는다. 그걸 잘 하는 나라는 성장하고 세계사를 주도하지만 혁신이 가로막힌 나라는 도태해왔다. 한국은 지금 발전과 퇴보의 기로에 있다. 그 사회가 혁신에 따른 갈등을 해결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 시험대에 선 것이다."

[카카오 카풀 대 택시 갈등]
카카오 카풀을 조심하라 http://omn.kr/1f3py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다" 격앙된 택시기사들 http://omn.kr/1f0yu
카풀 그리고 택시, 진짜 싸움은 이게 아니다 http://omn.kr/1ciwb

태그:#카카오카풀, #택시기사_분신, #이태희,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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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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