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인삼공사를 제물로 시즌 첫 연승을 기록했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18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2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22, 25-23, 25-21)으로 승리했다. 14일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전 3-0 승리를 시작으로 원정에서 2연승을 거둔 흥국생명은 5승 3패 승점 15점으로 16점의 GS칼텍스 KIXX에 이어 단독 2위로 뛰어 올랐다.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베레니카 톰시아가 서브득점 1개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20득점을 올렸고 부상으로 빠진 조송화 세터 대신 주전으로 나선 김다솔 세터도 안정된 토스로 팀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날 박미희 감독을 가장 기쁘게 한 선수는 따로 있었다. 외국인 선수 톰시아보다 더 높은 공격점유율을 기록하며 팀 내에서 가장 많은 24득점을 폭발한 '핑크 폭격기' 이재영이 그 주인공이다.

프로 입단 3년 만에 신인왕부터 MVP까지 휩쓴 '핑크 폭격기'
 
 이재영은 프로 입단 후 4번의 시즌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많은 경험을 했다.

이재영은 프로 입단 후 4번의 시즌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많은 경험을 했다. ⓒ 한국배구연맹

 
지난 2005년 한일전산여고(현 수원전산여고) 출신의 김연경(엑자시바시)이 프로무대에 등장한 후 한국여자배구는 팀 내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김연경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력이 꾸려졌다. 특히 김연경과 대각을 이뤄 서브리시브와 보조공격을 책임질 레프트 공격수 파트너는 언제나 여자배구 대표팀의 오랜 숙제였다. 

4강신화를 달성했던 2012년 런던올림픽과 20년 만에 금메달을 되찾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까지 김연경의 레프트 파트너는 한송이(인삼공사)였다. 한송이가 인천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대표팀에서 물러난 후에는 박정아(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가 자연스럽게 한송이의 자리를 물려 받는 듯 했다. 하지만 2014년 겨울 박정아의 강력한 라이벌이 프로무대에 등장했다. 흥국생명의 1순위 지명을 받은 이재영이었다.

이재영은 루키 시즌부터 27경기에 출전해 40.84%의 공격성공률을 기록하며 374득점을 기록했다. 김연경을 제외한 역대 신인왕 수상자 가운데 루키 시즌 이재영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김연경은 루키 시즌부터 756득점으로 득점 부문 전체 1위에 올랐다). 그만큼 이재영은 여자배구에서 흔히 나오지 않는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는 뜻이다.

이재영은 2015-2016 시즌에도 2년 차 징크스의 우려를 날리고 득점 7위(498점,국내선수1위), 공격 성공률 9위(33.93%), 서브 5위(세트당 0.25개)에 오르며 리그 정상급 레프트로 자리매김했다. 걱정하던 서브 리시브 성공률도 43.7%까지 끌어 올리며 수비에서도 안정감을 뽐냈다. 흥국생명은 이재영이 에이스로 자리 잡은 2015-2016 시즌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며 5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기쁨을 누렸다. 

2016-2017 시즌은 이재영의 첫 전성기였다. 외국인 선수 타비 러브와 함께 쌍포를 구성한 이재영은 득점 6위(국내선수 1위), 리시브 1위(세트당 3.86개)에 오르며 공수에 걸쳐 흥국생명의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맹활약했다. 비록 챔프전 우승은 놓쳤지만 흥국생명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끈 이재영은 정규리그 MVP와 레프트 부문 BEST7에 선정되며 V리그 여자부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시즌 최하위 수모 극복하고 흥국생명 상위권 도약 주도
 
 비 리베로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디그를 기록하고 있는 이재영은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흥국생명의 핵심이다.

비 리베로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디그를 기록하고 있는 이재영은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흥국생명의 핵심이다. ⓒ 한국배구연맹

 
하지만 챔프전 우승이라는 마지막 목표만을 남겨두고 있던 흥국생명과 이재영은 지난 시즌 믿기 힘든 추락을 경험했다. 흥국생명은 외국인 선수 테일러 심슨의 부상과 대체 선수 크리스티나 킥카의 부진 속에 8승22패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재영은 득점5위(555점, 국내선수1위), 리시브 2위(세트당 3.81개)를 기록하며 공수에서 맹활약했지만 팀의 추락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재영 입단, 박미희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최하위로 떨어진 흥국생명은 같은 수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알찬 오프시즌을 보냈다. FA시장에서는 노장 센터 김세영과 파이팅 넘치는 윙스파이커 김미연을 영입했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폴란드 국가대표 출신의 톰시아를 지명했다. 여기에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원곡고 출신의 중앙 공격수 이주아를 데려왔다.

자타가 공인하는 흥국생명의 에이스 이재영 역시 이번 시즌을 맞는 각오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도로공사 이적 후 공격에만 전념하며 챔프전 MVP에 선정된 박정아와 부상에서 돌아온 이소영, 지난 시즌 부쩍 성장한 강소휘(이상 GS칼텍스) 등과의 최고 레프트 경쟁에서 밀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재영이 MVP에 뽑혔던 2016-2017 시즌의 존재감을 찾는다면 이번 시즌 흥국생명의 성적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다.

시즌 개막 후 8경기를 치른 현재 이재영은 득점 5위(152점, 국내선수 2위), 공격성공률 6위(39.76%, 국내선수 3위), 오픈공격 6위(35.68%, 국내선수 3위), 퀵오픈 2위(53%)에 이름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상위권 도약을 이끌고 있다. 김미연이 가세하면서 리시브 빈도는 낮아졌지만 세트당 4.45개의 디그(7위, 비리베로 1위)를 기록하며 수비에서도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재영은 18일 인삼공사전에서도 서브득점1개와 블로킹 2개를 포함해 24득점을 쓸어 담았다.

흥국생명에게 더욱 고무적인 사실은 이번 시즌 이재영에게 공격을 의존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흥국생명에는 득점 4위(182점), 공격성공률 3위(41.71%)를 달리고 있는 외국인 선수 톰시아가 있다. 톰시아와 이재영이 적절히 공격을 분배해 시즌을 끌고 간다면 훨씬 효과적인 운용이 가능하다. 아직 만22세에 불과한 젊은 선수지만 '핑크 폭격기' 이재영은 어느덧 흥국생명뿐 아니라 V리그 여자부를 이끄는 핵심 선수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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