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4일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기일을 맞아 전국 각지 영화관에서는 < 보헤미안 랩소디 > 속 퀸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싱어롱' 상영회를 가졌다.

11월 24일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기일을 맞아 전국 각지 영화관에서는 < 보헤미안 랩소디 > 속 퀸의 노래를 따라부르는 '싱어롱' 상영회를 가졌다. ⓒ MBC 유튜브 캡쳐


'여왕 폐하께서 돌아오셨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부활한 프레디 머큐리와 퀸이 온 세계를 흔들고 있다. 개봉 첫 주 영국에서 1200만 달러, 미국에서 5천만 달러 수익을 올리더니 일본, 프랑스, 독일 호주 등 국제 극장가를 휩쓸며 가볍게 손익분기점을 뛰어넘었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의 '퀸 사랑'이 빠질 수 없다. 4백만 관객을 돌파함은 물론, 영화관에서 노래 부르는 '싱어롱' 상영도 대유행이다. 11월 24일 프레디 사망 27주기를 기리는 특별 상영회 역시 일찌감치 매진됐고, 상영관에는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하는 깃발과 슬램족까지 등장했다. 

세계 3억 달러 수익을 올리며 음악 영화 사상 최고의 히트작에 등극한 <보헤미안 랩소디>는 전 세계 음악 팬들에게 퀸의 제2 전성기를 인도한다. 퀸과 함께 호흡한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밴드의 기억이 사라져가는 젊은 세대에는 지난 시대의 전설을 소개하면서 세대를 화합하는 '음악의 힘'을 오랜만에 보이는 작품이다. 혁신가이자 위대한 쇼맨, 소외된 이들을 위해 노래한 퀸과 프레디 머큐리, 최후의 승자로 거듭난 그들의 결정적 순간들을 짚어본다. 

미소에서 여왕으로
 
 영화 < 보헤미안 랩소디 > 속 한 장면. 퀸의 전신 밴드 스마일(Smile)은 영화와 달리 프레디 머큐리와 잘 아는 사이였다.

영화 < 보헤미안 랩소디 > 속 한 장면. 퀸의 전신 밴드 스마일(Smile)은 영화와 달리 프레디 머큐리와 잘 아는 사이였다. ⓒ 20세기 폭스 코리아

 
런던 일링 예술 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파로크 불사라는 어려운 본명 대신 프레디(Freddie)로 유명했다. 여러 아마추어 밴드를 전전하며 뮤지션의 꿈을 키워가던 그는 런던의 인디 밴드 스마일(Smile)의 공연을 자주 보러 다녔다. 기타에 브라이언 메이, 드럼에 로저 테일러, 보컬에 팀 스타펠로 구성된 이 팀은 프레디와 안면을 트고 지낸 사이였다. 특히 험피 봉(Humpy Bong) 활동을 위해 팀을 탈퇴한 팀 스타펠은 프레디에게 브라이언과 로저를 소개해준 장본인이며 실제로도 매우 친했다. 

팀 스타펠의 빈자리를 꿰찬 프레디와 밴드는 세 번의 오디션을 통해 베이스 멤버를 충원했는데 그가 바로 존 디콘이다. 이후 프레디는 팀의 이름을 퀸으로 바꿨고, 밴드 로고를 직접 디자인했으며 본인의 성씨도 불사라에서 머큐리(Mercury)로 고친다. 스마일 시절 팀 스타펠과 함께 쓴 몇 곡과 새로 만든 곡을 한 데 모은 팀은 1973년 첫 앨범 < Queen >을 발매하며 메이저 데뷔를 이뤘다. 전설의 시작이었다. 

킬러가 되다
 
 < Sheer Heart Attack >이 대중적으로 성공하며 퀸은 메이저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게 된다. 그 대표곡이 'Killer Queen'이다.

< Sheer Heart Attack >이 대중적으로 성공하며 퀸은 메이저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게 된다. 그 대표곡이 'Killer Queen'이다. ⓒ 20세기 폭스 코리아

 
상업적으로 실패한 데뷔작을 뒤로하고 이듬해 밴드는 < Queen II >를 발매한다. 퀸 최초의 히트곡 'Seven seas of rhye'로 알려진 이 앨범은 조악했던 첫 앨범으로부터 사운드 측면으로나 앨범 구성 측면으로나 확실히 진일보하며 시장의 관심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퀸의 유일한 콘셉트 앨범이며, 앨범 전체를 하나의 곡으로 연결하고 오페라적 구성과 판타지로부터 영향받은 상상력의 가사는 훗날 'Bohemian Rhapsody'의 초석이 된다. 그러나 이 앨범도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있었다. 무엇보다 음악 평론가들의 날 선 비판도 가혹해져 갔다.

< Sheer Heart Attack >부터 밴드의 전성기가 열렸다. 브라이언 메이의 신출귀몰한 기타 플레이가 담긴 'Brighton rock'이 예술성을 담보했다면, 다음 트랙 'Killer queen'은 선정적인 가사에도 유려한 멜로디로 영국 싱글 차트 2위까지 올랐다. 이 상업적 성공을 토대로 밴드는 보다 대중적인 접근과 더불어 오페라 형식을 강하게 접목한 대곡을 설계한다. 바로 < A Night At The Opera >와 'Bohemian rhapsody'다. 

보-랩 : 보헤미안 랩소디, 전설로 남다
 
 퀸의 네번째 정규 앨범 < A Night At The Opera >는 그 유명한 '보헤미안 랩소디'가 수록된 명반이다.

퀸의 네번째 정규 앨범 < A Night At The Opera >는 그 유명한 '보헤미안 랩소디'가 수록된 명반이다. ⓒ 유니버셜뮤직코리아

 
평소 록 음악은 물론 클래식과 오페라에도 조예가 깊었던 프레디는 < Queen II >에서 실험한 바 있는 오페라를 6분짜리 한 편의 곡에 접목하겠다는 야심을 품는다. 프로덕션 전권을 확보한 그는 180번 이상의 오버 더빙과 철저히 분업된 레코딩을 통해 멤버들도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전대미문의 명곡을 감독했다. 3명의 목소리만으로 대규모 합창단을 만들었고, 총 다섯 단계로 나뉜 기획을 통해 형 집행을 앞둔 사형수의 이야기를 실감 나게 들려줬다. 특수 효과를 적극 활용한 홍보 영상을 녹화하며 '세계 최초의 뮤직비디오'를 기획한 건 덤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Bohemian rhapsody'는 전대미문의 충격을 안기며 록의 명곡으로 우뚝 섰다. 2~3분으로 끝나는 히트 싱글의 규칙을 아득히 뛰어넘은 6분짜리 곡임에도 아카펠라와 피아노 연주, 하드 록의 절묘한 조화 속 선명한 멜로디는 밴드에게 영국 싱글 차트 9주 연속 1위를 선물하며 퀸이 완연한 인기 밴드임을 알렸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 A Night At The Opera >의 성공은 < A Day At The Races >와 < Jazz >, < The Game >으로 이어지는 퀸의 황금기를 알렸다. 

미국 차트를 정복하다​​​​​​
 프레디 머큐리가 짧게 머리를 자르고 콧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것은 1980년 앨범 < The Game >에서부터였다.

프레디 머큐리가 짧게 머리를 자르고 콧수염을 기르기 시작한 것은 1980년 앨범 < The Game >에서부터였다. ⓒ 20세기 폭스 코리아

 
퀸 커리어에서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앨범은 1980년의 < The Game >이다. 퀸의 유일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 곡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Another one bites the dust'가 이 앨범에 수록되어 있으며,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앨범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두 곡이 퀸의 오리지널 스타일과는 꽤 거리가 멀다는 데 있다. 

베이스 주자 존 디콘의 그루비한 베이스 리프와 브라이언 메이의 찰랑거리는 펑크(Funk) 기타는 1970년대 말 디스코 열풍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 어쿠스틱 기타가 찰랑이는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는 1960년대 초 엘비스 프레슬리에게서 영향을 받은 로큰롤 스타일이다. 평소 신디사이저를 좋아하지 않던 프레디가 처음으로 신디사이저를 도입한 퀸 앨범이기도 하다. 새 시도가 흡족했던 멤버들은 2년 후 영화 < 플래쉬 고든 > 사운드트랙에 신디사이저를 대거 활용한다. 

1985 라이브 에이드 : "그들이 쇼를 훔쳤다!"
 
 11월 26일 45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 보헤미안 랩소디 >

11월 26일 45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 보헤미안 랩소디 > ⓒ 20세기 폭스 코리아

 
<보헤미안 랩소디>의 하이라이트는 영화 종반부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의 완벽한 재현이다. 1985년 웸블리 스타디움의 10만 관중을 모조리 '여왕의 사열대'로 만들어버린 퀸의 무대는 록 역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실황으로 손꼽힌다. 극적인 재결성 후 첫 무대를 완벽한 보컬 컨디션과 타고난 카리스마로 종횡무진하는 프레디를 보며 '라이브 에이드' 기획자 밥 겔도프와 엘튼 존이 '그들이 쇼를 훔쳤다'라 감탄한 것은 유명하다. 

'라이브 에이드'를 제외하고도 퀸은 역사에 남을 라이브 무대를 여럿 남겼다. 1979년 유럽 투어를 녹음한 실황 앨범 < Live Killers >는 1970년대 록 콘서트의 힘을 보여주는 명반으로 손꼽힌다. 많은 팬들에게 최고의 공연으로 손꼽히는 1981년 몬트리올 라이브, '라이브 에이드' 이듬해 웸블리에서의 공연에서 노란 가죽 재킷을 걸치고 주먹을 하늘로 뻗는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 맨체스터 공연에서 휘황찬란한 왕관과 망토를 쓰고 무대를 누비는 프레디는 그 자체로 록이라는 장르와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우상의 지위를 누린다.

1991년 11월 24일, 천사의 죽음
 
 1991년 11월 24일, 프레디 머큐리는 에이즈 감염 사실을 하루 전 수행 비서에게 알리고 세상을 떠났다.

1991년 11월 24일, 프레디 머큐리는 에이즈 감염 사실을 하루 전 수행 비서에게 알리고 세상을 떠났다. ⓒ 20세기 폭스 코리아

 
영화와 달리 프레디 머큐리는 '라이브 에이드' 공연 후에야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투병 사실을 철저히 비밀로 지키며 유작 < Innuendo >를 남기고 1991년 11월 24일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앨범의 마지막 트랙처럼 '쇼는 계속되었다.' 이듬해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개최된 프레디 머큐리의 추모 공연에는 조지 마이클, 메탈리카, 엘튼 존, 데이비드 보위, 로버트 플랜트 등 당대 최고의 슈퍼스타들이 한데 모여 프레디의 '불멸'을 추모했다.

1995년 멤버들은 프레디의 생전 작업을 추려 추모 앨범 < Made In Heaven >을 발매했다. 프레디의 솔로 앨범에 수록된 'Made in heaven'과 'I was born to love you'를 수록하고, 프레디가 가장 마지막으로 녹음한 'Mother love'와 마지막으로 작곡한 'A winter's tale'을 수록한 앨범은 지금까지도 퀸의 마지막 정규작으로 남아있다. 1997년에는 'No one but you' 녹음 후 존 디콘이 은퇴했다. 

2012 London Olympics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 홀로그램으로 등장한 프레디 머큐리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 홀로그램으로 등장한 프레디 머큐리 ⓒ Olympic 유튜브 캡쳐

 
퀸의 커리어는 현재 진행형으로 내려오며, 프레디 머큐리 역시 대중문화 속 아이콘으로 영원한 삶을 살고 있다. 그 중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은 그 정점의 무대로, 홀로그램으로 되살아난 1986년 웸블리 공연의 프레디는 2012년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 여성 가수 제시 제이와 합을 맞췄다. 

원래 프레디는 20년 전 올림픽 주제가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다. 스페인 태생 소프라노 몽셰라 카바예와 함께 녹음한 'Barcelona'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의 주제가로 예정되어 있었던 것. 그러나 프레디 사후 올림픽 위원회는 에이즈 감염자였던 프레디의 노래를 거절하고 호세 카레라스와 사라 브라이트만의 'Friends of life'를 대신 채택했다. 바로 그 20년 전의 한을 풀듯, 런던 올림픽 스타디움을 가득 채운 6만 관중과 선수단은 홀로그램 속 프레디의 'Eh-oh'에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답했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퀸의 노래들
 
 퀸의 음악은 우리에게 여러 광고에 삽입되어 익숙하다.

퀸의 음악은 우리에게 여러 광고에 삽입되어 익숙하다. ⓒ 20세기 폭스 코리아

 
프레디 사후에도 퀸의 음악은 대중문화 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보였다. 1994년 미국 월드컵 주제가였던 'We are the champions'는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시기에도 다시금 차트에 등장했으며, 'Bohemian rhapsody'는 영국 차트 정상에 세 번이나 올랐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비롯한 상당수 대표곡이 금지곡 판정을 받으며 전성기 시절을 함께하진 못했으나, 명료한 멜로디와 힘 있는 보컬로 무장한 퀸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팝 리스트의 정상을 절대 놓치지 않는다. 

그것은 지난 10년 간 이들의 노래가 광고 음악의 단골손님이었다는 사실로 입증된다. 'Under pressure'부터 'I was born to love you', 'Somebody to love'와 'Don't stop me now' 같은 대표곡들부터 1분짜리 'Lazing on a sunday afternoon'과 비교적 덜 알려진 'Spread your wings' 까지 다양한 곡들이 기업 주력 광고를 장식했다. 특히 삼성과 현대는 기업 이미지 홍보에 퀸의 고감도 멜로디를 빌렸고, 대한항공은 2014년 소치 올림픽을 위한 홍보 광고를 제이슨 므라즈 버전의 'Good old fashioned lover boy'로 장식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중음악웹진 이즘(www.izm.co.kr)에도 실렸습니다.
보헤미안랩소디 프레디머큐리 영화 음악영화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