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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스페인이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뜨거워진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스페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태양이고, '태양의 나라'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이는 연중 따가운 태양이 내리쬐는 기후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혹자는 스페인이 광활한 식민지 영토를 차지했을 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다는 데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합니다.

어찌됐건, 스페인이 '태양의 나라'라는 사실이 많은 사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은 하나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태양하면 정열도 함께 생각합니다. 플라멩코 리듬처럼 온몸으로 즐기고, 열정을 토해놓는 뜨거움이 스페인 사람들 밑바탕에 깊게 깔려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자유 분방함과 낭만이 있는 광장, 솔 광장
 
마드리드에서 중심부에 있는 푸에르타 델 솔 광장.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는 곳이며, 약속장소로 많이 이용됩니다.
 마드리드에서 중심부에 있는 푸에르타 델 솔 광장.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는 곳이며, 약속장소로 많이 이용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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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리드의 푸에르타 델 솔 광장. '푸에르타'는 성문을, '솔'은 태양을 뜻합니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그것도 마드리드 한 복판에서 '태양의 문'이라는 광장 이름이 낯설지 않습니다.

"솔 광장에서 '태양의 문'을 찾을 필요는 없어요. 16세기까지 스페인의 영광을 상징하는 태양의 문이 있었다는데, 현재는 그 자취가 없으니까요!" 
 
공연 관람을 떠나 함께 참여하는 모습도 좋아보였습니다.
 공연 관람을 떠나 함께 참여하는 모습도 좋아보였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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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설명을 들으며 광장에 들어서는데,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북적합니다. 솔 광장이 마드리드의 배꼽에 해당한다는 말이 실감납니다. 광장 주변은 음식점, 하몽을 파는 가게와 시원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바르까지, 여행자를 유혹합니다. 기념품점과 유명 브랜드점도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여기서도 잡상인들이 눈에 뜨입니다. 단속반이 들이닥치면 쉽게 보따리를 싸서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딜 가나 별 차이가 없는 모양입니다.

솔 광장에선 자유 분방한 젊은이들로 활기찹니다. 신나게 노래 부르고 춤 추고! 흥겨워하는 모습이 보기에 좋습니다.
  
솔 광장은 젊은이들의 천국, 자유 분방한 젊은이들이 광장에 나와 흥겹게 노래하고 춤추고 젊음을 발산합니다.
 솔 광장은 젊은이들의 천국, 자유 분방한 젊은이들이 광장에 나와 흥겹게 노래하고 춤추고 젊음을 발산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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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도 어깨를 들썩들썩하며 그들의 흥겨움에 박수를 보냅니다.

"광장에서 즐겁게 노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도 확 날려버릴 것 같아! 흥이 있는 신나는 일로 하루를 마감하면서!"

어떤 패거리들은 자기들 주장을 알리려는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무슨 항의 시위라도 하는 모양입니다.

곳곳에 펼쳐지는 공연 또한 여행자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클래식을 연주하는 합주단 선율은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반면 붉은 드레스를 입은 무희들이 기타반주에 맞추어 추는 플라멩코 공연에는 구경꾼들도 함께 박수를 치며 즐깁니다.
  
마드리드 솔 광장에는 많은 거리공연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 연주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마드리드 솔 광장에는 많은 거리공연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클래식 연주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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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멩코 공연에 박수를 치며 노는데 아내가 손을 잡아끕니다.

"저쪽으로 마임을 하는 예술가들도 있네!"

아내 손에 이끌려 가보니 스테츄마임을 펼치는 모습이 보입니다. 예술가들은 온몸을 꿈쩍하지 않고 눈 하나 깜박거리지 않습니다. 공연자 앞에는 돈 통이 놓여있습니다. 공연을 구경하다 어느 누가 돈 통에 동전을 넣자 여태껏 사람인지 동상인지 모를 동작을 하던 예술가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입니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윙크까지 보냅니다. 
 
마임 공연. 사람들이 신기한 모습으로 바라봅니다. 겉으로 보기엔 참 힘들어 보였습니다.
 마임 공연. 사람들이 신기한 모습으로 바라봅니다. 겉으로 보기엔 참 힘들어 보였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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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는 있겠지?"
"그야 물론이지! 근데, 우리는 그저 본 대로 느끼는 게 상책 아닐까!"


말하지 않는 예술가의 의미심장한 콘셉트를 헤아리면 좋겠지만, 본 대로 느끼는 게 마임을 감상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내도 슬쩍 동전을 넣자 예술가는 손을 흔들어 고맙다는 표시를 합니다.

또 다른 광장 한쪽에는 비보이 공연이 사람들을 불러 모읍니다. 사람들은 큰 원을 그리며 공연을 구경합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브레이크 댄스와 흡사한데, 구경꾼들과 쉬운 동작을 함께 하고자는 모습이 이색적입니다. 
 
솔 광장 한복판에서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아슬아슬한 비보이 공연을 펼쳤습니다.
 솔 광장 한복판에서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아슬아슬한 비보이 공연을 펼쳤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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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가운데 원형 분수대를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은 많은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맥주 캔이나 음료수를 들이키면서 한가하게 담소를 나눕니다. 구경거리에는 별로 관심도 없는 듯이 말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는 구경거리는 솔 광장을 더 풍요롭게 합니다.

솔 광장에는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스페인 포르투갈 여행의 마지막 날, 우리는 다시 솔 광장을 찾았습니다.

"간밤에 그냥 지나쳤던 솔 광장에서의 소소한 추억거리를 남기고 가자구요!"

광장 한 켠, 곰돌이 동상 앞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습니다. 곰돌이는 '마드료뇨'라는 산딸기나무 열매를 따먹으려는 자세로 일어선 모습입니다. 곰돌이가 굉장히 근육질입니다. 
 
마드리드의 상징물인 곰동상. 사람들의 약속의 장소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마드리드의 상징물인 곰동상. 사람들의 약속의 장소로 이용하기도 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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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 동상은 수도 마드리드를 상징하고, 곰과 산딸기나무는 시의 문장(紋章)에 등장합니다. 곰 발뒤꿈치가 반질반질하죠. 거길 만지면서 기도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있기 때문이죠."

가이드 설명이 끝나자 우리 일행들도 자기한테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며 인증샷을 날립니다.

옛 중앙우체국이었던 자리로 옮겨왔습니다. 건물 맨 꼭대기에 종이 매달려 있습니다. 여기에는 재미나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섣달 그믐날, 자정을 알리는 종을 12번 치는데, 이때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종소리에 맞춰 준비한 포도를 한 송이씩 따먹으며 새해 소원을 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세밑 보신각 타종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옛 중앙우체국 시계탑 건물입니다. 지금은 정부청사 건물로 사용하고 있다는데, 맨꼭대기에는 종이 메달려 있어 한 해의 마지막 날 새해을 알리는 타종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옛 중앙우체국 시계탑 건물입니다. 지금은 정부청사 건물로 사용하고 있다는데, 맨꼭대기에는 종이 메달려 있어 한 해의 마지막 날 새해을 알리는 타종행사를 한다고 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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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중앙우체국이었던 건물 앞, 사람들이 땅바닥을 향해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이게 스페인 국도기점을 나타내는 킬로미터 제로 포인트에요! 여기서 스페인 곳곳으로 통하는 도로가 시작되는 점이죠!" 
 
솔 광장 시계탑 건물 앞에 있는 킬로미터 제로 표식. 이곳에 발을 올리면 또 마드리드에 온다는 속설이 있어 여행자들은 사진을 찍습니다.
 솔 광장 시계탑 건물 앞에 있는 킬로미터 제로 표식. 이곳에 발을 올리면 또 마드리드에 온다는 속설이 있어 여행자들은 사진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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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 말로는 단순히 도로원점 표시라면 굳이 여행자들이 사진을 찍으려고 수선을 피우려하지 않은 텐데,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이 지점을 발로 꾹 밟으면 언젠가 다시 마드리드에 돌아온다는 속설이 있기 때문이랍니다.

아내와 나도 도로원점을 밟으며 사진 한 장을 찍었습니다. 태양만큼이나 정열적이고 낭만이 넘치는 마드리드에 또 올 것을 소망하면서 말입니다.

태그:#스페인, #마드리드, #솔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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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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