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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오연주)는 국민카드와 함께 하는 '다문화이주여성 자립지원 프로젝트'사업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은 결혼이주여성의 사회진출을 준비할 수 있도록 취업 관련 교육, 자격증 취득 과정 등을 지원하여 지역사회 내에서 공존과 자립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전문가 과정인 '헤어국가자격증 과정'과 창업 과정인 '출장요리사 자격증 과정'이 진행됐다.

헤어국가자격증 과정은 안양시 미용전문기관인 MBC아카데미뷰티스쿨과 연계하여 결혼이민자 10명을 대상으로 5월 9일부터 11월 21일까지 월수금 3시간씩 총 75회 국가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이론과 실기 과정을 교육했다.

출장요리지도사 자격증 과정은 대립대학교와 연계해 결혼이민자 30명을 대상으로 5월 9일부터 7월 4일까지 총 15회기 대림대학교 호텔외식조리 전문가와 함께 진행됐다.

이 과정은 첨단시설을 갖춘 대림대학교 외식조리 실습실에서 퓨전한식요리와 아시안메뉴 도시락 요리실습교육과 함께 출장요리지도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더 나아가 참여자들의 창업에 필요한 심화 컨설팅 과정으로 사회적 경제 창업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헤어 국가자격증 과정은 2년 이상 국내 거주자로 다문화 관련 기관장의 추천을 받고, 토픽 3급 이상, 성실하고 취업욕구가 강한 결혼이민자 등의 엄격한 자격요건에 따라 10명을 선발해 교육을 진행했다. 

임신, 취직, 등 부득이한 이유로 교육을 마치지 못한 교육생을 제외하고 최종적으로 4명이 과정을 수료하게 됐다. 이들 중 3명이 최근 자격시험에 응시해 모두 필기시험에 합격했으며, 남은 1명은 곧 응시할 예정이다.

지난 11월 22일 센터에서 이들을 만났다. 한위에, 유송희, 장리 씨는 중국 출신이고 이승미 씨는 베트남에서 왔다.

- 헤어국가자격증 과정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유송희 아들이 미용실에 갈 때마다 울었다. 그래서 집에서 엄마가 해주면 상황이 좀 낫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센터에서 헤어국가자격증을 딸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도전하게 됐다.

장리 고아원이나 요양시설에 가서 봉사를 하고 싶다. 봉사하더라도 자격증이 있어야 가능하더라. 그래서 도전하게 됐다.

한위에, 이승미 취직이 가장 중요한 이유다.

- 다문화가족을 위한 자립지원사업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한위에 언어(한국어)를 잘 모르니까 다문화가족들이 겁을 내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센터나 기관에서 지원을 안 해주면 도전도 못 하지 않겠나. 외국인친구들끼리 같이 하니까 서로 격려도 하고 힘이 되어주니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승미 맞다. 선생님이 우리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 수업을 할 때 말도 천천히 하고 알아들었는지 한 번 더 확인하고 배려를 많이 했다. 감사하다.

유송희 돈을 떠나서 그냥 개인적으로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학원을 다녀야 한다. 학원도 많고 정보도 많지만 우리가 잘 모른다. 어떤 학원이 좋은지, 어떻게 다녀야 하는지 모르고 막막하다. 이렇게 지원을 해주면 믿을 만한 곳에서 하니까 용기를 갖고 시작할 수 있다.

장리 국가자격증이라 어려웠을 거라 예상이 된다. 그리고 헤어자격증은 장비 등이 필요해 최소한 200~300만 원이 든다. 지원이 없다면 아예 시도조차 못 했을 것 같다.

- 헤어국가자격증 과정을 마친 소감은?

한위에 언어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전문용어라서 3시간만 공부하고 끝나는 게 아니다. 집에 가서 집안일도 해야 되고 아이도 챙겨야 되니까 공부할 시간이 없다. 3번 도전 만에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이승미 중간에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다. 전문용어가 영어라서 사전을 찾아도 안 나온다. 그냥 외워야 된다. 매일 4~5시간 외우고 투자 많이 했는데 공부하고 나서 시험 2번 떨어지니까 포기할까 생각이 들더라.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공부한 게 너무 아까웠다. 오기가 생겨서 '꼭 붙고 말 거야'라는 결심이 생겼다. 5번 도전한 끝에 합격했다.

- 자격증 과정에 도전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한위에 중국에 있을 때 10년 정도 미용샵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한국에서 육아하다가 다시 일을 해야 하는데 뭘 할까 고민하던 중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이런 기회를 만났다. 

이승미 저는 센터에서 한국어보조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3~4년 한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원로(?) 보조강사가 된 것 같다. 하는 일은 강사의 수업자료를 복사해 주고, 의사소통이 안 되거나 어려운 문법이 나올 때 베트남어로 설명해주고 통역해준다. 

유송희 중국에 있을 때 우체국에서 일을 했다. 한국에 와서 서울 이태원의 면세점에서 일을 하다가 임신·육아 때문에 그만두었다. 아이를 낳은 뒤에는 풀타임으로 일을 못 하게 되어서 보험회사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다. 아침에 잠깐 출석하여 교육을 받고 오후 시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장리 교회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98년에 회사를 다니면서 한국에 왔는데 그때 기독교를 믿게 됐다. 고아원이나 요양시설 같은 데서 미용봉사하려면 자격증이 필요하다. 그래서 국민카드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헤어국가자격증 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 최종적으로 헤어자격증을 취득한 이후의 계획은?

한위에 일단 취직하고 싶다. 옛날에 미용샵을 운영했었지만 정식으로 공부한 적이 없으니까 이번에 정식으로 배워서 취직해서 경력을 쌓고 싶다.

이승미 나도 취직하고 싶다. 자격증을 땄다고 해서 잘하는 거 아니다. 일단 미용실에 가서 실전경험을 해보고 어떻게 운영하는지 배우고 싶다.

유송희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 취직할 계획이다.

장리 요양원이나 고아원에서 봉사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 헤어자격증이 처음에는 취업을 계획하더라도 나중에는 미용실 창업으로 가지 않겠나?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미용실 창업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떻게 준비할 계획인가? 

한위에 일단 취직해서 배우겠다. 잘 하면 창업도 할 수 있고 포기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승미 헤어에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는 창업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창업 준비하려면 돈도 모아야 하고, 경력도 쌓아야 한다. 한 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우리는 정보도 부족하고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창업할 때도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 외국인 미용사라는 점에서 한국 사람과 경쟁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안되나?

한위에 실은 자신이 없다. 외국인이라서 말을 제대로 이해하고 전달하는 데 걱정이 된다. 옛날에 미용실을 운영한 적이 있지만 오래전 일이고, 그리고 스타일도 지금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염색할 때 두 가지 약을 섞어서 사용했는데 지금은 3~4가지 섞어서 사용하더라. 계속 발전해나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이승미 걱정이 되지만 외국인이기 때문에 장점도 있지 않을까? 여러 나라의 스타일을 잘 분석하여 권할 수도 있고 틀림없이 장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유송희 굳이 외국인이라서 어렵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미용사한테 많이 배우고, 경력을 많이 쌓다보면 입소문이 퍼질 거라고 생각한다.

장리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한국 미용사라도 처음에는 다 어렵지 않겠나. 열심히 배우고 연습하면 다문화가족도 잘할 수 있다. 

- 4명 모두 어린 자녀를 키우고 있는데 취업이 가능한가? 도와주는 가족이 있나?

이승미 당장은 취업하기 어렵다. 시어머니가 안 계신다. 아기가 어려서 맡길 데도 없다. 그래서 원장님과 상담을 했는데 혹시 주말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나 물어봤다. 미용실은 주말에 바빠서 일손이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주말에도 우리 남편이 출근할 때가 있어서 매주 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친구 한 명은 시어머니가 있어서 아이를 돌봐주시니까 미용실에서 일을 한다. 가끔 하노이에 출장도 가고 그런다. 도와주는 시어머니가 있으면 참 좋겠다.  

- 모두 3번 이상 필기시험에 떨어진 이후에 합격했는데 특별히 합격 비결이 있다면 알려 달라.

유송희 후배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비법은 글쎄, 특별한 것이 없다. 그냥 문제집을 풀고 정답을 무조건 외우면 된다. 한국인들도 그렇게 공부하지 않았을까. 

한국에서 생활하는 결혼이주여성들도 내국인 여성들이 겪는 육아, 가사노동, 경력단절의 문제들을 똑같이 경험하고 있었다. 거기에 언어 습득의 어려움과 문화적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더해야 한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다문화가족들은 내국인들보다 한참 뒤처진 출발선상에 있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헤어자격증에 도전한 다문화가족들이 자랑스럽다.

정리 송하성 기자, 인터뷰 쉬단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기다문화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다문화가족, #결혼이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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