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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만난 간판입니다. 참으로 다채로운 물건들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세운상가가 있던 자리는 1950~60년대만 해도 유흥가와 허름한 집들이 몰려 있던 곳이었습니다.
 
입간판에 다채로운 물품들이 적혀 있다
▲ 세운상가 3층 데크 입간판에 다채로운 물품들이 적혀 있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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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쇄신하기 위해 1970년대 건축가 김수근에게 설계를 맡겨 새로운 건물로 지은 것이 세운상가입니다. 아파트와 상가가 한 건물에 같이 있던 일명 주상복합 아파트였습니다.  
 
지하1층과 지상3층은 상가였고 4층이상 아파트가 있는 주상복합건물이었다
▲ 세운상가 모형 지하1층과 지상3층은 상가였고 4층이상 아파트가 있는 주상복합건물이었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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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근은 차량과 보행자의 동선을 분리하는 보차분리 개념을 도입하여 자동차는 지상의 차로를 이용하고 사람은 3층의 보행자 데크를 이용하도록 하였습니다. 모형으로 전시된 것을 보면 그것이 명확히 보입니다. 70년대 세운상가는 마치 강남의 코엑스몰처럼 화려하고 유명했다고 하는데 저는 그 시절을 명확히 기억하지 못합니다.  
 
보차분리를 위해 차량은 1층 도로를 이용하고 보행자는 3층 데크를 이용하도록 했다
▲ 세운상가 3층 데크 보차분리를 위해 차량은 1층 도로를 이용하고 보행자는 3층 데크를 이용하도록 했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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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의 아파트 모습입니다. 요즘은 이런 아파트를 보기 힘들지만 예전에는 가운데를 파고 양옆으로 아파트가 늘어선 이른바 '중정형 아파트'가 많았습니다. 
 
요즘은 보기 힘든 중정형 아파트이다
▲ 세운상가 아파트 요즘은 보기 힘든 중정형 아파트이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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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기억하는 세운상가는 80년대의 모습입니다. 화려하게 빛났을 세운상가는 조금씩 쇠락한 채 대신 B급 문화의 성지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한 덕에 특별한 경로로 다운받은 특별한 동영상을 컴퓨터 하드 속 특별한 폴더에 따로 보관하지만 인터넷이 없던 1980년대에는 그 모든 것이 오프라인으로 직접 사고 팔렸습니다.

70~80년대만 해도 주로 잡지나 소설책이 주류를 이루던 것이 90년대에 이르러서는 CD나 DVD 등의 전자매체로 바뀌었지만 어쨌든 그것은 직거래로 매매되었고 바로 그 시장이 세운상가였습니다. 청년 건축가 김수근이 보차분리를 위해 마련했던 3층 데크에서 그 모든 것들이 사고 팔리는 아이러니가 일어났던 것입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지금은 그런 것이 거의 사라졌지만 그래도 조금 명맥을 유지하는 모양입니다.
 
도청장비와 도청탐지기가 창과 방패처럼 모순없이 함께 팔리고 있다
▲ 세운상가 입간판 도청장비와 도청탐지기가 창과 방패처럼 모순없이 함께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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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세운상가만 돌면 로켓을 만들 수 있는 재료까지 살 수 있다고 하던데 과연 지금도 도청과 몰카를 위한 장비가 팔리고 있고, 아울러 도청과 몰카를 탐지하기 위한 장비가 팔리고 있습니다
 
종묘와 연결되는 광대한 신도가 보입니다
▲ 세운상가 3층에서 내려다본 모습 종묘와 연결되는 광대한 신도가 보입니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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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은 "다시 세운 세운상가" 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본래 종로 3가에는 종묘가 있어서 조선시대 이 곳은 종묘 앞을 연결하는 광대한 신도(神道)였습니다. 신도 즉 신의 길이란 종묘에 안치된 역대 왕들의 혼령들이 오가는 길 이라는 뜻입니다. 세운상가 3층에서 바라보니 종묘와 그 앞의 신도가 명확히 보입니다
 
다시 새롭게 서울의 명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다시 세운 세운상가  다시 새롭게 서울의 명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 서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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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운이 다 모인다는 뜻의 세운(世運)상가답게, 다시 세운 세운상가로 거듭나기를 기원합니다.

태그:#세운상가, #다시 세운 세운상가, #서윤영,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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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건축학과 졸업 후 설계사무소 입사. 2001년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작가 데뷔 2003년부터 지금까지 15년간 12권의 저서 출간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오마이뉴스를 시작합니다. 저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2015) / 건축 권력과 욕망을 말하다(2009) / 꿈의 집 현실의 집(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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