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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
▲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
ⓒ 신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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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명의 사람들이 국회의사당을 등지고 정문 담장 앞에 앉았다. '집시법 11조 폐지하라'라는 구호도 외쳤다. 예전 같으면 '앉으시면 안 된다', '구호 외치면 안 된다' 등으로 제재했을 경찰들은 묵묵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기자회견이 아닌 사전 신고 된 집회이기 때문이다.

집시법 11조 폐지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27일 오전 11시 30분 국회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회 앞에서는 집회인데 집회라고 이름 붙이지 못한 기자회견만 열리고 있었다"라며 "사전 신고한 이번 집회를 통해 국회 앞 집회의 물꼬를 트겠다"라고 외쳤다.

지난 5월까지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는 국회의사당, 법원, 헌법재판소,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공관 경계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옥외 집회 또는 시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단체들이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신청한 뒤 사실상 집회를 개최하는 방식을 택해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지난 5월 국회의사당 100m 이내에서 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11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2019년 12월 31일까지 집시법을 개정하라고 국회에 유예기간을 주면서, 국회 앞 집회 신청이 사실상 가능해졌다.

이날 집회에서 사회를 맡은 정진우 노동당 집행위원장은 "헌재 결정 이후에도 관할인 영등포경찰서는 '금지구역이다', '기자회견으로 해라'라는 식으로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라며 "사전 신고한 집회가 국회 앞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라고 주장했다.

국회 앞 첫 '사전 신고 집회'..."국회는 '집회 금지' 인식, 아직 강해"

이에 대해 영등포경찰서 관계자는 "헌재 결정 이후 장애인 단체가 (국회 앞에서) 집회를 두 차례 열었다"라며 "해당 단체가 처음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경찰이 말한 장애인 단체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다. 해당 단체 활동가는 "지난 5월 이후 기자회견과 행진 신청만 받아들여졌다"라고 했다. 헌재 결정이 나온 지 6개월이 지났지만 국회 앞 집회신청이 허용된 것은 사실상 이날이 처음인 것이다.

시민단체 공권력감시대응팀 활동을 하는 법무법인 향법 오민애 변호사는 "헌재의 결정이 나오긴 했지만 지금도 집회신고를 할 때, 저희는 여전히 경찰과 조건을 계속 협의해야 한다"라며 "신고한 이후에도 금지 통보가 나올지, 그러면 또 언제 어떻게 집회 신고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라고 했다.

오 변호사는 "경찰에 양보하듯 협의하고 조율하는 상황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국회 앞은 여전히 '집회 금지' 장소라는 인식이 강하다"라며 "집시법 11조 폐지로 집회 신청에 있어서 시간과 공간상의 제약이 사라져야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본다"라고 했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집시법 개정안들은 집회의 자유를 여전히 제한하고 있다. 헌재가 헌법불합치를 결정한 장소만 집회를 허용하고 나머지 장소는 여전히 금지하거나 업무를 저해할 우려 등 추상적인 예외를 둬, 집회금지 기조가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행동 "집시법 11조 폐지해야"

국회가 집시법 11조 폐지를 결정할 때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인 양홍석 변호사는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기 전에도 국회 앞에서 처벌 위험을 감수하면서 기자회견을 빙자한 집회를 했다"라며 "헌재가 국회 앞을 집회 가능한 장소로 확인해 준 것은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는 장소로 만들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국회가 시민들의 목소리에 응답하지 않았던 것에 불과하다"라고 덧붙였다.

양 변호사는 "국회가 집시법을 폐지하지 않거나 제대로 개정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은 형사처벌의 위험을 무릅쓰고 집회를 하고 헌법소원을 또 제기할 것이다"라며 "집시법 개정에 있어서 국회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안혜영 민주노총 대외협력부장은 "명박 산성, 박근혜의 물대포만 집회를 막는 게 아니다"라며 "집시법 11조를 그대로 두는 것조차도 우리가 목소리를 내는 것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차광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장은 "국회가 민중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으라며 집회 신고를 했지만 항상 막혔다"라며 "국회든 청와대든 사법부든 어느 곳이든 직접 들어가서 이야기 하고 싶다"라고 했다.

태그:#집시법 11조, #국회 앞 집회, #국회 앞 100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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