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를 기리는 영화다. 통념과 질서를 거스르는 자유로운 영혼일 보헤미안(Bohemian)이 내용이라면, 그걸 환상곡풍으로 담아내는 기악곡 랩소디(rhapsody)는 자유분방한 형식이다. 그러니까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의 아웃사이더적 외로움과 저항성에 앵글을 맞춘 전기(傳記)임을 제목으로 표방한 셈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컷.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컷.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프레디 머큐리가 지은 동명의 음악 '보헤미안 랩소디'(1975년 발매된 'A Night At The Opera'에 수록)는 처음부터 형식 파괴로 우뚝하다. 당시 음반사와 공중파가 이단시한 6분 길이는 총 다섯 부분(아카펠라, 발라드, 오페라, 하드 록, 발라드)으로 나뉜다. 가사 역시 논란감 투성인데, 요즘 같은 사이버 판세라면 금지곡(1989년까지)이 되지는 않았으리라.
 
공항 수하물에서 일하던 남자가 록스타 되기까지

프레디 머큐리(본명 '파로크 불사라')는 잔지바르 태생의 인도계 영국인이다. 여러 문화권을 걸치며 자생력을 키웠을 아웃사이더다. 거기에다 아티스트의 천재적 영감과 남다른 성적 취향이 즉훙적 자유로움을 부추겼으리라. '나는 나야' 식으로 숙명에 저항하는 '보헤미안 랩소디'의 노랫말과 머큐리의 일대기가 맞아 떨어지듯 오버랩됨에 난 오싹한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1985년 7월에 있었던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을 처음과 마지막 장면으로 삼는다. 그 사이에다 공항에서 수하물을 취급하는 파로크 불사라가 전설적인 록 스타 프레디 머큐리가 되기까지의 일대기를 일화들로 연출해 담는다. 남들보다 앞니 4개가 더 많아 입매가 두드러진 프레디 머큐리를 귀환시킨 감독과 출연진에게 경의를 표한다.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 분)는 무명시절에도 성질을 한껏 발산한다. 집 밖에서는 파키스탄인이라는 비아냥거림에 발끈하고, 집 안에서는 삶의 방식이 다른 아버지와의 갈등에 대차게 직면한다. 자기를 보컬로 받아 줄 밴드를 찾아 밤마다 술집을 찾아 나서고, 자기의 성향을 일찌감치 알아채고 평생 사랑을 이어 간 메리 오스틴(루시 보인턴 분)을 만난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컷.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난 관람하며 전에는 못 느꼈던 퀸의 음악 세계로 빨려 든다. 노래에 깃든 삶의 철학이 부각돼서다. 음악과 무관한 분야를 전공한 멤버들이 의기투합해 당장의 이익을 물리치며 거침없이 행보한다. 그 결과 영국의 두 번째 여왕이라 불리는 퀸에 다다른다. 실험적인 곡 '보헤미안 랩소디'를 첫 싱글로 선보이며 세운 영국 음악사의 신기록은 거저 얻은 게 아니다.
 
만일 퀸의 다른 멤버들이 솔로 데뷔를 문제 삼아 자기 허물을 솔직히 인정하고 내민 프레디 머큐리의 손을 잡아 주지 않았다면, 그래서 록 밴드 퀸이 활동을 재개하지 않았다면, <보헤미안 랩소디>에 '라이브 에이드'(Live Aid) 장면은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아예 영화를 만들 시도조차 안 했을 것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컷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컷. ⓒ ㈜이십세기폭스코리아


극 중 언론이 파헤치는 프레디의 사생활, 유명하면 공인일까

영화에서 프레디 머큐리의 문란한 사생활은 암시 정도로 표현된다. 거기에 얹은 사생활을 파헤치려 기를 쓰고 덤비는 기자들의 질문은 가학적일 만큼 인간적 배려가 없다. 선정적인 핫한 기사에 올인한 욕망만이 기자 회견 주변을 떠다닌다. 그 소란함이 곤혹스러우면서도 부당하다고 내지르지 못하는 머큐리를 보며 내가 답답해진다. 스캔들에 얽힌 연예인에게 공적 인물 운운하며 과도하게 날을 세우는 경우들이 떠올라서다.

유명해서 지명도가 높으면 공적 인물인가. 유명인사든 아니든 자기 본업에 충실하면 공적 역할은 다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본업과 상관없는 일이나 시간들은 사적 영역으로 돌리고 왈가왈부하지 말아야 한다. '털어 먼지 안 나는 사람 있느냐'는 항변은 본업에 한해 던져야 한다. 문란함을 지적하며 매장하지 않은 영국 문화가 프레디 머큐리를 전설로 만든 셈이다.
 
어쨌거나 <보헤미안 랩소디>가 퀸의 '라이브 에이드'(Live Aid) 무대를 실황처럼 재현한 게 놀랍다. 전설적인 록 스타를 구경하기보다 간절한 인간 정신의 정수를 느낄 수 있어 기꺼웠던 시간이다. 자연스레 나를 돌아보며 대리만족으로 행복했던 드문 체험이다. 유튜브로 퀸의 음악들을 내처 들으며 남아 있는 내 열정을 향해 건배한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중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Radio Ga Ga'를 부르는 장면. 이 장면을 보면서 눈물을 쏟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스틸 컷.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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