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포스터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포스터 ⓒ 소니픽처스코리아

 
마블 스튜디오와 소니 픽처스의 판권 문제가 해결되면서 스파이더맨은 '마블 유니버스'에 합류하게 된다. 새 스파이더맨의 등장으로 탄력을 받게 된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왔다. 마블 시리즈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이번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선택된 스파이더맨은 특유의 매력을 통해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를 '오직' 스파이더맨만의 색깔로 채워 넣는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꽤나 실험적인 도전을 택했다 할 수 있다. 익숙한 주인공인 피터 파커 대신 흑인 꼬마 마일스 모랄레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물론 6명의 다른 스파이더맨들을 등장시킨다. 여기에 라이트 노벨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익숙하지만 아직 영화에서는 독특한 소재로 받아들여지는 평행 우주(패럴렐 월드)를 가져왔다. 이 어색하고 복잡할 수 있는 세계관을 정리한 힘은 '스파이더맨'이 가지는 가치다.
   
흑인 소년 스파이더맨, 평행우주에서 온 피터 파커를 만나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스틸컷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스파이더맨은 마블의 다른 영웅들과 다른 매력을 소유하고 있다.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는 평범하고 내성적인 학생이다. 그에게는 처음부터 다른 영웅들처럼 투철한 책임감이나 영웅이 갖는 포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스파이더맨에게는 인간적인 고뇌가 있다. 그에게는 갑부 아이언맨처럼 자신감이 있지도, 군인 캡틴 아메리카처럼 투철한 정신이 있지도 않다. 또 신 토르처럼 강인함을 지니고 있지도 않다. 그래서 스파이더맨에게는 인간적인 고민이 있고 성장이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주변의 고통에 마음을 쓰는 인간적인 영웅이 스파이더맨이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이런 스파이더맨의 매력을 마일스 모랄레스에게 주입시킨다. 덕분에 관객들은 익숙하지 않은 이 새로운 주인공에게서 원작의 '피터 파커'의 느낌을 받게 된다. 여기에 한 가지 포인트를 준 건 마일스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이가 다른 세계에서 온 피터 파커라는 점에 있다.  

마일스가 스파이더맨의 능력을 얻고 신기해하는 스파이더맨의 초창기 모습을 보여준다면 다른 세계에서 온 피터 B. 파커는 오랜 시간 히어로로 생활하며 느끼는 염증을 보여준다. 스파이더맨의 인간적인 면모는 그가 처한 상황에 따라 심리적으로 많은 동요를 일으킨다. 남을 구해줘 봐야 자신에게 이로울 거 하나 없고 본인의 삶은 점점 망가져 가는 생활에 지친 피터 B. 파커는 마일스와의 만남을 통해 변화를 보여준다.

세상 떠난 스탠 리에게 바치는 헌사 같은 작품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스틸컷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스틸컷 ⓒ 소니픽처스코리아

마일스는 피터 B. 파커를 통해 영웅이 지녀야 될 자세를, 피터 B. 파커는 마일스를 통해 자신이 잃어버렸던 초심을 되찾는다. 중심이 되는 두 명의 스파이더맨을 통해 관객들이 사랑하는 스파이더맨의 가치를 새롭게 이식하며 흥미를 더한다. 여기에 '코믹스'와 '애니메이션'의 효과를 절묘하게 섞은 편집과 장면 구성도 있다. 이 구성은 여러 인물들이 엮이며 이해하기 힘들 수 있는 이야기를 쉽게 풀어나가는 열쇠가 되어준다.  

화면 분할을 유용하게 사용해 관객이 흥미를 느끼기는 힘들지만 설명을 해야 되는 이야기를 빠르게 끝내며 이야기에 속도감을 더한다. 여기에 영화처럼 규모에 구애 받지 않고 스케일을 키울 수 있다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마일스가 피터 B. 파커와 도심을 질주하는 장면이나 킹핀의 연구소에 몰래 잠입하는 장면 등이 인상적이다. 특히 6명의 스파이더맨이 모두 등장하는 마지막 액션 장면의 경우 캐릭터들이 서로의 동선을 신경 쓰는 영화와 달리 자유롭게 자신들의 능력을 펼쳐 보이며 매력을 발산한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영화에서 어색함과 한계를 느낄 지점들을 표현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되었다는 점, 기존 히어로가 아닌 새로운 인물을 내세운 스핀오프도 충분히 흥미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형식과 소재에 있어 신선함을 갖추되 원작이 지향하는 가치를 품어낸 이 작품은 11월, 세상을 떠난 원작자 스탠 리에게 바치는 최고의 헌사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기자의 개인 블로그와 브런치, 키노라이츠, 루나글로벌스타에도 실렸습니다.
스파이더맨:뉴유니버스 스파이더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