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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개최한 '2018 금융감독원 키코 재조사 및 피해기업 구제방안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3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개최한 "2018 금융감독원 키코 재조사 및 피해기업 구제방안 대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는 모습.
ⓒ 조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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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2018 금융감독원 키코 재조사 및 피해기업 구제방안 대토론회'에서 문귀호 전 21세기조선 회장이 말했다.

"은행들이 (조선소로부터) 키코 관련 민·형사소송을 걸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받았습니다. (따르지 않으면) 회사 직원 2000여 명과 납품업체 직원 400여 명이 모두 죽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지난 10년 동안 키코(KIKO: Knock-In, Knock-Out) 상품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지 못한 이유였다. 토론회장 분위기는 이내 숙연해졌다. 

키코는 원-달러 환율(아래 환율) 변동폭이 클 때 환율이 일정 구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환율로 달러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을 말한다. 지난 2007년 말 은행들은 키코를 '환헤지(위험회피)'가 가능하고, 수수료가 0원인 상품으로 소개하며 수출 기업들에게 판매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환율이 900원대에서 1500원까지 폭등하자 계약한 돈의 2~5배를 물어주게 된 700여 개 중소·중견기업들이 큰 손실을 보거나 파산했다.

법정관리 대신 은행 택했지만...

발표자로 나선 문 전 회장은 "조선소의 경우 (키코 피해 등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대부분의 선주들이 계약을 파기한다"고 말했다. 다른 조선소와 더 낮은 가격으로 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조선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법정관리가 아닌 은행에서 회사 주식 100%를 가져가 관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2·3차 하청업체들이 부도 위험에 노출되는 것도 문제였다.

문 전 회장은 "(이 때문에) 회사 주주들을 설득해 은행에 주식을 넘겼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회사가 은행들과 맺은 키코 계약서를 보니 대표이사 날인이 없거나, 아예 어떠한 사인조차 없는 경우도 있었다"며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해도 은행에 아무런 말도 못했다"고 했다. 당시 은행들은 소송금지 각서도 요구했다.

그런데 2010년 들어 금융기관들이 조선소의 선수금환급보증(RG)을 거부했다. 조선소들은 선주로부터 미리 70~80%의 자금을 받아 배를 만드는데, 완성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은행이 보증을 서준다. 그런데 은행들은 키코로 인해 많은 조선소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자 보증을 중단해 버렸고, 이후 회사 주인이 되면서 영업직·연구직 등을 해고했다. 문 전 회장은 그 인원이 약 10만 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선업종 피해만 약 4조 원"이라고도 주장했다. 자신의 회사가 본 3800억 원짜리 손실은 정상 영업했어도 20~30년 뒤에나 복구가능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키코공동대책위원회 등이 추산한 피해금액은 3조 원대다. 금융감독원이 2010년 784개사가 3조 2천억여 원 피해를 봤다고 발표했지만 새로운 피해자가 나올 때마다 그 숫자는 달라지고 있다.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중소·중견조선소들이 이렇게까지 큰 피해를 입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며 "키코 사건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 제출된 재심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사건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안'이 통과되면 키코 사건도 재심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앞서 몇몇 피해기업들은 키코계약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소송을 진행했지만 지난 2013년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그런데 올해 5월 사법행정권 남용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이 낸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재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고서에는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가 박근혜 정권의 국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민감한 사건을 사전 조율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는데, 키코 사건도 언급돼 있기 때문이다. 

키코상품의 계약서는 은행과 기업 사이의 개별 약관, 은행이 만든 기본계약서 등 크게 두 가지다. 박선종 숭실대 교수는 "그동안 개별약관의 문제점만 다뤄졌는데, 늦었지만 앞으로라도 기본계약서가 약관인지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약관에 관한 사항은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판단하는데, 키코상품 기본계약서가 약관이라면 금융당국에 이어 공정위도 키코계약의 문제점을 검토해볼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키코도 사법농단 의혹... "피해기업 긴급 구제 필요"

정승일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는 "은행원들이 키코와 같은 복잡한 파생상품을 일상적으로 판매하는데, 실제 문제가 발생하면 100% 고객의 책임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의 설명을 듣고 고객이 계약서에 서명한 것이 되기 때문"이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약의 무해함을 증명해야 하는 것처럼 금융당국도 상품을 미리 검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금융감독원이 키코 사건을 재조사한다고 했는데, 키코상품을 불완전판매로 규정하고, 피해기업들을 긴급 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금감원이 전수조사에 나서 키코 피해규모부터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며 "검찰과거사위원회에서 추가로 키코 사건을 재수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미국과 독일, 인도 등에선 키코와 비슷한 사례를 두고 은행에게 민·형사 책임이 있다고 결론냈다. 하지만 한국 법원은 은행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표 의원은 "그것이 놀랍게도 사법농단의 일부였던 것이 드러났다"며 "은행이 키코 사건에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책임을 지고, 피해기업들도 최대한 회복할 수 있는 범정부적 해결책이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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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경제팀 기자입니다. sh7847@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