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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교정기가 키스할 때 느낌이 좋다." 
"너는 jaune(노란), 나는 blanc(하얀)." 
"동해는 japan sea." 
"독도, 일본과 한국이 반으로 나눠 갖으면 되잖아."


지난 2017년 5월 본보가 단독으로 보도했던 청주 모 고등학교 전 원어민 교사 A씨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법원이 성추행에 해당한다며 징역형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를 명령했다.

지난 16일 청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소병진)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청주의 한 고등학교 프랑스 원어민 교사 A씨에게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3년을 명령했다.

A씨는 2015년 3월경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프랑스식 인사법 비쥬(Bisous)를 알려주겠다'며 여학생들의 어깨를 잡은 채 볼을 번갈아가며 맞대는 등 같은 방법으로 학생 20여 명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프랑스어 문장을 첨삭 받으러 찾아온 남학생의 신체 일부를 꼬집거나 여학생의 손목을 잡고 팔짱을 끼는 등 학생들을 추행한 혐의도 있다. A씨는 이 같은 문제로 7년간 근무했던 학교에서 지난 3월 해고됐다.

재판에 넘겨진 A원어민 교사의 성추행 혐의는 2015년부터 시작됐지만 2017년 5월이 되어서야 본보의 보도로 밖으로 알려졌다.

여성을 닭에 비유 "벗은 모습과 먹는 것이 비슷해"

지난 2017년 5월 학생들이 본보에 공개한 내용은 충격적이다. A교사는 치아교정기를 착용한 학생에게 "치아교정기가 키스할 때 느낌이 좋다"고 발언했다.

수업 도중 프랑스 인사법 '비쥬(Bisous)'를 알려준다며 한 학생 볼에 입을 맞췄다. 또 다른 학생은 거부 의사를 보이고 자리를 피했으나 A씨는 그를 붙잡고 볼을 비볐다.

한 학생은 좋아하는 음식란에 프랑스어로 닭이란 뜻을 가진 'poulet'이라고 적었다. 이를 본 A씨는 "'poulet'는 여자라는 뜻"이라며 "닭의 벗고 있는 모습이나 음식으로 먹는 것을 '여자'에 비유한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학생들은 A씨에게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그가 여학생에게 수시로 팔짱을 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A교사는 복도에서 2학년 한 학생에게 팔짱을 요구하다 반응이 없자 직접 다가가 팔짱을 낀 후 "이건 결혼식이다"라며 결혼 행진곡을 흥얼거렸다.

A씨는 복도에서 또 다른 학생을 뒤에서 부른 뒤 이를 쳐다보는 학생에게 팔짱을 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동해는 일본해, 독도는 한‧일이 나눠가져야"

학생들에 따르면 A씨는 동해와 독도 문제와 관련해 학생들의 감정과 충돌하는 발언도 했다. 이들은 A원어민 교사가 '바다'에 대해 수업하던 중 동해를 'Japan Sea' 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잘못됐다며 거부 반응을 보였는데도 A씨는 계속해서 발언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A씨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발생한 독도분쟁을 이야기하며 "일본과 한국이 반으로 나눠 갖으면 되잖아"라고 말했다.

A씨는 인종차별적인 언행도 했다. 학생들에 따르면 A원어민 교사는 수업 도중 한 학생을 지목하며 'jaune(노란)', 자신을 가리키며 'blanc(하얀)'"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 발언을 동양인에 대한 인종비하 발언으로 느꼈다.

또 다른 학생에게는 동양인 비하 내용이 담긴 만화('칭챙총')를 소개하며 보여줬다. '칭챙총'은 서양인이 동양인을 비하할 때 쓰는 말로, 동양인들은 다 똑같이 생겼다는 조롱이 섞인 말이다.

이 단어는 2016년 3월 내한 뮤지컬 <아마데우스>의 출연 배우 로랑 방이 파티자리에서 '칭챙총'이란 건배사를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 건배사는 동양인 비하 발언 논쟁으로 확산됐고 결국 배루 로랑 방은 사과해야 했다.

징역 1년6월, 법원의 판단 이유는?

원어민 교사 A씨는 사건이 알려진 초기부터 "장난으로 했다"거나 "문화적 차이에서 생긴 오해"라고 해명했다.

법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A씨는 "문화적 차이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친근감의 표시였을 뿐 추행 의도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사건이 드러나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자신을 해임한 학교 측의 지시나 압력에 따른 허위 고소"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법원은 원어민 교사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주지법 재판부는 "피고인이 학생들에게 프랑스 문화를 소개한다는 명목으로 피해자들이 속한 우리나라 문화를 무시하고 자국 문화를 강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위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 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들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추행해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평소 피해자들에게 성희롱과 인종차별적 발언을 일삼으며 정서적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성적 감수성이 풍부한 피해자들이 상당한 불쾌감을 느낀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며 "이 사건에 이르게 된 원인과 결과를 학교와 학생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등 피고인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A교사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했던 한 학생은 지난 2017년 5월 당시 두통으로 일주일 정도 등교와 조퇴를 반복하는 등 고통을 겪었다. 이 학생은 병원 진료 결과 "스트레스에 심하게 노출된 것 같다. 당분간 학교에 가지 말고 쉬게 하는 게 좋겠다"는 의사의 소견을 받기도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원이민교사, #성추행, #청주,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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