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1.22 08:59최종 업데이트 18.11.22 08:59
중국사람의 사고방식과 문화를 정확하게 포착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중국사람 이야기>의 저자 김기동 작가가 연재하는 '김기동의 차이나 클래스'는 매월 둘째, 넷째주 목요일에 만날 수 있습니다.[편집자말]

중국 베이징 거리. ⓒ pixabay


중국 사람을 상대해본 한국 사람은 그들이 돈을 너무 좋아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느 시대, 어느 나라 사람이나 돈을 좋아한다. 사실 한국 사람도 돈을 좋아한다. 다만 자신이 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까발려서 이야기하기를 꺼리는 경향이 있을 뿐이다.

한국 사람이 중국 사람은 돈을 너무 밝힌다고 느끼는 이유는 대체로 이렇다. 중국 사람은 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하고 또 그렇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중국 사람은 어려서부터 사람이 돈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배운다. 학교에서나 가정에서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자신이 돈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중국 여대생 핸드폰 케이스 '나는 돈을 좋아한다' ⓒ 김기동

  
핸드폰 케이스 하나만 봐도 중국 사람이 얼마나 돈을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표현하는지 알 수 있다. 한 중국 여대생이 가지고 다니는 핸드폰 케이스에는 "나는 돈을 좋아한다, 내가 돈을 얼마나 좋아하는지는 결코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我喜歡錢. 很喜歡喜歡得不得了)"라고 쓰여 있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면서 최근 중국에는 부자가 많아졌다. 그래서 한국 사람은 중국 사람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알기 위해, '알리바바'와 '타오바오'를 창업한 마윈이나 '샤오미'를 경영하는 레이쥔을 연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마윈이나 레이쥔이 될 수는 없다.


이건 중국 사람이 한국 사람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알기 위해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이나 현대를 창업한 정주영을 연구한다고 그들 모두가 이병철이나 정주영처럼 돈을 벌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중국에서는 무용담도 돈

이번 글에서는 중국 보통사람들이 어떻게 돈을 버는지, 즉 어떻게 장사를 하는지 그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하려고 한다.

중국에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옛날에 '우공'이라는 사람이 집 앞에 높은 산이 있어 이웃 마을에 왕래하기 힘들어지자 집 앞산을 옆으로 직접 옮기기로 한다. 이웃 사람이 "지게로 흙을 날라서 언제 산을 옮길 수 있냐"고 빈정대자 그는 "내가 죽으면 내 아들, 내 아들이 죽으면 손자가, 손자가 죽으면 그 후손이 계속 흙을 나르면 언젠가는 산을 옮길 수 있다"고 답한다.
  

중국 허난성 '곽량동' 바위산 도로 ⓒ 김기동

 

중국 허난성 '곽량동' 바위산 도로 ⓒ 김기동

   
바로 이 우공처럼 1972년 중국 허난성 곽량동에 사는 션밍카이라는 촌장은 마을 사람 12명과 같이 마을 앞에 있는 바위산에 길을 뚫기 시작했다. 그를 포함, 총 13명이 망치와 정으로 바위를 뚫은 지 5년 만에 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를 개통했다. 길이 1250m, 폭 6m, 높이 4m의 규모였다. 현대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 불리는 이 도로에는 지금까지 많은 관광객이 찾아온다.

이 글에서 주목하려는 건 바로 그 다음이다. 당시 촌장 션밍카이는 지금도 집 앞에 앉아서 자신이 현대판 우공이산(愚公移山)을 실현한 장본인이라며 관광객들에게 무용담을 들려준다. 그러면서 관광객들에게 자신과 같이 기념사진을 찍자고 제안하는데 공짜가 아니다. 당연하다는 듯 10위안(한국 돈 1600원)의 '모델료'를 받는다.
 

중국 허난성 '곽량동' 촌장 기념사진 홍보 모습 ⓒ 김기동

  
분수를 제대로 보려면? 역시 돈

정확하지는 않지만 약 2600년 전 중국 사상가 노자는 <도덕경>을 남기고 홀연히 속세를 떠나 산으로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 이때 노자가 간 산이 바로 중국 허난성에 있는 '로군산(老君山)'이다. 그래서 로군산은 도교 성지로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로군산 자락에 '중도구'라는 유명한 계곡이 있다. 로군산에서 성인 노자의 발자취를 따라 종교적인 감흥을 느낀 관광객은, 이곳 중도구에서 다시 한 번 신비한 자연에 경외감을 느낄 수 있다.
 

중국 ‘중도구’ 소리 질러 분수 ⓒ 김기동

   
중도구 입구에는 소리를 지르면 나타나는 분수가 있다. 작은 연못 속에 분수 시설이 설치되어 있는데, 지나가는 관광객이 목청을 높여 소리를 지르면 연못에 있는 분수 시설이 작동하여 물줄기가 올라온다. 그런데 이때, 물줄기가 시원하게 솟구치는 것이 아니라, 물줄기가 찔끔찔끔 올라왔다가 이내 사그라진다.
   
그러면 길을 가던 관광객들이 같이 모여 함성을 지르게 되는데, 상당히 높은 함성에도 물줄기는 여전히 시원치 않다. 바로 그때, 연못 관리 담당자가 나타나 마이크를 사용하여 소리를 지르면 스피커로 음성이 커져서 분수 물줄기가 하늘 높이 시원하게 솟구친다. 관광객이 마이크를 사용하여 시원하게 솟구치는 분수 물줄기를 만들려면 당연히 1회 10위안(한국 돈 1600원)의 음향시설 사용료를 내야 한다.
 

중국 '중도구' 소리 질러 분수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는 담당자 ⓒ 김기동

 
진짜 황제가 된 기분도 판다

약 1300년 전 중국 당나라 시대, 측천무후는 아들이 황제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자 아들을 폐위시키고, 자신이 직접 황제가 돼 중국을 통치한다. 이 시기 측천무후가 황제로 생활하던 공간이 바로 낙양에 있는 '명당'이다. 명당은 그 후에 '건원전', '신전' 등으로 불렸다. 그러니까 명당은 측천무후가 정치했던 황궁이다.

경복궁 등 한국 궁궐에서는 관광객이 왕과 그 일가가 입었던 옷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대여 사업을 한다. 마찬가지로 중국 황궁에서도 관광객이 황제나 황후의 옷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규모면에서 두 나라는 차원이 완전히 다르다.
 

중국 낙양 '명성' 황제 옷 기념사진 촬영 ⓒ 김기동

  

중국 낙양 '명성' 황제 옷 기념사진 신하들이 무릎 꿇고 있는 영상 모습 ⓒ 김기동

  

중국 낙양 '명성' 황제 옷 기념사진 무희들이 춤을 추는 영상 모습 ⓒ 김기동

 
한국 궁궐이 단순히 관광객에게 옷을 대여하는 정도라면, 중국 황궁에서는 관광객에게 그럴싸한 배경을 제공하기 위해 정말이지 최선을 다한다. 황제 옷은 물론 황제 옥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그 옆에 밀랍 인형 신하들을 배치해 부채질하는 모습도 연출해놨다. 

옥좌를 비추는 모니터에서는 첨단 기술까지 동원됐다. 황제 옷을 입은 관광객이 옥좌에 앉으면 가상의 신하들이 무릎을 꿇거나 무희들이 춤을 추는 장면도 나온다. 더 많은 돈을 벌겠다는 일념이 뜻밖에 기술 발전을 불러온 것이다. 이런 게 진짜 '4차 산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아주 잠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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