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9월 16일,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 팬카페를 통해 11월 6일 발매 예정이던 일본 싱글 'Bird'의 공개 취소를 알렸다. 이 곡은 일본을 대표하는 저명 작사가이자 인기 걸그룹 AKB48의 프로듀서 아키모토 야스시가 가사를 맡은 것이 문제가 됐다. 우익 발언과 여성 비하 표현, 아동 성애 등 논란 있는 프로듀서와의 협업 소식에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A.R.M.Y)는 공동 작업 중단을 요구하며 곡 철회를 주장했고, 피드백 없는 소속사에 대해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를 보이콧하며 맞섰다.

#2
 
 지난 11월 9일 걸그룹 마마무의 팬 연합은 무리한 스케줄을 강행하는 소속사에게 콘서트 연기를 신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1월 9일 걸그룹 마마무의 팬 연합은 무리한 스케줄을 강행하는 소속사에게 콘서트 연기를 신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마마무 팬 연합

 
11월 9일 걸그룹 마마무 팬 연합은 마마무의 소속사 RBW 엔터테인먼트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018년 한 해만 두 번의 미니 앨범, 7회의 콘서트, 일본 데뷔, 지방 행사 및 솔로 콘서트까지 무리한 스케줄을 강행하는 소속사 계획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강력히 주장한 것이다. 팬들은 성명서를 통해< 4season F/W > 콘서트 일정 연기, 아티스트 건강을 우선으로 하는 활동 계획 수립, 아티스트 향후 활동에 대한 적극 지원 등을 요구했다. 처음에는 뜨뜻미지근한 해명문을 발표한 RBW는 팬들의 거센 항의에 결국 콘서트 연기를 결정했다.

#3

젝스키스 멤버 강성훈과 개인 팬클럽 '후니월드'는 11월 12일 팬들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4월 15일 젝스키스 데뷔 20주년 기념 영상회를 통해 티켓값과 기부금을 모금하였으나 기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팬들은 그간 강성훈의 불성실한 태도와 금전 관련 문제들을 속속 제보하는 중이고, 12월 7일에는 젝스키스 소속사 YG 엔터테인먼트에 견해 표명을 촉구했다.
 
 최근 자신의 개인 팬클럽 관련 각종 의혹에 휩싸인 젝스키스 멤버 강성훈

최근 자신의 개인 팬클럽 관련 각종 의혹에 휩싸인 젝스키스 멤버 강성훈 ⓒ YG엔터테인먼트

 
이제 팬들은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서포팅과 소비로 제한됐던 팬덤의 역할은 2018년 들어 적극적으로 소속사 기획 방침에 목소리를 내며 아티스트의 방향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영역으로까지 확장됐다. '능동적 소비자'가 된 팬덤의 역할은 좁게는 전통적 '팬'의 입장부터 조직화한 고도의 '인기 체계'를 형성하고, 아티스트 인기의 지분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한다. 앞서 제시한 사례처럼 '보이콧'을 통해 단체 행동을 불사하는 경우도 있다.

아이돌 팬덤 하면 아직도 tvN 드라마 < 응답하라 1997 > 속 H.O.T.와 젝스키스를 응원하던 교복 소녀들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2018년의 팬덤 문화는 그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장됐다. 팬레터와 모바일 메시지 서비스의 제한적 형태로 존재했던 아티스트와 팬들의 일대다 소통이 SNS 시대에 이르러 24시간 쉬지 않는, 직접적인 접근으로 넓어진 것이다. 소통 창구의 다변화는 팬 연령층의 다양화를 불러 10대부터 20대, 3~40대까지 고연령층 팬덤의 형성을 이룬다.

자발적 성향이 강했던 팬클럽 문화도 달라졌다. 기수 제로 운영되며 음악 방송 방청권과 콘서트 티켓 예매 우선권을 보장받는 공식 팬클럽은 체계적인 조직이다. 팬클럽은 단체 모금을 통해 가수와 매니저, 스태프들에게 도시락이나 선물 등을 선물하는 '조공' 문화를 만들고, 더 나아가 아티스트 이름으로 기부에 참여하며 공리적 운동에 참여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당장 최근 한두 달만 봐도 워너원, NCT, BTS, 아이즈원 등 여러 인기 아이돌 팬덤이 기부 활동을 진행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K-POP 그룹 최초로 '2017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했다.

그룹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K-POP 그룹 최초로 '2017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했다. ⓒ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히트에서 팬덤 아미(A.R.M.Y)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SNS 활동과 방대한 네이버 브이라이브(VLive) 콘텐츠를 자랑하는 BTS의 팬덤은 자연히 SNS 2차 콘텐츠를 생산하며 글로벌 팬 투표 등의 이벤트 참여를 독려하는 등 다방면에서의 팬덤 활동을 진행했다.  2017년 방탄소년단 열풍의 신호탄이 된 빌보드 '톱 소셜 아티스트' 수상은 세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수가 방탄소년단이라는 세계의 인정이었다.

팬덤 문화가 막강한 힘을 행사하게 된 또 다른 계기는 Mnet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 흥행이다. '국민 프로듀서'들의 실시간 투표를 통해 선정된 인기 순위로 아이돌 그룹을 제작해 활동하는 이 프로젝트는 아이돌 그룹 단위의 팬덤을 개인 연습생 팬덤으로 세분화했다. 아이오아이, 워너원, 아이즈원의 팬덤은 그룹 팬덤임과 동시에 멤버 개개인의 팬이기도 하다.
 
'멜론' 워너원, 최고 히트 아이돌! 워너원(라이관린, 옹성우, 박지훈, 이대휘, 배진영, 강다니엘, 윤지성, 하성운, 김재환, 박우진, 황민현)이 1일 오후 서울 고척동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멜론 뮤직 어워즈 2018>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룹 워너원은 Mnet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 프로듀스101 > 시즌2를 통해 탄생했다. ⓒ 이정민

 
이렇듯 달라진 위상에도 여전히 아이돌 팬덤을 대하는 인식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마마무 팬덤의 요구에 대해 기계적인 답변만 내놓은 RBW 엔터테인먼트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아직도 회사의 계획에 팬덤의 의견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소속사가 많다. 가요 앨범 판매량과 스트리밍 서비스 소비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SNS 활동을 통해 글로벌 확장의 플랫폼까지 열어주는데도 '고객'보다는 '내면 사주는' 소비자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팬덤의 높아진 위상은 한국 가요계의 모순적 시스템에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이돌 팬덤이 멤버들의 인권을 논하고 나서야 대부분 대중은 아이돌 스케줄의 '혹사'를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차트 줄세우기'를 부추기는 스트리밍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제도에 대해서도 팬덤 내부에서 재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아가는 팬덤의 성장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팬덤 아이돌 걸그룹 마마무 방탄소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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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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