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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고등학교 총동문회가 흉상 건립을 알리는 현수막을 공주시내 곳곳에 설치해 놓았다.
 공주고등학교 총동문회가 흉상 건립을 알리는 현수막을 공주시내 곳곳에 설치해 놓았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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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고등학교 총동창회가 동문인 고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흉상 모교 설치를 강행하면서 지역사회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총동문회가 밝힌 흉상 건립 시기는 24일 오후 2시다.

총동창회 측이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일부 교직원, 재학생, 전교조 충남지부까지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또, 학생회장과 일부 동문 등이 흉상 건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흉상 건립은 지난 2015년 처음 추진됐다. 총동창회는 100여 명으로부터 500만 원을 모아 2.5m 높이로 흉상을 제작했다. 당시 지역사회 반발에 부딪히자 흉상 건립을 무기한 연기했다가 최근 재추진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보도됐다. 총동창회는 시내 곳곳에 흉상 건립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고 홍보전을 벌이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관련 기사: 공주고, 김종필 흉상 2라운드).
 
지난 16일부터 공주고등학교 과 공주시청 앞에서 교직원과 재학생, 시민단체 및 학부모 등이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공주고등학교 과 공주시청 앞에서 교직원과 재학생, 시민단체 및 학부모 등이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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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상 건립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난 16일부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오전 7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는 공주고등학교 교문에서, 오전 8시 30분부터 9시까지는 공주시청 앞에서 교직원과 재학생, 시민단체 및 학부모 등이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기자가 찾아간 20일에도 이들은 학교 교문 앞에서 각종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흉상 건립 반대 등굣길 운동을 펼치고 있었다. 손에 든 피켓 문구도 다양했다.

'굴욕적 한일협상 주역, JP 흉상 모교설치 절대반대'
'흉상 폐기하고 전통 명문 공주고 건립!!'
'동창회 이사회는 각성하라! 정치 흉상 즉각 중단하라!'
'J절대 돌이킬 수 없는 PPAST'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신채호-'


반대 시위에는 지난 2015년 1차 흉상 건립 때와는 다른 모습도 보였다. 재학생들의 참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여러 학생들이 정문과 교내에서 'JP 흉상 건립 반대'라고 적힌 용지를 들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었다.

공주고등학교 제93대 박충만 학생회장은 기자에게 자료를 보내왔다. '고 김종필 흉상 교정 설치 시도에 대해 공주고 학생들이 뿔났다'라고 시작되는 자료에 따르면 학생회는 흉상 건립을 반대하며 공주고 페이스북 홈페이지와 같은 SNS를 통해 반대 입장을 널리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자신을 공주고 53회라고 밝힌 동문은 22일부터 흉상건립반대 현수막을 학교 담에 걸 예정이라고 밝혀 왔다. 그리고 다른 동문들도 흉상 건립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해지면서 논란은 계속될 예정이다.

다음은 박충만 학생회장이 보내온 자료다.
 
지난 16일부터 오전 7시 30분~8시 30분까지는 공주고등학교 교문에서 8시 30분부터 9시까지는 공주시청 앞에서 교직원과 재학생, 시민단체 및 학부모 등이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오전 7시 30분~8시 30분까지는 공주고등학교 교문에서 8시 30분부터 9시까지는 공주시청 앞에서 교직원과 재학생, 시민단체 및 학부모 등이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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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필 총리 흉상 건립을 반대합니다.

첫째,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기 때문입니다'

공주고등학교 총동창회는 전 김종필 총리 흉상 제막식이 열린다는 사실을 동창회 각 기수 임원들에게만 알렸습니다. 이는 교육공동체인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의사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였습니다. 특히 흉상건립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학생들은 학교 내 행사를 학교 및 동창회 측에 의해서 일절 정보를 받지 못했습니다. 왜 저희의 의견을 전혀 물어보지 않고 일방적으로 진행하신 것인가요?

공주고 학생회는 11월 19일 학생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전교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흉상설치에 대해 전교생 응답자 총 531명 중 39명(7.3%)이 찬성하고 492명(92.7%)이 반대하였습니다. 492명(92.7%) 반대, 이것이 학생들의 생각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러한 설문조사는 매우 의미 있는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건립을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요?

둘째, '왜 JP이어야 합니까?'

현재 공주고는 위안부 동아리를 통하여 대외적으로 올바른 역사의식 함양을 위한 노력으로 유명하고 우리 학생들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JP는 과거 제2공화국을 폭력적으로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한 5.16 군사정변의 주역이며 일제의 징용이나 징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보상 문제로 지금까지 비판받고 있는 한일협정의 주체입니다. 그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분의 흉상을 세우는 것은 학교의 이미지와는 다른 매우 이중적인 행위입니다.

우리는 공주고 선배님들 중에 6.25 참전용사와 독립 운동가분들도 많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 이 위인들의 흉상을 세운다고 한다면 감히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런데 JP의 흉상은 어째서 이런 소란을 몰고 오는 것일까요?

올바른 역사인식과 자랑스러운 동문을 배출해낸 명문 공주고의 이름을 지켜주세요.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무엇이 옳은 행위인지 잘 알고 계실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떳떳하고 후회 없는 결정하시기를 촉구합니다.

태그:#김종필, #공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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