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치 않은 아르헨티나의 UFC 파이터가 홈 관중들에게 승전보를 알렸다. UFC 웰터급 10위 산티아고 폰지니비오는 18일(이하 한국시각)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파르쿠에 로카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140 대회 메인이벤트에서 동급 8위 닐 매그니를 4라운드 2분 36초 만에 KO로 제압했다. 폰지니비오는 아르헨티아에서 열린 사상 첫 UFC 대회의 메인이벤트에 출전해 홈 팬들에게 화끈한 KO 승리를 선물했다.

지난 2015년 6월 로렌조 케인에게 TKO로 패한 후 파죽의 7연승을 달린 폰지니비오는 이제 UFC 웰터급 중상위권으로의 순위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앞서 열린 코메인이벤트에서는 연패에 빠져 있던 베테랑 파이터가 부활의 KO승으로 격투팬들을 들뜨게 했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과 두 차례나 경기가 잡혔다가 무산됐던 '더 불리' 리카르도 라마스가 그 주인공이다.

챔피언의 문턱에서 번번이 무너졌던 페더급의 강자 

학창 시절 아마추어 레슬링 선수로 활동한 라마스는 대학시절 NCAA 디비전 III(3부리그)에서 올-아메리칸에 선정됐지만 올림픽을 노리거나 1부리그에서 활약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2008년 종합격투기 선수로 프로 무대에 데뷔한 라마스는 뛰어난 레슬링 실력을 앞세워 4연승을 거두고 2009년 '경량급의 메이저리그' WEC에 진출했다(종합격투기 데뷔 당시 라마스의 체급은 라이트급이었다). 

하지만 경량급의 쟁쟁한 선수들이 모두 속해 있던 당시의 WEC에서 대학 3부리그 레슬러 출신의 라마스는 그리 눈에 띄는 선수가 아니었다. 라마스는 WEC 진출 후 2년 동안 6경기를 치렀지만 4승 2패로 썩 인상적인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라마스가 WEC에서 당한 2번의 패배는 훗날 UFC에서 활약하는 대니 카스티요와 유리 알칸트라에게 당한 KO패였다.

그러던 2010년, UFC가 WEC를 흡수하면서 라마스는 UFC 소속의 파이터가 됐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페더급 변신을 시도했다. 사실 근력저하를 동반하는 체급하향은 리스크가 큰 모험이지만 신장(173cm) 대비 좋은 리치(180cm)를 가지고 있는 라마스에게 페더급 변신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라마스는 페더급 변신 후 맷 그라이스와 컵 스완슨, 히오키 하츠,에릭 코크를 차례로 꺾고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하지만 당시 UFC 페더급은 조제 알도가 '폭군'으로 불리며 체급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고 라마스 역시 알도의 제물 목록에서 예외가 되지 못했다. 정찬성에 이어 알도의 8차 방어전 상대로 낙점된 라마스는 알도의 약점으로 꼽히는 그라운드 싸움을 걸어 봤지만 노련한 알도의 로우킥에 데미지가 쌓인 채 일방적으로 밀렸다. 라마스는 4,5라운드에서 그라운드로 끌고 가며 알도를 괴롭혔지만 경기 결과를 바꾸지 못하고 만장일치 판정으로 패했다.

UFC 진출 후 6경기 만에 알도에게 첫 패배를 당한 라마스는 하크란 디아스와 데니스 버뮤데즈를 연파하고 타이틀 재도전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2015년4월 이미 알도에게 두 차례나 패했던 채드 멘데스와 '페더급 2인자 결정전'을 가졌다. 하지만 결과는 라마스의 일방적인 KO패였다. 경기 시작 2분도 채 되지 않아 멘데스의 펀치를 맞고 휘청거린 라마스는 경기 종료가 선언될 때까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일방적인 구타를 당했다.

3연패 위기에서 최근 6승1패의 엘킨스 제압하며 부활

멘데스전 패배 이후 그 해 12월 디에고 산체스를 판정으로 꺾고 한숨을 돌린 라마스는 2016년 6월 떠오르는 신예를 상대로 연승을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그 상대는 다름 아닌 훗날 페더급 챔피언이 되는 맥스 할러웨이였다. 라마스는 할러웨이의 벽에 막혀 다시 한 번 타이틀 전선으로 올라가는데 실패했다. 라마스에 대한 격투팬들의 기대가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정찬성과의 대결이 무산된 후 찰스 올리베이라와 제이슨 나이트를 비교적 가볍게 제압한 라마스는 자신에게 옥타곤 첫 패배를 안긴 알도와의 리벤지 매치가 잡혔다. 하지만 알도는 부상으로 이탈한 프랭키 에드가 대신 페더급 타이틀전에 들어갔고 라마스는 라이트급에서 활약하던 신예 조쉬 에밋을 상대했다. 하지만 라마스는 체체중도 맞추지 못한 에밋에게 1라운드 KO로 무너지는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에밋전 패배 이후 페더급의 '신성 판독기'로 전락한 라마스는 지난 6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출신의 신예 머사드 베틱에게 또 한 번 1-2 판정으로 무너졌다. 격투기 데뷔 후 처음 당해보는 연패의 수렁이었다. 오랜 기간 3~5위를 유지하던 페더급 순위도 어느덧 13위까지 떨어졌다. 만약 아르헨티나 대회에서 14위 데런 엘킨스에게 덜미를 잡힌다면 라마스는 UFC 공식 랭킹에서 제외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라마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짜릿한 KO승으로 부진 탈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라마스는 최근 7경기에서 6승 1패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던 엘킨스를 상대로 킥을 통해 경기의 주도권을 잡은 후 장기인 레슬링으로 엘킨스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일방적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던 라마스는 3라운드 종료 1분 여를 남기고 엘킨스에게 강력한 파운딩과 팔꿈치 공격을 퍼부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라마스는 작년 7월 나이트전 이후 1년 4개월 만에 옥타곤에서 승리의 기쁨을 누렸다. 물론 연패에서 탈출했다고 라마스의 순위가 다시 수직 상승하거나 과거에 누렸던 페더급 내 지위를 한 번에 되찾을 확률은 매우 낮다. 하지만 알도를 비롯해 에드가, 스완슨,정찬성 등 페더급의 베테랑 선수들이 전체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라마스의 부진 탈출은 페더급을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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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UFN 140 리카르도 라마스 데런 엘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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