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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충현복지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지원주택 주거서비스 시범사업’ 1년 성과 보고회에서 체험주택 이용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12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충현복지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지원주택 주거서비스 시범사업’ 1년 성과 보고회에서 체험주택 이용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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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집에서 혼자 자는 게 무서울 때도 있지만, (중략) 제 소원이었던 제 집에 독립해서 자유롭게 살고 있어 정말 행복해요."

서울시 발달장애인 체험형 지원 주택에서 10개월 정도 생활하다 지난 10월 전셋집으로 독립한 김은영(32·지적장애3급)씨의 소감이다. 지난 1년 체험형 지원주택을 거쳐 간 발달장애인 10명 가운데 김씨를 비롯한 6명이 독립에 성공했다. 이들은 독립한 뒤에도 '발달장애인 주거생활지원센터'(아래 주거지원센터) 주거코치들 도움을 받아가며 '부모 없이' 혼자 사는 법을 차근차근 배우고 있다.

체험주택 거쳐 간 10명 중 6명, '홀로서기' 시작

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충현복지관에선 서울시에서 지난해 12월부터 2년 동안 진행하는 '발달장애인 지원주택 주거서비스 시범사업' 1년차를 평가하는 성과 보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사회복지 전문가들뿐 아니라 발달장애인 부모들도 다수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사업이 성인이 된 발달장애인들이 장애인복지시설이나 부모 보호에서 벗어나 자신이 살고 싶은 동네에서 독립적인 삶을 유지하도록 돕는 새로운 시도였기 때문이다.

때마침 지난달 15일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어머니가 숨지면서 낮 시간 돌봄 서비스 등 '발달장애 국가 책임제'를 요구하는 부모들이 어느 때보다 격앙돼 있다(관련기사: 국회 모인 엄마들의 오열 "아이 돌보다 14층에서 뛰어내렸다").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지난달 어머니가 숨진 뒤 혼자 남은 발달장애인 아들 역시 마땅한 보호자가 없어 가정에 활동지원사를 지원하는 '활동지원서비스'에 장기간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발달장애인 지원주택 주거서비스'가 정착되면, 이처럼 부모의 갑작스런 사망이나 보호자 부재로 혼자 남은 발달장애인도 성인이 되면 독립해서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날 소감을 발표한 김은영씨 역시 부모가 없는 무연고 장애인으로, 다른 장애인들과 함께 '그룹홈'(장애인공동생활가정)에서 생활하다 독립을 원해 지난해 12월 충현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주거지원센터를 찾았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마련된 체험형 지원주택에선 독립생활을 원하는 성인 발달장애인 8명이 최대 1년까지 거주하며 독립을 준비할 수 있다. SH공사에서 제공한 임대주택 4채에 각 2명씩 1인 1실로 독립해서 살아갈 수 있으며, 주거매니저와 주거코치들이 정기적으로 관리한다.

지난 1년 발달장애인 10명이 이곳을 거쳐 갔고, 12월 현재 7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을 거쳐 간 10명 가운데 6명은 김씨처럼 자기 집을 구해 독립했고, 4명은 1개월에서 5개월 정도 지내다 원래 살던 가정으로 복귀했다.

독립한 이들 역시 주거코치들이 집으로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자가형 주거지원' 서비스를 계속 받고 있다. 이들을 포함해 양천구와 강남구에서 자기 집에 거주하며 주거지원 서비스를 받은 발달장애인은 24가구다. 이 가운데 18가구는 1인 가구고, 나머지 6가구는 부부, 형제 등 2인 이상 공동거주 가구였다.

"독립 생활 체험 후 우려는 줄고 자신감 높아져"
 
 12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충현복지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지원주택 주거서비스 시범사업’ 1년 성과 보고회에서 체험주택 이용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12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충현복지관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지원주택 주거서비스 시범사업’ 1년 성과 보고회에서 강다영 주거매니저가 지원주택을 체험한 발달장애인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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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영 주거지원센터 팀장은 이날 "보호자는 자녀의 자립 생활이 빠를수록 좋지만 조금이라도 더 본인이 보호하고 싶은 책임감이 있고, 당사자도 부모와 분리되는 데 거부감을 보이면서도 비장애 형제나 성인들 모습을 통해 자신도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욕구를 드러낸다"라면서 "이 때문에 부모 사망이나 가정 내 긴급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발달장애인이 독립생활을 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이 팀장은 "체험형 지원주택에 입주해 일정기간 독립생활을 체험한 뒤에는 독립생활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고, 기대감과 자신감이 향상되는 긍정적인 인식 변화가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발달장애인 주거지원서비스는 기존 '활동보조서비스'와 달리 주거, 일상생활, 사회참여, 옹호 등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발달장애인을 도와 살 집을 구하고 이사까지 돕고, 개인위생 등 자기관리, 장보기, 요리 등 가사 관리, 병원 약국 이용 등 건강관리, 금전관리 등 독립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일상생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이들은 생필품 구입 방법부터 교통수단 이용 방법, 여가활동, 지역사회 활동, 취업 알선, 이웃과 인간관계 형성 등에 도움을 주고, 발달장애인 자기 의사에 따라 선택하고 책임지게 하며, 자신과 타인의 권리를 지키는 방법까지 가르치고 있다.

김씨 역시 지난 10월 집을 구할 때까지 주거매니저와 함께 동네 부동산중개업소를 수소문했다. 당시 장애인에 대한 일부 편견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방이 2개인 다세대 연립주택을 구할 수 있었다.

병원 일로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김씨는 소감문에서 "처음에는 이사를 가서 혼자 살 생각을 하니 어떤 걸 사야 하고 집도 어떻게 구해야 하는지 몰라 걱정이 많았다"라면서도 "주거매니저 선생님이 전세금 지원도 신청해주고 같이 부동산에 가서 집도 구경하고 해서 내가 맘에 드는 집에서 살고 있다"라고 밝혔다.

"주택공급이나 주택수당 필요"... 서울시 "내년 60세대 공급"
 
 12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충현복지관에선 서울시에서 지난해 12월 시작한 ‘발달장애인 지원주택 주거서비스 시범사업’ 1년을 평가하는 성과 보고회가 열렸다.
 12월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충현복지관에선 서울시에서 지난해 12월 시작한 ‘발달장애인 지원주택 주거서비스 시범사업’ 1년을 평가하는 성과 보고회가 열렸다.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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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보고회에서는 발달장애인에게 실질적인 주거지원을 하려면 발달장애인이 점유하는 지원주택이 함께 제공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용득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원주거서비스는 주거장소를 확보하는 일과 주거 유지를 돕는 서비스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라면서 "주거지원센터에서 발달장애인에게 적합한 주택을 전문으로 알선하는 '복덕방' 역할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김기룡 중부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도 "발달장애인이 이용 가능한 양질의 주택이 더 저렴하게 공급돼야 이 사업이 더 탄력을 받고 유의미한 자립생활 정책으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발달장애인 대상으로 공공임대주택, 공공분양주택 공급을 늘리거나 주택 수당을 지급해 서울시의 높은 주택 임대료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이날 장애인 지원주택 공급 계획을 밝혔다. 조경일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주무관은 "서울시에 개인주택지원 조례가 만들어져 (장애인) 개인에게 지원주택 공급이 가능해질 것"이라면서 "내년 6월 이후 다가구매입임대주택 60세대를 공급할 예정이고 지원주택 서비스 제공 기관도 2곳 정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모 사후 자녀 사회 적응 문제가 제일 걱정

이날 보고회에 참석한 발달장애인 부모와 복지관 관계자들은 주택공급 문제 못지않게 부모 사후에 자녀들이 지역 사회에서 잘 정착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지원 서비스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서울 마포구에서 온 한 장애인부모연대 부모는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발달장애 부모들이 이번 시범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라면서 "장애인도 개인차가 크고 지역사회 구성도 다른데, 지역사회 모형과 다양한 체험 사례가 나와야 부모 입장에서 '이런 경우 이렇게 했더니 부모가 죽은 다음에도 자녀가 잘 살고 있구나', 안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복지관 관계자도 이날 "사실 발달장애인 부모에게는 주택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느냐보다는 부모가 죽은 뒤 자녀가 어떻게 지역 사회에서 죽을 때까지 행복하게 잘 사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지원주택은 무연고자나 경제 취약자, 시설 거주자, 경제력 있는 사람 등을 구분해서 접근하고 주거코치 서비스를 어떻게 곳곳에 지원할지, 두 부분을 체계화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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