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상무와 FC 서울이 운명의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승자는 잔류의 기쁨을 누리지만 패자는 강등의 벼랑 끝까지 내몰릴 수 있다. 상주와 서울의 공통된 목표인 '네가 가라 11위'를 누가 이뤄낼 수 있을까.

다가오는 1일 오후 2시에 KEB하나은행 K리그1 2018 38라운드 하위스플릿 3경기가 동시에 펼쳐질 예정이다. 하위스플릿에 위치하고 있는 6개의 K리그1 클럽들이 다사다난했던 2018년 리그 일정을 마치는 날이다.

현재 하위스플릿 팀 중에 대구FC와 강원FC는 잔류를 확정지었고, 전남 드래곤즈는 최하위로 K리그2 강등이 결정됐다. 아직 잔류 전쟁을 하고 있는 팀은 FC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 상주 상무 총 세 팀이다. 세 팀 모두 K리그2 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11위 탈출을 위해 안감힘을 쓰고 있다.

최종 라운드, 이목 끄는 경기 '상무와 서울' 맞대결
 
치열한 공 다툼 지난 9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2018 K리그1(클래식) FC서울과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의 경기. 상주 박용지와 서울 김남춘이 공을 다투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2018 K리그1(클래식) FC서울과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의 경기. 상주 박용지와 서울 김남춘이 공을 다투고 있다. ⓒ 연합뉴스


최종 라운드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매치업은 9위 서울(승점 40점)과 11위 상주(승점 37점)의 정면 승부다. 10위 인천(승점 39점)도 마지막 경기에서 패하면 11위 추락의 위험이 있지만, 상대가 의지를 잃은 전남이기에 무승부 이상의 결과를 얻을 공산이 크다. 만일 전남에 패하더라도 같은 시간에 열리는 상주와 서울의 승부에서 상주가 승리만 챙기지 않으면 인천은 10위 이상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 서울을 안방으로 불러드리는 상주는 무조건 승리가 필요하다. 승리하지 못하면 11위가 확정된다. 대신 승리하면 극적인 잔류가 가능하다. 상주가 서울에게 승점 3점을 챙기면 상주와 서울의 승점은 40점으로 동률이 되는데, 다득점에서 상주가 서울을 앞서게 돼 잔류가 가능해진다(현재 상주와 서울의 총 득점은 40골로 동일).

절박한 처지의 상주다. 상주는 지난해 이미 11위로 승강 플레이오프를 경험한 전적이 있다. 승강 플레이오프의 무서움을 몸소 체험한 상주다. 상주의 김태완 감독도 "승강PO는 정말 가기 싫다"며 마지막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희망과 달리 최근 흐름은 좋지 않다. 상주는 34라운드 전남과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하며 기분 좋게 스플릿 라운드를 시작했지만, 이후 3경기에서 승점 1점을 획득하는 데 그쳤다. 인천의 극적인 반전까지 겹치며 순위가 11위까지 떨어진 상주다.

문제는 역시 공격 마무리다. 약점인 수비는 그나마 선전하고 있는 반면 공격은 최근 6경기에서 단 4골을 넣는 데 그쳤다. 박용지, 김민우, 신창무 등 빠르고 영리한 공격수들이 다수 있지만 방점을 찍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지난 35라운드 인천과 경기에서 팀 내 최다 득점자 심동운이 부상을 당한 것이 치명적이었다.
 
상주 박용지 '좋았어!'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2018 K리그1(클래식) FC서울과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의 경기. 후반전 상주 박용지(가운데)가 동점골을 넣고 동료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2018 K리그1(클래식) FC서울과 상주 상무 프로축구단의 경기. 후반전 상주 박용지(가운데)가 동점골을 넣고 동료선수들과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믿을 구석은 '에이스' 윤빛가람이다. 윤빛가람의 올 시즌 활약상은 국가대표급 선수가 많은 상주에서도 군계일학이다. 특유의 정밀한 패스와 킥이 여전하고 군인 정신이 똘똘 뭉친 정신력까지 장착했다.

스플릿 라운드 돌입 이후 상주가 넣은 2골의 모두 윤빛가람의 몫이었다. 인천전에서는 홀로 수비수 4명을 제치고 골을 넣기도 했다. 찰나의 순간에 엄청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윤빛가람의 마법을 서울과 경기에서 고대하고 있는 상주다.

'자존심'을 버리고 '생존'에 집중해야하는 서울

상주 원정을 떠나는 서울의 표정도 밝지 않다. 우승은커녕 순위표 밑바닥에서 잔류 걱정을 하고 있다.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서울이다. 소방수로 투입된 최용수 감독과 고요한을 비롯한 고참 선수들이 공개석상에서 추락한 자존심 회복이 시급하다고 반복해서 말할 정도다.

그러나 자존심 지키기가 오히려 서울에 독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37라운드 인천과 경기가 대표적이다. 홈에서 승점 1점만 챙겨도 잔류를 확정할 수 있었지만 최용수 감독의 선택은 '공격 앞으로'였다. 시즌 마지막 홈 경기를 승리로 장식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심산이었다.
 
수비 사이에서도 여유 있는 무고사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인천 무고사가 서울 수비진 사이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모습 ⓒ 연합뉴스


허나 인천은 서울의 조급함을 영리하게 역이용했다. 평소와 달리 수비 라인을 깊숙하게 내려 서울의 공격을 답답하게 만들었다. 전반 초반 한석종의 선제골이 터지자 아예 노골적으로 내려앉아 서울의 다급함을 유도했다. 서울 선수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게 평정심을 잃었다. 결국 서울은 승리는커녕 무승부도 놓치면서 최종 라운드까지 잔류를 걱정하게 됐다.

이제는 자존심보다는 '생존'에 집중해야 하는 서울이다. 인천전처럼 승리에만 몰두하다가 도리어 상주에 지면 11위로 떨어지는 최악의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다. 구겨진 자존심을 세우기보다는 '생존'을 위해 실리적인 계획 수립이 요구된다.

무승부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단단한 세트피스 수비가 절실한 서울이다. 서울이 스플릿 라운드에서 허용한 5실점 중 무려 4실점이 세트피스 상황에서 비롯됐다. 패널티 박스 안으로 공이 투입되면 어수선한 수비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미리 서울의 약점을 파악한 상대 팀들은 이러한 빈틈을 적극 활용해 효과를 봤다. 마침 마지막 상대인 상주에는 날카로운 킥력을 가진 선수가 수두룩하다. 방심하면 지난 경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무너질 수 있는 서울이다.

올해 두 팀의 상대전적은 1승 2무(서울 기준)로 서울이 앞선다. 서울은 기세를 이어가길 원하고 상주는 마지막 반격을 노린다. 상주와 서울이 일 년 농사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대한 기로 앞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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