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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오른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법농단 관련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 하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박병대(오른쪽), 고영한 전 대법관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법농단 관련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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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두 전직 대법관이 구속을 모면한 가운데, 법원이 노모를 모시고 있다는 점을 기각 사유로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7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 임민성·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각각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다음 날 0시 37분께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모두 기각했다. (관련 기사: 전직 대법관 구속영장 모두 기각, 결국 '방탄법원'인가?)

특히 임 부장판사는 "피의자의 주거 및 직업,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현 단계에서 구속사유나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박 전 대법관의 기각 사유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가족관계'가 기각 사유에 포함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박 전 대법관의 '읍소 전략'이 통했다고 볼 수 있다. 

박 전 대법관은 영장심사에서 '기문이망'을 언급했다고 전해진다. 기문이망은 중국 고서인 '십팔사략'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아들이 집에 돌아오는 시각에는 어머니가 문에 기대서서 아들이 돌아오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박 전 대법관은 임 부장판사에게 "나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는 판사님께 달렸다"라고 호소했다. 그의 변호인 또한 "93세 노모가 있다"며 구속을 피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통상적으로 ▲증거인멸 우려 ▲도주의 염려 ▲사안의 중대성을 근거로 구속여부를 판단한다. 과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 법원이 '피의자의 주거 및 생활환경 고려'도 포함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었다.

또 이전부터 법원은 기각률이 10%에 가까운 압수수색 영장단계에서조차 까다로운 영장 발부 기준을 내놔 '제 식구 감싸기' 비판에 휘말렸다.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사생활의 비밀 등 기본권 보장의 취지에 따라 압수수색은 신중해야 한다는 이유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자택 압수수색을 막았다.

고영한 "문건 있다고 다 보고받은 건 아니다"

영장판사들은 두 전직 대법관이 사법농단 사건을 실제로 공모했는지에 의문을 품었다. 검찰은 조직적 범죄임을 강조하며 영장심사에서 행정처 작성 문건, 전·현직 판사들의 구체적인 진술 등을 증거로 내놨지만 영장판사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고 전 대법관 영장을 기각한 명 부장판사는 '키맨' 임 전 차장과 문건을 작성한 심의관들이 진술을 인정하면서도 고 전 대법관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명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고 전 대법관에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나 (행정처) 심의관들은 당신에게 지시를 받아 보고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추궁했다. 고 전 대법관은 "문건이 있다고 해서 다 보고받은 건 아니다"라는 대답을 내놨다.

이같은 법원의 판단은 '대법관만은 지키겠다'는 법원의 '방어전략'으로 비칠 수 있다. 앞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사법농단 수사에 날을 세웠던 것에 연장선으로 읽힌다. 법관 인사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법원행정처장이 한창 수사 중인 사안을 지적하는 건 자칫 해당 사건을 판단할 판사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지난달 28일 안 처장은 "환부를 정확히 지적해 단기간 내 수술을 해 환자를 살리는 것이 명의라고 할 수 있다"라며 "아무리 병소를 많이 찾는다고 하더라도 해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안 처장은 이미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선에서 수술을 끝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고, 법원은 두 전직 대법관 영장 기각으로 그 말을 따른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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