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트랩> 포스터

<데스트랩> 포스터 ⓒ 영화맞춤제작소

 
배경은 DMZ 인근, 탈옥한 연쇄 살인범을 쫓던 여형사가 지뢰를 밟았다. 휴대전화기는 멀리 떨어져 있어 전화를 걸 수도 없다. 실낱같은 희망은 오는 전화는 받을 수 있는 블루투스 헤드셋과 권총 한 자루. 여형사는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지난 6일 개봉한 <데스트랩>은 한정된 공간에서 범인을 추격하던 여형사가 극한의 상황에 닥쳐 생과 사의 기로에서 분투하는 영화다. 지뢰에서 발을 떼는 순간 벌어질 일을 상상하기 싫기에 근육이 뻣뻣해지는 가운데도 발을 움직일 수가 없다.
 
잘못 걸려온 전화 한통도 그에게는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가볍게 지나칠 수 없다. 간곡하게 지금 처한 상황을 설명하며 경찰에 연락을 대신해 주길 바라지만 상대방은 장난이 아닐지 의심하며 시큰둥이다.
 
한적한 숲속에서 마주친 의문의 일본인이나 도망치던 연쇄 살인범과 마주한 것도 그에게는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과도 같다. 상대를 향해 권총을 빼드는 것도 그가 살기 위함이다. 어떻게든 저들의 도움을 받아 지뢰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싶기 때문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데스트랩>은 단순하게 보일 수 있는 상황을 긴장감 있게 그려낸다. 그래서 흥미로운 영화다. 오직 지뢰를 밟은 여형사를 중심으로 한 숲 속 공간이 대부분의 화면을 차지하지만 다양한 앵글을 통해 표정과 심리를 묘사하기에 단조롭게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지뢰를 밟은 후 이른바 '멘붕'에 빠져 다양한 감정을 표출하는 여형사의 절박하면서도 긴장된 분위기만이 화면에서 도드라진다. 저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진다.
 
일단 멀리 떨어져 있는 전화기를 손에 쥘 수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민간인 접근이 쉽지 않은 DMZ 인근에서 만난 의문의 일본인 여성은 희망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그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 또 다른 위협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DMZ에서 형사와 범죄자 일본인이 섞여 있는 모습은 남북 분단 현실과 그 사이에 있는 일본의 모습을 상징하는 장치기도 하다.
 
극장 대신 디지털 개봉 선택한 이유
 
 <데스트랩>의 한 장면

<데스트랩>의 한 장면 ⓒ 영화맞춤제작소

 
공간이동도 없이 제한된 한 곳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데스트랩>에는 출연배우가 딱 이들 3명인 것도 특징이다. 여형사와 연쇄살인범, 의문의 일본인을 통해 끌고 가는 이야기는 95분의 시간을 상당히 촘촘하게 구성하고 있다. 발을 떼는 순간 바로 폭발하는 지뢰 위에서 어떻게든 위기를 타개해보려는 여형사의 발버둥은 긴장된 분위기를 잠시도 늦추지 않는다.
 
<데스트랩>은 장르영화로 주목받고 있는 오인천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영화다. 오 감독의 최근 영화들은 만드는 것마다 국내외 영화제의 관심을 받고 있다. <데스트랩>은 올해 4월 애리조나국제영화제에 초청받아 '최우수 액션영화상'을 수상하며 호평을 얻었다.
 
미국 애리조나 국제영화제는 해마다 독창적인 주제와 예술적 성취를 이룬 작품을 위주로 선정하는 전통있는 영화제인데, 기울리오 스캘린저집행위원장은 "상영시간을 강도 높은 긴장감과 박력으로 꽉 채웠다"며 높이 평가했다. 클라우디아 제스퍼슨 수석프로그래머도 "여성의 용기에 대한 탁월한 장르 영화다. 현재 미국 감독들에게 영향을 줄 새로운 흐름의 시작이 될 것이다"고 극찬했다.
 
개봉에 앞서 올해 부천영화제에서도 초청받아 장르영화 매니아들의 호응을 얻었다. 감독의 전작인 <야경: 죽음의 택시>는 지난해 몬트리올영화제에 초청됐으며, <데스트랩>이 개봉된 지금도 꾸준히 영화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데스트랩>이 주목받는 것은 개봉 방식이 기존의 구조를 탈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영화는 극장보다는 디지털 개봉 방식을 택했다. 오 감독은 "대중들의 콘텐츠 소비가 뉴미디어 플랫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태에서 그런 시대적 흐름에 따라 더 많은 관객들과 공감하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데스트랩>은 극장에서 상영하는 곳은 서울 명보아트시네마 뿐이며, 온라인이나 모바일을 통해서 볼 수 있다.(https://goo.gl/jNyia7). 개봉 준비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한 현실에서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예술성 있는 장르영화가 관객과 만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있는 셈이다.
데스트랩 오인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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