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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7시 35분께 남강릉신호장과 청량신호소 사이 차량기지 분기지점에서 발생한 경강선 KTX 탈선 사고로 직원과 승객 16명이 부상을 입었다. 198명이 탑승한 열차에 일어난 사고 여파로 강릉역과 진부역 사이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잦은 철도사고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한국철도공사를 직접 찾아 오영식 사장에게 재발방지대책을 보고받은 지 3일 만에 일어난 사고였다. 결국 오 사장은 11일 사퇴했다.

한 가지라도 겹쳤다면 재난 됐을 뻔
 
 8일 오전 7시 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에서 서울행 KTX 열차가 탈선했다. 열차 10량 중 앞 4량이 선로를 벗어났으며 열차에는 모두 198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8일 오전 7시 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에서 서울행 KTX 열차가 탈선했다. 열차 10량 중 앞 4량이 선로를 벗어났으며 열차에는 모두 198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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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는 열차사고 중 피해가 큰 탈선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더욱이 '잭 나이프 현상'도 있었다. 잭 나이프 현상이란, 열차가 관성을 이기지 못해 뒤 차량이 V자 형태로 꺾이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열차 측면부끼리 충돌해 인명피해가 클 수 있다.

잭 나이프 현상이 일어난 독일의 에세데 사고(1998년)가 103명의 사망자를 냈고, 일본의 후쿠치야마 사고(2005년)가 107명의 사망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16명의 부상자에 그친 이번 사고는 천운이라는 말을 들을 법하다.

실제 이번 사고는 운이라고 할 점이 많았다.

먼저 고가나 터널에서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고 지점은 고가와 고가 그리고 터널과 터널 사이 강릉차량사업소로 빠지는 평지구간이었다. 다음으로 KTX-산천의 연접대차(두 칸 사이를 이은 대차)가 잭 나이프 현상을 최대한 막았다. 그리고 빠른 속도를 낼 수 없는 곡선 구간에서 사고가 났다.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달라졌다면, 예를 들어 열차가 빨랐거나, 사고 구간에 ITX-새마을이나 EMU(2020년부터 도입되는 동력분산식 열차, 두 열차 모두 연접대차 미사용) 등이 운행중이었거나, 고가나 터널에서 사고가 났다면 피해가 컸을 것이다. 

'네가 잘못했다'가 부른 사고
 
8일 오전 7시 35분경 강릉에서 서울로 향하던 경강선 ktx열차가 출발한 지 5분여 만에 차량 4개가 선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8일 오전 7시 35분경 강릉에서 서울로 향하던 경강선 ktx열차가 출발한 지 5분여 만에 차량 4개가 선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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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사이 20번 이상의 열차 사고가 났다. 문재인 대통령이 '근본적인 불신을 줘 송구하다'라고 한 말 그대로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과는 다르게 철도와 관련된 여러 정부기관과 공기업, 공단,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책임공방으로 시끄럽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한국철도공사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선로전환기를 부실로 시공했다'라고 하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은 '한국철도공사가 이 시설을 잘못 정비했다'라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다. 국토부 장관과 사장이 이번 사고로 머리를 숙였지만 기관끼리 책임 미루기는 여전하다.

누구 책임이 더하네, 덜하네 하는 것은 한두 번의 사고가 일어났을 때나 통한다.  시민들은 한 달 새 수십 번의 사고를 접했다. 책임 떠넘기기는 오히려 불안감만을 증폭한다.

모두 고개를 숙이고 제대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우선 모든 구간을 전수조사해야 한다. 또 안전교육 실태를 점검하고 이후 나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철도경찰의 조사 결과와 시정 명령에 이의 없이 따라야 한다. 

이번 사고는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여러 요인이 겹쳐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한달 새 일어난 사고를 보면 소형 사고에서 중형 사고, 대형 사고로 커가는 하인리히 법칙(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과 일치한다. 이번 사고가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의 '마지막 경고'인 이유이다.

태그:#철도 사고, #철도, #안전, #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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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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