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상주 상무와 FC서울의 경기. 상주 윤빛가람이 슈팅하고 있다. 이 공은 상주 박용지를 맞고 굴절돼 골이 됐다. 2018.12.1

1일 경북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상주 상무와 FC서울의 경기. 상주 윤빛가람이 슈팅하고 있다. 이 공은 상주 박용지를 맞고 굴절돼 골이 됐다. 2018.12.1 ⓒ 연합뉴스

 
'축구 천재' 윤빛가람이 일을 냈다. 윤빛가람은 놀라운 플레이로 소속팀 상주가 서울을 밀어내고 K리그1 잔류를 확정 짓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반면 서울은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떨어지며 대위기에 직면했다.

1일 오후 2시 상주시민운동장에서 펼쳐진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8라운드 리그 최종전 상주 상무와 FC 서울의 경기에서 상주가 1-0 승리를 거뒀다. 상주가 서울에게 승리를 챙김과 동시에 같은 시간에 펼쳐진 인천 유나이티드와 전남 드래곤즈의 경기에서 인천이 승리하며 하위스플릿 마지막날 순위 테이블이 요동쳤다.

먼저 인천은 승점 42점을 확보하며 자력으로 K리그1 잔류를 결정지었다. 경기 시작 전 승점 37점이었던 상주는 서울에 승리하며 서울과 승점 40점 동률을 이뤘고, 다득점에서 서울에게 1골 앞서며 서울을 11위로 떨어뜨렸다. 비기기만 해도 잔류를 확정지을 수 있었던 서울은 상주에 패하며 K리그2의 부산 아이파크와 운명의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조율부터 마무리까지... 윤빛가람의 원맨쇼

상주의 기적과 같은 잔류에는 '에이스' 윤빛가람의 활약이 있었다. 서울과 경기에서도 어김없이 선발 출장한 윤빛가람은 여유로운 플레이로 공을 소유하며 상주 공격의 시발점 역할을 했다.

완숙미가 돋보였다. 승리가 절실한 상주였지만 윤빛가람은 급하지 않았다. 후방 지역까지 내려와 공을 받으며 차근차근 경기를 풀어갔다. 서울 선수들은 간헐적인 압박으로 윤빛가람을 괴롭혔지만, 윤빛가람은 유유히 서울의 방해를 피해 공은 전개했다.

윤빛가람의 물오른 경기력을 바탕으로 상주는 집요하게 서울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송시우와 박용지가 빠른 발로 서울 수비를 흔들고 코너킥을 얻어냈다. 서울이 세트피스 수비에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적극 활용했다.

세트피스를 얻어내면 윤빛가람이 등장했다. 전반 19분과 21분 윤빛가람이 시도한 코너킥은 날카로운 궤적으로 서울의 골문을 위협했다. 크로스가 아닌 직접 골문을 겨냥하는 과감한 시도였다. 서울의 골키퍼 양한빈의 빠른 대처가 없었다면 이른 시간 득점도 가능했던 상주였다.

윤빛가람의 쇼타임은 후반전에도 계속됐다. 영리한 드리블과 패스로 서울의 빈틈을 찾던 윤빛가람은 후반 19분 기습적이 왼발 슈팅으로 결과를 만들었다. 패널티 박스 밖에서 자유를 얻은 윤빛가람은 지체 없이 슈팅을 시도했고, 공은 박용지의 발에 맞고 굴절되며 양한빈이 손 쓸 수 없는 곳으로 빨려들어갔다. 

선제골을 얻어 맞은 서울은 급하게 라인을 올렸다. 어쩔 수 없이 넓어진 서울의 수비 간격은 윤빛가람에게 더 큰 자유를 선사했다. 윤빛가람은 상주가 공을 잡으면 적절한 지원과 패스로 공을 소유권을 유지했다. 갈 길 바쁜 서울은 파울이 급격히 늘어났고 상주는 줄어드는 시간을 100% 활용했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윤빛가람은 서울을 괴롭혔다. 역습 상황에서 환상적인 발리 패스로 공을 전방으로 보낸 윤빛가람은 곧장 공격 지역으로 올라갔다. 다시 패스를 받은 윤빛가람의 가벼운 돌파는 윤석영의 파울을 이끌어내기 충분했다. 여우 같은 플레이로 남은 시간을 잡아먹은 윤빛가람의 원맨쇼 끝에 상주가 웃었다.

사실 윤빛가람의 이날의 플레이는 크게 놀랄 일이 아니었다. 윤빛가람은 시즌 내내 독보적인 플레이로 상주의 중심 역할을 했다. 특히 스플릿 라운드 돌입 이후에 상주가 넣은 3골(2골 1도움) 모두 윤빛가람의 발에서 나왔다. 상주의 잔류에는 윤빛가람이 있었다. 

소극적이었던 서울, 결국 승강 PO로... 상대는 부산

환하게 빛났던 윤빛가람의 플레이와 대조적으로 서울의 경기력은 답답했다. 서울은 무승부만 거둬도 잔류를 할 수 있기에 일찌감치 수비 라인을 내리고 상주를 상대했다. 그러나 노골적인 수비 강화는 오히려 독이 됐다.

앞서 언급했듯이 서울이 전방 압박을 포기하면서 상주의 윤빛가람이 편하게 공을 잡았다. 올 시즌 상주 전력에 절반 이상이라 평해도 모자람이 없는 윤빛가람은 별다른 견제 없이 그라운드를 누볐다.

서울의 소극적인 플레이를 예상한 것인지 상주의 김태완 감독은 철저한 계획 속에 서울을 몰아세웠다. 서울이 굳이 공격할 마음이 없다는 것을 눈치챈 김태완 감독은 후반 이른 시간 수비수 이태희 대신 공격수 김경중을 투입하며 공격의 시동을 걸었다. 

상주가 포메이션을 바꾸고 공격수를 늘리며 변화를 줬음에도 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과적으로 공격 지역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려는 김태완 감독의 작전 안에서 윤빛가람이 찬스를 잡았고, 박용지가 방점을 찍으며 승리 시나리오를 완성한 상주다. 지난해 11위로 승강 플레이오프의 지독한 맛을 봤던 김태완 감독의 승부수가 적중한 순간이기도 했다.

한편 서울은 '설마'하던 강등 위기가 '현실'이 됐다. 이제 서울은 오는 6일(목)과 9일(일) K리그2의 부산과 운명의 경기를 치러내야 한다. 승강 플레이오프는 홈&어웨이로 진행된다. 

역사는 서울의 편이 아니다. 2013년 처음으로 시작된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K리그1 팀이 잔류에 성공한 기억은 단 한 차례에 불과하다. 지난해 K리그1의 상주가 K리그2의 부산을 누른 것을 제외하면 모두 K리그2 팀이 K리그1 팀을 넘어 승격의 기쁨을 맛봤다.

부산은 이미 승강 플레이오프의 무게감과 간절함을 알고 있다. 2015년에는 K리그1 소속으로 작년에는 K리그2 소속으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두 번이나 소화한 전적이 있다. 더욱이 작년에는 승부차기 끝에 승격에 실패했다. 이번 승강 PO를 앞둔 부산의 의지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양 팀의 분위기 차이도 극명하다. 지지난 시즌 K리그1 챔피언에 등극했던 서울이다. 작금의 상황은 팬들의 분노를 자아내기 충분하다. 반면 부산은 이번 시즌 활화산 같은 공격력(53골·K리그2 득점 2위)으로 신나는 축구를 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문환도 부산 팬들을 더욱 즐겁게 했다. 4년 만에 K리그1 복귀로 피날레를 장식하고자 하는 부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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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상무 FC 서울 부산 아이파크 승강 P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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